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체력의 30대 여자, 1년 반 동안 홀로 유라시아 12,500km를 자전거로 누비다 우아하고 궁상맞고 웃기고 짠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의 천일야화
서른셋, 일중독자로서 질주하는 삶을 살던 한 여자가 멈추어 서기로 결정한다. 퇴사를 하고, 어떻게 살지를 바닥에서부터 다시 묻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배에 자전거와 함께 올랐다. 1년 반 동안 튀르키예까지 12,500킬로미터를 달렸다. 이 책은 그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쓰레기와 깨달은 것들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에세이다.
일용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실행했다. 혼자 하는 자전거 여행도 쉽지 않았지만, 무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페트병에 든 시원한 음료수와 비닐 포장된 과자를 사 먹을 수 없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의 기쁨과 감동도 누릴 수 있었다. 쓰레기 없는 여행을 위해 겪어야 했던 웃기고도 짠한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강력한 환경교육 효과를 발휘한다.
여정 중 유라시아 곳곳의 쓰레기장과 재활용장을 찾아다녔다. 우리가 버린 것들은 결국은 우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물건을 오래 쓰고 아껴 쓰고 쓰지 않기 위한 각종 ‘궁상’이, 다른 말로 하면 나와 다른 존재들과 우리의 터전을 존중하는 ‘우아함’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이다. 그들은 지친 자전거 여행자에게 조건 없는 환대를 베풀어주었다. 그들은 우연히 만난 여행자를 스스럼없이 집에 초대해 잠자리와 풍성한 음식을 나누어주었다. 국적도 종교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다 사람이었다. 낯선 자전거 여행자에게 조건 없는 나눔을 베풀어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저자소개
집순이지만 한 번씩은 집을 떠나보고 싶어한다. 눕는 게 취미지만 십 년에 한 번쯤은 몸고생을 하고 싶어한다.
사람이 자연에 조화롭게 사는 사회를 꿈꾼다. 기후 대응 NGO 〈푸른아시아〉에서 7년여 일했다. 열심을 내던 일에서 시나브로 매너리즘이 찾아왔다. 2018년, 어떻게 살지를 바닥에서 다시 묻기 위해 자전거와 함께 중국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1년 반 동안 튀르키예까지 12,500킬로미터를 페달질하며, 이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에서 사람도 문화도 환경도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았다.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을 목표로 했다. 더위와 자전거로 열이 오른 몸으로 차가운 콜라 페트병을 외면해야 할 때는 눈을 질끈 감을 만큼 뼈아팠지만, 그래도 페트병 하나 만한 보람이 있었다. 그 보람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습관이 되었다. 여정 중 유라시아 곳곳의 쓰레기장과 재활용장을 찾아다녔다. 내가 버린 것들은 결국은 나와 연결되어 있었다. 물건을 오래 쓰고 아껴 쓰고 쓰지 않기 위한 각종 '궁상'이, 다른 말로 하면 나와 다른 존재들과 우리의 터전을 존중하는 '우아함'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여행하면서 받은 게 너무 많아서 살아 돌아오면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 쉽진 않다. 대학을 졸업하며 다시는 공부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여행 후 대학원에 갔다. 환경교육 석사를 마치고 현재 교육학 박사과정 입학을 앞두고 있다. 천주교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JPIC와 NGO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에서 기후 대응 일을 돕고 있다.
목차
좀 긴 프롤로그_ 다시 길바닥으로 1부 자전거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느림보, 차라리 걷는 게 낫지 않을까(중국) ·여행의 출발, 오후까진 수월했지·내비가 날더러 강을 건너라 하네·거대함의 비결·황주를 마시러 황산에 오르다·자전거 인생 최대의 오르막·이 사우나에는 출구가 없다·16년 차 쓰레기 수집가의 수레·마음이 불가사의하게 큰 사람·왕년의 세계 최대 쓰레기장에 가보니·한 식당 안 다른 세상·광저우에서 호강 한번 하기 겁나 힘들다·자전거 여행자의 두 문장·그렇게 받아놓고 2부 여행을 나왔는데 왜 안 행복하지?(베트남, 라오스, 태국) ·다리 하나 건너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걸어갔다·마른하늘에 오토바이가 와서 박았다·내가 뭘 했다고 이렇게 주나·산 넘고 물 건너 라오스로·자전거 타기 너무 싫다·자전거 타기가 제일 쉬웠어요·다시 돌아왔다, 여행으로3부 나를 살리는 건 사람들 그리고 (태국, 미얀마) ·공동체가 나를 살렸다 ·꿈은 이루어진다, 쓰레기 재활용장에서 일하기 ·동행을 만났다·미얀마로 가는 길에는 산이 두 개(죽었다고 복창한다) ·여러모로 아름다운, 밍글라바 미얀마! ·비포장 지옥길 위에서도 사람들은 아름답고·오늘 잘 곳은 어디인가·그때도 바간, 지금도 바간·자전거의 반란 그리고 뻗어오는 구원의 손길들4부. 다이내믹 서역은 저를 시험에 들게 하옵고(인도, 파키스탄) ·고철 지프차가 태워준다며 섰다·마니푸르의 삼일야화·환장할 인도의 노플라스틱 ·레벨업의 성지, 인도·도둑놈 많다는 비하르주에서의 하루·뉴델리 블루스·라다크 오지마을,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다·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보내는 편지·쓰레기 트럭을 히치하이킹하다·호텔 스타인은 어디인가·시크교 동행과 시크사원 밥을 먹었다·저를 시험에 들게 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사옵고·암리차르의 성스러운 황금사원에서 오이를 깠다·라마단 기간 파키스탄에 뛰어들었다·중국 비자 찾아 삼만리·왜 파키스탄에 그리스 유적이?5부 높은 데는 안 간다고 했잖아요(중국 신장,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이틀 연속 경찰차를 탄 사연·텀블러에 담아줘요, 제발·내 손을 접어주기·다 컸어, 파미르도 혼자 가고·파미르에서 만난 인생 최고의 역풍·세계여행자의 로망 파미르고원에서 하는 상상6부 이슬람의 손님 대접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추석 대보름에 자연인과 캠핑·투르크메니스탄에서 만난 자전거 장인·이란, 반전과 재반전의 나라·인간의 등불·샌드위치를 천 주머니에 받아 오지 못했다7부 나의 엘도라도는 누군가의 지겨운 일상(튀르키예) ·트럭에서 만난 천국과 지옥·튀르키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오르락내리락하다 하루 해가 지는 지겨움·이스탄불에 왔다에필로그: 보리수 한 그루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