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이탈리아 정치사회
이 책은 현대 이탈리아 정치사회를 정치학의 관점에서 총체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한 총서 성격의 학술도서이다. 오랫동안 이탈리아를 연구해온 저자의 학문적 소산인 이 책에서는 오늘날 이탈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제의 연원과 현상을 학문적인 시각에서 충실하게 소개함으로써 현대 이탈리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실로 광범위한데, 1861년 통일왕국 이탈리아의 성립 전후 시기를 출발점으로 하여 2011년 베를루스코니가 실각한 현재 시점에 이르기까지 현대 이탈리아 정치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다양한 주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리소르지멘Risorgimento라는 통일운동, 내부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인 남부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 파시즘의 등장과 체제의 공고화, 제2차 대전과 저항운동 세력과 이탈리아 해방의 상관성, 공화국의 성립과 현대 이탈리아의 출범, 경제기적과 노동운동, 68운동을 통한 문화적인 변혁, 테러리즘 시대와 마피아, 마니폴리테와 제2공화국의 시작, 베를루스코니의 등장과 새로운 정치시대의 개막, 중도좌파연정의 집권과 정치적 양극화, 경제기적을 이끈 경제구조, 선거와 권력구조 등에 관한 제도적인 분석과 정치문화적인 해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톨릭을 비롯한 수많은 대내외적인 요인들에 대한 분석에 이르기까지 현대 이탈리아를 이해하기 위한 거의 모든 주제들을 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현대 이탈리아의 정치사회라는 큰 주제를 한국인 연구자의 시각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의 내용과 주제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내용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이탈리아 통일과정에 대한 해석이다.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런 통일은 이후 불거지는 여러 사회문제를 낳았고,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이탈리아의 통일을 국민국가의 통합이라는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새로운 분열과 굴절된 역사의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오늘날까지도 이탈리아 이해의 핵심 개념이자 사회적 갈등 요인인 ‘남부문제’가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탄생하였는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지역문제로서의 남부문제를 사회주의적인 계급적 시각에서 접근한 안토니오 그람시A. Gramsci의 견해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남부문제를 둘러싼 당대의 정치가와 사상가, 이론가들의 논의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세 번째는, 파시즘에 대한 분석이다. 이탈리아 파시즘의 등장과 그 전개 과정은 통일 이후의 불완전하고 불안한 사회구조에서 기인한 것으로, 통일 이후의 역사적 사건과 사회문제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다. 네 번째는, 파시즘 몰락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저항운동이다. 한국에는 프랑스의 레지스탕스만큼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탈리아의 저항운동은 2차 대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 주체들은 현재 이탈리아 사회의 주요 정치세력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저항운동과 그 주체들에 이해는 1948년 이탈리아 공화국의 출범 이후의 정치사회사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이탈리아 노동운동에 대한 소개이다. 이탈리아 사회변혁의 흐름 속에서 그 주체였던 노동세력의 움직임을 정리하여 배를루스코니가 물러난 2011년까지 연결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이탈리아의 정치구조와 마니폴리테 혹은 마피아로 대변되는 부패한 사회구조, 재벌이자 스캔들의 제왕이었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후진적인 정치문화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이탈리아 정치사회를 소개하고, 향후 이탈리아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