개미지옥
열네명의 젊은 여성들이 사라지는 연쇄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마지막 실종자 정다영의 동생 재영이 언니의 실종사건을 접수하러 지구대로 찾아가는데 마침 주차장에 세워진 차안에서 권총 자살을 시도하려는 경찰관 한기준을 우연히 발견한다. 재영이 끼어드는 바람에 자살을 면하게 된 기준은 한물간 퇴물로 취급받으며 자식뻘 되는 젊은 지구대장에게 대놓고 면박까지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지내는 정년이 얼마남지 않은 만년경위이다. 게다가 오래전 아내와 이혼하고 하루하루를 술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알코올 중독자로 범죄 현장에서 인질을 잡고 위협하는 범인에게 총을 겨누고 대치하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환각증세에 빠져들 정도로 정신마저 불안정한 상태다. 기준은 묘하게도 자신의 딸과 닮은 재영을 데리고 지구대로 들어가서 사건접수를 돕지만 결국 경찰은 평소 절차대로 단순 가출로 처리한다.
기준은 실망한 재영을 집에 데려다 주면서 열일곱살 난 소녀가 아버지도 없이 자신의 생계는 물론이고 병든 어머니까지 돌봐야하는 딱한 사정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기준은 재영이 건네 준 언니 다영의 일기장을 보다가 ‘나는 지금 개미지옥에 빠졌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올 수가 없다.’ 라는 문구와 잉크가 번진 눈물자국을 발견한다. 기준이 눈물자국에 손가락을 갖다 대자 순간적으로 다영이 고통스러워하는 환각을 경험한다. 보통사람 보다 공감능력과 직관력이 월등히 뛰어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초민감자’인 기준은 환각을 통해 다영이 아직 살아있고 납치범에게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확신하고는 재영에게 언니를 반드시 찾아주겠다고 약속한다.
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이진우 형사는 상관으로부터 연쇄 실종사건을 수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강수대 정예요원을 지원인력으로 요청하지만 거절당하고 할 수 없이 관할 지구대에 협조요청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한기준을 수사 파트너로 소개받는다. 젊고 능력이 뛰어난 장래가 촉망되는 엘리트 형사 이진우는 한눈에 봐도 나이도 많고 능력도 없는데 다가 자기보다 계급도 한단계 아래인 기준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기준도 그런 진우를 고깝게 여기며 둘의 관계는 첫날부터 삐거덕거린다. 게다가 두 사람은 각자 전혀 다른 용의자를 쫓는다. 진우는 범죄조직 ‘독사파’의 중간보스 남광수를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기준은 엉뚱하게도 성형외과 의사 박상호 원장을 범인이라고 확신한다. 진우와 지구대장은 확실한 증거도 없이 자신의 직감만 믿고 무고한 시민을 의심한다고 기준을 무시한다. 하지만 기준은 혼자서 집요하게 박상호를 수사한다.
일개 지구대원에 불과한 한기준이 자신을 연쇄 실종사건의 범인으로 수사한다는 사실에 분개한 박상호는 기준의 뒷조사를 시키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 후에도 계속 기준의 뒤를 캐던 중 공공장소에서 기준이 환각상태에 빠져 총을 허공에 겨누는 위험한 돌발행동을 하는 장면이 찍힌 CCTV영상을 확보한다. 박상호는 CCTV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경찰청에 민원을 넣는다. 그 결과 기준은 정직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정신질환으로 인한 잠재적 가해자로 검찰에 고발되기까지 한다. 공교롭게도 진우가 기준의 수사를 맡게 되고 그의 정신병력을 조사하기 위해 정신과 주치의를 만나면서 기준의 과거 트라우마에 관한 사연이 밝혀진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재영이 귀가길에서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기준은 연쇄 실종사건의 범인으로부터 다영과 재영을 만나러 오라는 한통의 전화를 받고 두 자매를 구하러 범인의 아지트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