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새 부리 가면은 쓴 의사와 이발소 의사

새 부리 가면은 쓴 의사와 이발소 의사

저자
쑤상하오
출판사
시대의창
출판일
2018-11-30
등록일
2019-08-0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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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문명과 야만, 과학과 미신이 뒤엉킨 ‘불경한’ 의료 역사

과거 의학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낙후되어 있거나 거의 미신에 가까운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현대 의학의 ‘눈부신’ 광경만 쳐다볼 뿐 의료 역사의 숨은 이야기는 거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심장외과 전문의인 지은이가 3년간 어렵게 수집한 자료를 정리한 의료 역사의 ‘불경한’ 풍경이다.

한때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미라를 갈아 만든 가루를 사용했다. 또 시체의 지방을 떼어내 연고를 제조했으며, 전사한 병사의 시체에서 치아를 훔쳐 틀니를 만들었다. 전염병이 도는 지역을 새 부리 가면을 쓴 의사들이 지팡이를 들고 돌아다니며 진료했고 이발사들은 외과 수술을 했다. 지은이는 이러한 황당무계하고 잔혹하며 신기하기 짝이 없는 의료 역사의 ‘뒷골목’ 이야기를 시종일관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는 풍부한 역사 자료와 전문 의학 지식에 바탕을 둔 경쾌한 문체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감각을 깨워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그리움이 깊으면 치질이 된다

그리움이 깊으면 병이 된다. 바로 상사병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상사병을 일종의 우울증으로 보았다. 재미있게도 당시에는 상사병이 ‘치질’과 관련 있다고 생각해, 명의 갈레노스는 상사병을 치료하려면 환자의 치질 부위에서 피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세기 때 페르시아의 명의 라제스는 상사병이 깊어지면 환자는 늑대 인간이 되든지 아니면 죽는다고 기록에 남겼다. 17세기 프랑스 의사 자크 페랑은 ‘비극’을 막기 위해 환자가 기력이 쇠약해질 때까지 정맥에서 지속적으로 피를 뽑으라고 권했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상사병에는 약이 없다고 했던가. 현대 의학에서는 상사병을 감정 조절 장애로 볼 뿐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인류는 대략 6,000년 전 늑대의 이빨을 의치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연히 가장 좋은 의치는 사람의 치아다. 약삭빠른 자들은 시체를 도굴해 의치를 공급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물량’이 충분치 않자, 이들은 전사한 병사들에 눈을 돌렸다. 대표적인 것이 19세기 워털루 전투에서 전사한 사병들의 치아로 ‘워털루 치아’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워털루 치아는 당시 중요한 의치 공급원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한국 사회는 한때 중동호흡기증후군 일명 메르스로 큰 혼란을 겪었다. 사람들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 보내면서, 방호복을 입은 의사들의 모습을 TV로 지켜보아야 했다. 17세기에도 전염병이 돌면 의사들이 일종의 ‘방호복’을 입었다. 프랑스의 명의 샤를 드 롬이 고안한 것으로 새 모양과 비슷했다. 당시 의사들은 전염병 지역을 새 부리 가면을 쓰고 망토를 둘러 입고 장갑 낀 손에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가면과 망토로 자신의 몸을 보호했고, 지팡이로는 돌림병에 걸린 (천벌을 받은) 환자를 매질했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웃음만 나오는 이런 일들이 당시에는 매우 진지하게 행해졌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일까. 이러한 이야기들 사이에 웃지 못 할 이야기들도 나온다. 20세기 중반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사 크리스티안 바너드는 세계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을 했다. 그러나 그 성공 뒤에는 병원 정원사 ‘나키’의 조력이 있었다. 나키는 흑인으로 정규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손재주로 심장이식 수술의 핵심을 익혔다. 심지어 다른 의사들에게 그 기술을 가르쳤으며, 심장이식 수술을 할 당시 심장 기증자의 몸에서 심장을 적출해 바너드에게 전달했을 정도였다. 그는 2002년 케이프타운 대학에서 명예석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 탓에 끝내 정원사 신분으로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눈앞에 두고도, 뒤처진 에드먼드 힐러리를 30분이나 기다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처럼.



터무니없는 현실과 황당무계한 이야기 사이

지은이는 만병통치 처방으로 인식된 ‘미라’에서부터 ‘신화’와 관련한 마지막 이야기까지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소개한다. 300년 전의 의학적 성과가 오늘날에는 야만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겠으나, 그의 말처럼 300년 후에는 현대 의학이 똑같이 평가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의사임에도 이렇게 말한다. “의학은 터무니없는 이야기 몇 토막일 뿐이다.” 생각해보면 현실은 얼마나 터무니없던가.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끝임 없이 벌어지는 이 시대에 지은이가 전하는 이야기들이 차라리 더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과 ‘삶’에 대한 예의가 지은이의 해박하고 재치 있는 문장 속에는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실을 살아갈 힘이 필요한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가 이것에 있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물론 재미는 기본이고 식견은 보너스다.



추천의 글

“이 책을 읽다 보면 유머러스하고 해박한 지식을 가진 안내자 닥터 쑤와 함께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스릴 있고 자극적인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하다.” _훙후이펑洪惠風(이다義大 병원 심장내과 주임과장)

“이 책은 각 편마다 의료와 민간의 속신 등 표면적으로는 사소한 것 같지만 의학 지식 및 기술의 발전과 관련된 생활 속의 여러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_웡자인翁佳音(중앙연구원 대만사연구소 부연구원)

“역사학을 전공한 나는 대중매체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주재하거나 TV 평론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닥터 쑤의 의학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탄복한다.” _후중신胡忠信(역사학자, 방송 사회자, TV 평론가)

“가볍고 재미있는 내용들이지만 실로 시야를 넓히고 식견을 늘려주는 이야기들이다.”

_저우스위周士?(타이베이 지방법원 검찰서 주임 검찰관)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정말 훌륭하고 뛰어난 책이다. 닥터 쑤의 생동감 넘치는 문장은 같은 의사인 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_셰밍쉰謝銘勳(타이베이 의대 교수)



11세기 이슬람의 철학자이자 의사였던 아비센나Avicenna의 처방을 보자. 그는 미라가 농양, 골절, 반신불수(중풍), 심장과 폐 질환을 치료할 수 있으며, 해독제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약이라고 생각했다. 통상 미라는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고, 갈아 분말로 만든 다음 약초, 술, 우유나 기름에 섞어서 사용한다. 아비센나는 ‘mumia’라는 글자로 ‘약용 미라’라는 말을 대신했는데, 이 글자는 나중에 영어의 ‘mummy’로 변해, 오늘날 모두에게 익숙한 ‘미라’라는 단어의 기원이 되었다. _16~17쪽



농부는 성기능이 많이 떨어져 브링클리를 찾아왔다. 브링클리는 그에게 숫양의 고환을 이식하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농담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뜻밖에도 농부가 브링클리에게 수술을 해달라고 간청하는 게 아닌가! 브링클리는 배짱 좋게 환자에게 150달러(오늘날의 화폐가치로 약 1,800달러)를 받고 숫양의 고환을 농부의 음낭에 이식했다. 몇 주가 지난 후, 농부가 병원에 찾아와 지난날의 위풍을 되찾았다고 자랑해댔다. 그 후 농부의 부인이 임신하고, 사내아이를 낳았다. _31~32쪽



한 남성 연예인은 건강을 위해 매일 자신의 소변을 마신다고 한다. 언젠가 그는 다른 사람들도 이 비법으로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공개적으로 그 비법의 좋은 점을 밝히기도 했다. 언뜻 들으면 구역질이 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유명 인사와 고상한 선비들을 찾기로 하면 몇 트럭을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면 13세기에 의사 신분으로 교황이 된 요한 21세Pope John XXI, 1977년에 인도의 총리가 된 모라르지 데사이Morarji Desai, 1990년대 홍콩의 유명한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예터성葉特生 같은 사람들이 모두 소변요법의 신봉자들이다. _75쪽



스탠포드 대학의 실험 팀도 DNP의 유독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연구를 주관한 조교수 테인터Tainter가 동물실험 중 발견한 바에 따르면, 사람에게 매일 100밀리그램 정도 사용하는 것은 안전한 범위에 들었다. 약삭빠른 상인들은 이런 의학 보고서의 지지 하에,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DNP를 살 빼는 특효약으로 만들어냈다. … 이 약은 세상에 나온 지 1년 만에 미국 전역에서 120만 개가 팔렸다. … 그런데 1930년대의 의학 연구는 그다지 엄격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었으며, 스탠포드 연구 팀은 DNP가 인체에 끼치는 독성의 정도를 과소평가했다. 그 후에 모든 나라에서 금지령을 내려 DNP는 인체에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_114쪽



새 모양의 복장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의사가 몸에 망토를 둘러 입고 머리에는 새 부리 모양의 가면을 썼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복장은 17세기 프랑스의 명의 샤를 드 롬Charles de Lorme이 설계한 것이었다. 미셸 티버렌치Michel Tibayrenc 등이 편집한 《전염병 백과전서Encyclopedia of Infectious Diseases》에 따르면 가면의 새 부리에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가면에 있는 두 개의 콧구멍으로 통풍을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안에 넣은 짚 속에는 용연향龍涎香, 박하薄荷, 장뇌樟腦, 정향丁香, 혹은 벤조산Benzoic acid 등의 약재가 들어 있어 좋지 않은 공기를 차단할 수 있었다(당시에는 전염병이 공기를 타고 전파된다고 여겼다). _147쪽



페레즈는 독한 술 몇 모금을 마신 후, 길이가 15센티미터나 되는 칼을 준비했다. 그리고 거실의 나무 의자에 단정하게 앉았다. 3년 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고 배 속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기 손으로 ‘제왕 절개’를 하기로 한 것이다. 오직 전구의 희미한 불빛에만 의존해 그녀는 칼로 자신의 복부를 무려 17센티미터나 갈랐다. 그러고는 태아가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자궁을 절개했다. 드디어 태아가 보였다. 그녀는 이 사내아이를 젖 먹던 힘을 다해 끄집어냈다. 그리고 옆에 미리 준비해둔 가위를 들어 탯줄을 잘랐다 _188~189쪽



어떤 상태를 비만이라고 하는 것일까? 대략 2, 30년 전부터 몇몇 사람들이 몇 개의 지수指數를 가지고 비만을 정의하려고 했는데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다가 최근 10년 사이에 체질량 지수BMI, Body Mass Index가 나와 비만 측정 방법의 주류를 차지하며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공약수가 되었다. BMI란 체중(㎏)을 키(m)×키(m)로 나누어 나온 수치로, 현재는 BMI가 25를 넘으면 과체중이고, 30을 넘으면 비만으로 단정한다. _210~211쪽



정부는 임산부에게 산후휴가를 주는 것 외에, 남편들에게도 ‘의만擬娩 휴가’를 주어야 한다. 남자산욕男子産褥이라고도 하는 ‘의만’은 원시 풍속이다. 인류학이나 민속학 연구에 따르면 어떤 부족은 부인이 출산하는 기간에 남편이 분만하는 흉내를 내거나, 혹은 부인이 출산한 후에는 남편이 산모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가장해 부인을 대신해서 산후조리를 한다. 그런데 진짜 산모는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침대에 누워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남편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기도 하는데, 이런 남편을 ‘의만 남편’이라고 한다. _250쪽



사람 죽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던 의사 ‘죽음의 천사’ 요제프 멩겔레를 기억하자. 하인리히 괴링, 데오도르 모리슨, 오이겐 피셔의 악행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들의 조사祖師 격인 세실 로즈와 그가 설립한 회사를 절대로 잊지 말자. 그 회사는 현재 세계 다이아몬드 채굴과 무역의 4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는 드비어스 그룹이다. _288쪽



게이지Gage는 큰 암석을 폭파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폭약이 정해진 시간보다 앞당겨 폭발하고 말았다. 폭발력에 날아간 작업용 쇠막대가 게이지의 왼쪽 뺨을 뚫고 들어가 왼쪽 눈 뒤쪽을 지나 이마 위쪽의 정수리를 뚫고 나가더니 몇십 미터를 더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게이지의 머리통에는 큰 구멍이 하나 뚫렸고, 그는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 게이지는 목숨을 건졌다. 게이지는 원래 신중하고 겸손하며, 일할 때는 근면했다. 그러나 치료 후에는 게으르고 행동에 절제가 없고, 심지어 무절제하게 술을 마시고 주정을 부리는 등 딴 사람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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