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른
『어린이라는 세계』로 20만 독자와 만난 김소영 작가가 4년 만에 신작 에세이 『어떤 어른』을 출간했다. 전작이 ‘어린이’라는 존재를 고유한 세계를 가진 개인이자 동료 시민, 다음 세대로서 호명하는 작업이었다면, 신간 『어떤 어른』은 어린이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의 자리를 살피고 어린이가 또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필요한 어른의 역할을 탐색하는 책이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통해 어린이를 새롭게 발견하고 인식하게 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 물음 앞에서 작가는 ‘어떤’의 자리를 채우기보다는 어린이가 어른을 보고 있음을, 보면서 배우고 깨닫고 변화하고 있음을 말한다. 어린이와 어른의 관계를 생각할 때 흔히 작고 약하고 미성숙한 어린이를 어른이 지켜보는 장면을 떠올리지만, 어린이 역시 어른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른을 보면서 세상이 어떤 곳인지 배우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궁리하며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것이 어린이가 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기억하고 짐작할 수 있는 어른이라면, ‘어떤 어른’이어도 좋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어린이에게는 다양한 어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간 『어떤 어른』에는 작가의 일터인 독서교실을 비롯해 세탁소, 동네 식당, 산책로 같은 일상의 공간과 학교, 도서관, 박물관 등 공공장소에서 어린이와 어른이 서로 바라보고 대화하고 스쳐 지나가는 다양한 순간들이 등장한다. 법과 제도, 역사와 문화의 얼굴을 한 어른과 그 울타리 안에서 내일의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어린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어린이 가까이에서 쓴 이 생동감 넘치는 일화들을 통해 독자는 어린이의 시선이 닿는 자리에 있어야 할 어른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어린이가 미래를 살아갈 사람이라면, 어른은 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밑그림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되기로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