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여성과 문학의 탄생

여성과 문학의 탄생

저자
심진경
출판사
자음과모음
출판일
2017-05-19
등록일
2019-10-15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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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오랫동안 ‘여성성’과 ‘섹슈얼리티’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문학평론가 심진경의 ‘여성’과 ‘문학’ 혹은 ‘여성과 문학’에 대한 고찰



모든 자명한(혹은 자명해 보이는) 개념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과 ‘문학’ 혹은 ‘여성과 문학’ 같은 개념들 또한 겉보기만큼 결코 자명한 것이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개념은 역사적이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왜 ‘여성’이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통시적, 공시적 고찰을 통해서만 ‘여성’은 유동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 「서문」 중에서

오랫동안 여성문학의 주제를 천착해왔던 심진경의 새 저서가 출간됐다. 심진경은 등단 이후 지금까지 ‘여성’과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를 자신의 비평 중심에 두고 한국문단 대표 여성 문학가로 활동해온 한국 대표 여성 문학평론가다. 서문에서도 밝혔다시피 이번 책에서 심진경은 문학이라는 개념 형성과정이 여성이라는 개념의 탄생과정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사실을 흥미로운 점으로 꼽았다. 여성은 창작자가 내면을 서사 전면에 내세울 수 있게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었고, 낭만적 사랑의 서사를 통해 일상적이고 가장 내적인 삶의 영역을 근대문학의 무대로 세우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근대문학의 형성은 어떤 점에서 여성의 사적인 가정생활과 비밀스러운 내면에 대한 탐색과정과 맞물려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심진경은 ‘여성’과 ‘문학’ 혹은 ‘여성과 문학’을 첨예하게 고찰하기 위한 첫번째 작업으로 ‘여성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해답을 찾기 위해 서사화된 제1세대 여성작가들의 여성문학이 그럼으로써 어떻게 문학 제도 바깥으로 밀려났으며, 이후 ‘여류문단’의 형성과정 속에서 ‘여성성’과 ‘모성성’을 원리로 하는 여성문학이 어떻게 소설적 통치의 한 결과로서 형성되었는가를 역사적으로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여성’과 ‘문학’이 결합하는 가운데 여성성과 모성성이 어떤 사회적, 심리적 맥락 속에서 구성되었는지를 살펴보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사회 변동이 급격해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 속에 등장한 ‘여성’은 어느 면에서는 새로움을 보여주었지만, 다른 면에서 볼 때 당대 사회의 어둠이자 그늘이었다. 예를 들어, 신여성이 모던걸로, 모던걸이 다시 ‘못된걸’로 변모하는 과정이나 낡은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공존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모순과 문제를 ‘자유부인’에게 전가하는 방식 등은 ‘여성’이 그리 간단하지 않은 명제임을 확인시킨다. 최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여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그러한 모순의 봉합과정을 알 수 있듯이, 여성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야말로 그런 여성을 만들어낸 당대 사회의 의식적, 무의식적 욕망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여성문학’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해석한 책



이 책의 제1장에서는 여성문학의 기원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 여성문학에 대한 정의를 내렸고, 전통적으로 남성적 특성 위주로 간주되었던 여성의 창조적 능력에 대해 재조명했다. 제2장에서는 여성 작가 최정희 문학을 거론했다. 이는 여성적인 작가로 한국문학사에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최정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제3장은 잡지 『여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창간호부터 여성을 둘러싼 잡다한 일상을 대중적인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구성해서 제시하는 여성종합지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냈던 이 잡지는 여성을 둘러싼 다양한 모순 양상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대중매체가 될 수 있었음을 밝혔다. 제4장에서는 염상섭 소설 속에 나타난 여성들을 설명했다. 염상섭의 초기소설에서 스캔들은 단지 하나의 사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지탱해주는 서사적 동력이며 그 자체 서사를 조직하는 원리다. 그러므로 스캔들로서 신여성 또한 일종의 ‘인간 동력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제5장에서는 채만식의 장편소설 『여성전기』와 『여자의 일생』의 긴밀한 상호텍스트적인 관계에 대해 짚었다. 이에서 발전시켜 『여성전기』에서 친일과 통속의 논리의 결절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여성’이라는 점이라며 여성이 결합되는 방식과 그것의 이데올로기를 살폈다. 이렇게 제1장부터 제5장까지가 제1부의 구성이다.

제2부의 제6장은 전쟁과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해 흥미로운 시각을 전개한다. 특히 1950년대 강신재 소설에 나타난 여성인물들의 섹슈얼리티는 전후의 불안감과 당대의 욕망이 어떻게 서로를 추동하고 결합하면서 모순적인 형태로 드러나는지 보여주는 해석적 기호라고 했다. 제7장에서는 성적 가면과 정치적 욕망에 대해 정비석의 『자유부인』을 대표적인 예로 들어 설명했다. 분명 『자유부인』은 ‘자유부인’이라는 새로운 여성이미지를 창조하고, 또한 그로써 다양한 사회현실의 문제를 진단하고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탁월한 시대감각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제8장에서 저자는 2000년대 여성문학과 여성성의 미학에 대해 말했다. 이를 위해 천운영, 황병승, 강영숙의 작품을 예로 들었다. 이들 작가들이 관습적인 성차로부터 벗어난 곳에서 여성과 여성성의 문제를 사유한다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단일한 정체성의 정치의 주체가 아니라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론적 거점으로 전유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았다. 제9장에서는 여성 폭력의 젠더정치학에 대해 다뤘다. 안보윤, 김사과와 같은 젊은 여성작가들의 작품에 새로운 인물 유형으로 가학적 폭력주의자들을 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2007년 등단 이후 지속적으로 여성의 성과 육체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고 소설 작업을 해온 김이설에게 여성과 폭력의 결합은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이러한 소설에 등장하는 부도덕한 여성인물들을 통해 좀 더 심층적인 차원에서 이 세계의 폭력적 질서를 고발하고 해체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근본주의적이며 정치적이라며, 폭력의 정치적인 올바름이란 결국 젠더의 정치적 올바름에서 비롯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제10장에서는 여성의 성장, 계급의 성장에 대한 바를 강경애의 『인간문제』의 리얼리티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 작품은 지주-소작인, 자본가-노동자, 지식인-노동자 사이의 갈등과 투쟁을 통해 식민지시대 모순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계급갈등의 양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구체적인 현실을 생생하게 묘파하면서도 그것을 토대로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전망을 제시하는 작가의 고투가 있는 힘 있는 리얼리티 작품이라고 했다.

저자가 밝혔고 바랐듯이 이 책에서 펼친 여성문학에 대한 논의들은 아쉬운 점도 있지만 여성문학 연구자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추후 더 많은 여성문학 연구자들에게 학문적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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