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율 연습
시인 이제니 추천!많은 것이 끊어져버린 뒤에도 미래에 대한 전망을 포기할 수 없는우리를 위한 음악과 정원, 그리고 회복에 대한 이야기우아하고 유려한 문장과 독보적인 묘사로 우리의 감각을 깊이 자극하는 소설가 김유진이 『숨은 밤』(문학동네, 2011) 이후 13년 만에 두번째 장편소설 『평균율 연습』을 선보인다. 장편소설로는 오랜만이지만 작가는 최근 몇 년간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 혐오』(프란츠, 2017), 피에르 베제르의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프란츠, 2021), 프랑수아즈 사강의 『엎드리는 개』(안온북스, 2023) 등 왕성한 번역 작업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로 소개해왔다. 『평균율 연습』은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후(연재 당시 제목은 ‘미래와 전망’)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전면 개고를 거친 끝에 완성된 작품으로, 언어와 음악에 대한 작가의 유다른 관심이 본격적으로 서사화된 소설이다. 특히 지금까지의 김유진 소설 중 가장 현실에 밀착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작가의 변화가 감지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프리랜서 편집자인 수민이 이혼 후 피아노 학원에서 조율 수업을 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인 『평균율 연습』에는 식물을 돌보듯 자신의 미래를 천천히 가꾸어나가는 회복의 과정이 담겨 있다. 모든 음의 오차를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평균율’은 ‘순정률’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결함을 나눠 가짐으로써 모든 음이 편안하게 들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방식의 음률 체계이다. 이혼 후 수민이 조율을 배우는 과정은 바로 이러한 오차를 포함하는 인간적인 삶의 방식을 배워나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불완전하거나 미숙한 부분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듬는 일인 조율은, 수민으로 하여금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삶 위에서 새로 시작할 가능성을 찾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