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맛의 제국 이탈리아 음식문화사

맛의 제국 이탈리아 음식문화사

저자
파비오 파라세콜리
출판사
니케북스
출판일
2018-12-22
등록일
2019-03-2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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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알프스 산맥을 넘어서, 지중해를 건너서, 이탈리아 반도 일대에서

동서남북으로 교차하던 사람들의 물결이 겹겹이 쌓아 올린 맛의 제국사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다면? 위대한 로마 문명의 유산, 찬란한 토스카나의 태양, 아름다운 지중해 풍경, 무엇보다 제대로 된 이탈리아 음식을 맛봐야지!”

이것이 요즘 많은 세계인의 생각인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이탈리아 음식은 ‘맛있고 건강한 음식’의 대명사, 이탈리아는 ‘미식의 본고장’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식 식사’는 유네스코에서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지중해 식문화’를 대표하는, 건강한 식사 방식으로 여겨진다. 유네스코에서 정의한 ‘지중해 식문화’는 지중해 연안에서 전통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모든 과정뿐 아니라 그 음식을 식탁에서 함께 나누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마저 지중해 식문화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리하여 세계 곳곳에서 피자나 스파게티 전문점을 흔히 볼 수 있고, 주요 도시마다 《미슐랭》에서 받은 별점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식당이 있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한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서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를 누비며 ‘진짜 이탈리아의 맛’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맛’이란 과연 무엇일까? 알프스 산맥 북쪽에서 켈트인이 가져온 염장 기술이 만들어낸 이탈리아 치즈의 왕 파르미자노 레자노와 지중해 동쪽에서 이슬람 세력이 들여온 가지, 아몬드, 쌀, 설탕으로 만든 시칠리아 요리들은 똑같은 ‘이탈리아의 맛’인가? 미국 뉴올리언스로 이민 간 이탈리아인들이 만들어낸 무풀레타(참깨 박힌 둥근 빵 사이에 소시지, 슬라이스 치즈, 올리브 샐러드를 끼운 샌드위치)는 이탈리아 음식인가, 미국 음식인가?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운 일본인들이 된장, 참기름, 다시마, 날치알, 김 등으로 양념해서 만드는 와후〔和風〕 파스타는 이탈리아 요리인가, 일본 요리인가?

이 책은 지중해 연안의 시간과 공간을 누비면서, 수천 년 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라는 맛의 제국을 형성해온 역사적 도정을 탐사한다. 달리 말하면 음식문화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본 이탈리아 역사를 담은 책이다. 서기 1세기의 귀족 요리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연회 요리, 현대식 일품요리까지 이탈리아 역사에 등장한 다채로운 요리 레시피는 덤이다. 한국어판은 109장에 이르는 원서의 도판 자료에다 내용 이해를 돕는 사진 20여 장을 보강해서 ‘보는 즐거움’이 더 풍성해졌다.



* 알덴테(al dente)란 파스타 면을 꼬들꼬들하게 설익힌 상태를 말한다. 파스타를 알덴테로 삶아 소스와 섞으면 가장 먹기 좋은 상태로 익게 된다.





책속으로



나는 로마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자랐으며,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을 다루는 인기 잡지 《감베로 로소Gambero Rosso》 지에서 여러 해 동안 일했기 때문에 역동적인 이 세계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기회가 무척 많았다. 이 세계는 살짝 긁기만 해도 파낼 것이 무궁무진하게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험도 여러 번 했다. 그러면서 나는 ‘변하지 않는 전통’이라는 개념에 대해 점차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음식에 관한 낭만적인 신화에 역사학적인 관점을 도입하여 시야를 넓혀 볼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재배되고 생산, 소비되는 식품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예전부터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가지고 들어와서(그렇다면 누가? 언제?) 이탈리아 시골 마을이나 도시에 심은 것인가? 그리고 이탈리아의 전통 요리는 예전부터 늘 종류가 다양하고 풍성하며 지방색도 강했을까? 이탈리아 요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으며,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가? 어떠한 요소가 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변화의 계기가 되는가? 이런 것들이 이 책에서 제기하려고 하는 질문이다. ---p.41~43



서기전 1세기에 활동한 시칠리아 출신 그리스 역사가 디오도로스는 에트루리아인들이 사치를 좋아해서, 하루에 두 번씩이나 은식기로 꾸민 식탁에 모여 식사를 한다고 기록했다. 이 역사가는 에트루리아인들이 연회와 축연에 몰두하느라고 그 선조들이 적에 맞서 보여주었던 기개를 잃어버렸다고 한탄했다. 에트루리아인들에 대해서 라틴 시인 카툴루스는 ‘오베수스 에트루스쿠스obesus Etruscus’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베르길리우스는 ‘핑귀스 티르헤누스pinguis Tyrrhenus’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둘 다 ‘뚱뚱한 에트루리아인’이라는 의미다. ---p.71



대大 플리니우스는 오늘날 리비아의 영토에 속한 테카페Tecape 오아시스에서 카르타고인들이 경작하는 모습을 보고 경탄했는데, 그들은 하루에 한 번씩 특정한 시간에만 물을 주면서도 같은 땅에 여러 가지 곡물을 동시에 재배하고 있었다.

“여기서는 커다란 야자나무 아래에서 올리브나무가 자라고, 올리브나무 아래에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무화과 아래에는 다시 석류가, 석류 아래에는 포도가 자란다. 그리고 포도 덩굴 아래에는 첫째로 밀, 다음으로 갖가지 콩 종류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약초가 심어져 있다. 이 모든 작물이 같은 해에 다른 식물의 그늘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 다층적인 농법은 오늘날에도 튀니지의 오아시스에서 시행되고 있다. 튀니지의 오아시스에서는 수분의 증발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밤중에 한 차례만 물을 준다. 페니키아인들은 이들 과일나무와 그 재배 기술을 자기네 무역 기지에 들여와서 번식케 했을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나 프랑스 요리에 널리 쓰이는 (양파의 일종인) 샬롯의 이름도 페니키아인들이 세운 도시 아스칼론Ascalon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 샬롯을 이탈리아어로 스칼로뇨scalogno라 한다. 보통 양파의 4분의 1 정도 되는 크기에 양파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을 낸다). ---p.78~79



중부 유럽의 켈트인들은 광물에서 소금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서, 이 소금을 양념으로 쓰거나 돼지고기를 보존하는 데 사용했다. 이들은 돼지의 내장이나 방광에 소금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고기를 가공했다. 로마인들도 알프스 산맥 너머에서 만든 햄과 소시지를 높이 평가하고 켈트인의 가공 기술을 배웠던 것이 틀림없다. 후일 로마인들이 파르마 인근 소금물 샘이 있는 지역에 식민지 벨레이아(오늘날의 살소마조레Salsomaggiore, 이 이름 자체가 ‘커다란 소금밭’이라는 의미다)를 건설한 일은 우연이 아니다. 켈트인 마을이었던 파르마는 몇 백 년이 지난 뒤 프로슈토와 파르미자노 치즈의 생산지로 유명해지는데, 두 가지 모두 소금을 써서 만드는 식품이다. ---p.96



초기 로마 시대에는 벽난로나 이동식 화로에서 음식을 조리했기 때문에 각 가정에 식사를 준비하는 별도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서기전 2세기가 지나서야 집의 뒤편에 부엌이 독립된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로마인들은 집집마다 소금에 절여 말린 돼지고기, 치즈, 꿀, 올리브 같은 식품을 저장해두었다. ‘페누스penus’라고 하는 이들 저장 식품은 대단히 소중히 여겨졌기 때문에, 집을 수호하는 신들을 가리킬 때도 그 이름을 따서 ‘페나테스Penates’라고 했다. 페나테스 신앙은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불의 여신 베스타, 가장의 생식력을 상징하는 게니우스, 가정을 수호하는 라레스 등 새로 등장한 신들이 중요한 지위를 얻고 널리 숭배된 이후에도 페나테스는 계속 부엌에서 자리를 지켰다. ---p.98~99



무슬림이 중앙아시아에서 대서양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장악했기에 다양한 농사 기술과 식재료, 요리와 조리 양식이 수월하게 전파되었다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별로 없다. 예를 들면 시칠리아에 가지, 시금치, 석류, 아몬드, 쌀, 사프란, 인디고 같은 작물이 들어왔고, 사탕수수도 재배되면서 설탕 생산이 이뤄졌다. 레몬과 신 오렌지(단 오렌지는 훨씬 뒤인 16세기에 도입되었다), ‘루미에lumie’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라임 역시 시칠리아의 경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

새 무슬림 이주민들은 서아시아의 옛 비잔틴 영토에 남아 있던 고대 지중해식 농원의 전통을 되살려 놓았다. 최소한 시칠리아에서는 그렇다. 이슬람 문화권 안에서는 농사 기술과 작물, 식품의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예를 들면 당시의 아라비아 요리책에서 시칠리아산 치즈가 이용된 경우를 볼 수 있다.

이슬람 제국의 도시에는 고유한 조리 양식과 식사 관습이 생겨났다. 이 세련된 문화는 11세기와 12세기의 십자군 원정 기간에 우악스러운 기독교도 기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

아마 정결을 강조한 코란의 가르침 때문이겠지만 음식 장만 과정에서 냄새와 향이 대단히 중요할 뿐만 아니라, 그 음식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도 반드시 말끔하고 깨끗한 상태여야 한다는 점이 이슬람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이다(이 점은 서양인들을 무척 당혹스럽게 했다). 조리법에 관해서 말하자면, 이슬람 요리는 다양한 음식 문화의 만남이 빚어낸 산물이었다. 지중해산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아랍과 비잔틴의 문화이고, 기름에 튀긴 고기를 선호하는 것과 고기 요리에 과일과 견과류(아몬드 포함)가 함께 나오고 쌀을 먹는 것 등은 페르시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p.171~173



식사 예절에 대한 관심도 대단히 높아졌다. 이 점은 일찍이 13세기 말에 본베신 달라 리바라는 평수사가 쓴 〈50가지 식탁 예절〉이라는 시에도 잘 드러나 있다. 제목은 라틴어로 되어 있지만 내용은 이탈리아어로 쓴 이 짧은 시에서 말하는 50가지 식사 예절에는 손 씻기, 앉기 전에 예의 바르게 서서 기다리기, 식탁에 팔꿈치 올리지 않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

예절 교본은 문학의 한 장르로 발전했고, 1528년에 외교관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1478~1529)가 펴낸 《궁정인Cortegiano》과 1558년에 출판된 조반니 델라 카사(1503~1556) 대주교의 《예법Galateo》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손님이 지나치게 음식을 탐하거나 지금 먹고 있는 음식에 관해 대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와인에 관해서는 예외였다)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었다.

손 씻는 물그릇, 냅킨과 식탁보를 사용하면서 위생 상태가 개선되었다. 공식 연회에서는 식탁보 여러 장을 겹쳐서 깔아두고, 한 코스를 마칠 때마다 한 장씩 들어냈다. 식탁은 아직 고정된 자리에 두고 쓰는 가구가 아니었다. 이동식 받침대에 두툼한 널빤지를 깔고 그 위에 음식을 올렸기 때문에, 공식적인 식당뿐만 아니라 테라스나 로지아, 정원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고상함을 나타내는 도구로 포크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끝이 둘로 갈라진 포크는 보통 고기를 꽂아 손님에게 잘라줄 때 쓰는 도구였는데, 15세기 들어 이탈리아 상층 계급에서 개인용 식기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의 1483년 작품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의 결혼〉에 포크를 사용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16세기에는 이 도구가 과일이나 설탕절임을 먹는 데에도 널리 사용되었다. ---p.215~217



12세기에는 나폴리 근처 살레르노에 설립된 의학교에서 《살레르노 양생훈Regimen sanitatis Salernitanum》을 집대성했다. 이 책은 시의 형식을 빌려 쓴 섭식 지침서로, 이탈리아 전역에 체액 이론을 대중화했다. 여기에 내용 일부를 발췌해본다. “가장 좋은 와인은 희고 단 것이다. 만약 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숙취에 시달릴 경우, 아침에 한 잔 더 마시면 그때는 약이 된다. 샐비어, 소금, 후추, 마늘, 와인, 파슬리로 훌륭한 소스를 만들 수 있는데, 여기에 다른 재료를 넣으면 소스를 망치게 된다. 식사 도중에 물만 마시면 위에 큰 부담이 되고 소화가 더뎌진다. 복숭아를 먹은 다음에는 호두를 먹고, 고기를 먹은 다음에는 치즈를 먹는다." ---p.227



토마토는 일찍이 1500년대 중반에 토스카나의 메디치 궁정에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처음에는 독이 있는 식물인 줄 알고 장식용으로만 썼다. 이탈리아에서는 토마토를 ‘포모도로pomodoro’라고 하는데, 이는 ‘황금 사과’라는 뜻이다. 아마 당시 이탈리아에 들어온 품종은 밝은 노란색을 띠었거나, 아니면 속이 무른 생과일 전체를 뭉뚱그려 ‘황금 사과’라고 했을 수도 있다. 감자는 18세기까지 이탈리아인이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반면에 달고 맵싸한 고추는 빠르게 널리 받아들여졌으며, 특히 남부 이탈리아에 매운 맛을 특징으로 하는 음식이 많아졌다. ---p.248



이탈리아의 지식인과 정치인은 영양 부족 상태를 분석할 때 북부와 남부의 격차를 기본 틀로 삼기 일쑤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역사학자 캐럴 헬스토스키가 ‘두 식단 이야기a tale of two diets’라고 적절하게 꼬집은 바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계급 격차가 지리적 환경보다 더 결정적인 요인이었으며, 도시의 육체 노동자와 농촌 노동자는 다 함께 만성적인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한지라 사회는 곧잘 동요했다. 정부가 방앗간세를 부활시켜 방아를 찧는 횟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했던 1868년, 곡물에 소비세를 부과했던 1887년에 그러했다. 그리고 1880년대 농업 불황의 여파로 물가가 빠르게 치솟자 1898년에는 주요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급기야 밀라노에서 시위대가 학살을 당했다. 사회역사학자 파올로 소르치넬리가 날카롭게 지적한 것처럼 “이탈리아인들은 먹기 위해서 시위하고 저항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고정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많았던 포 강 유역 평원에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결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고용주와 협상하거나 파업을 벌였다. ---p.309



처음으로 범국가적 차원에서 이탈리아 부르주아의 음식 문화를 정립하고자 한 책이 펠레그리노 아르투시Pellegrino Artusi가 1891년에 낸 《부엌의 과학과 좋은 식사의 기술》이다. …… 아르투시는 투자해줄 사람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자비로 책을 출판했는데, 초판 1000부가 팔려 나가는 데 꼬박 4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 책은 곧 중산층 요리사들의 눈에 띄어, 아르투시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만 부 이상이 팔렸다. 당시 이탈리아의 문맹률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판매 부수였다. 이 책은 14판까지 발간되었고, 초판에 475개 수록되었던 조리법이 마지막 판에 가서는 거의 800개에 이르렀다. 아르투시는 토스카나, 에밀리아, 로마냐의 요리에 가장 친숙했지만 이탈리아 전역의 조리법을 수집해 실었으며, 전국 각지의 음식과 요리 관련 용어를 혼자 힘으로 정리해내려고 했다. 그가 제시한 조리법들은 다소 엉성한 경우도 있지만, 생생하고 흥미로우며 이야깃거리가 풍성하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

아르투시의 책에는 당시 중간 계급의 문화적·사회적 가치관만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그들의 태도와 힘을 사용하는 방식까지 담겨 있다. 살림의 요령, 위생 문제, 음주에 관한 의학적 조언, 비용 절감과 가계 관리까지 아우르는 교육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p.315~316



피렌체에서는 연체동물문 두족류에 속한 오징어를 ‘칼라마이오calamaio’라고 하는데, 이 말은 ‘잉크통’이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토스카나어에서는 종종 비슷한 것의 이름을 따서 말을 만드니까) 아마 조그마한 주머니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주머니는 자연이 준 방어 무기인데, 그 속에는 잉크로도 쓸 수 있는 액체가 들어 있다. 토스카나인들, 특히 피렌체 사람들은 채소를 너무나 좋아해서 어떤 요리에나 채소를 넣는다. 그래서 이 요리에도 비트 뿌리가 들어간다. 그렇지만 내 생각에 여기에 비트 뿌리를 넣는 것은 사도신경 문구에 빵수프pancotto를 넣는 것만큼이나 적절하지 않다. 푸성귀를 남용하면 특정한 지병이 있어 거친 식물의 자극성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허약 체질을 유발하는 중대한 원인이 될뿐더러, 음식의 모양새가 늦가을 낙엽 더미 같은 몰골이 된다. …… ― 《부엌의 과학과 좋은 식사의 기술》 조리법Ⅰ 오징어를 곁들인 피렌체식 검은 리조토 ---p.317



오직 세 가지 피자만이 진정한 나폴리 피자로 인정된다. 마리나라(토마토·오레가노·마늘·올리브유), 마르게리타(토마토·모차렐라·바질·올리브유), 마르게리타 엑스트라(신선한 방울토마토 추가)가 그것이다. 재료, 기술뿐만 아니라 요리의 감각적인 요소까지 세세하게 명문화되었다. ‘나폴리 피자’ TSG는 부풀어 오른 테두리도 독특한데, 오븐에서 구운 음식의 특징인 금빛을 띠고, 만지거나 맛볼 때 부드럽다. 가운데 토핑은 토마토의 붉은색으로 뒤덮여야 하고, 올리브유와 완벽하게 배합되어야 하며, 사용한 재료에 따라 오레가노의 녹색이나 마늘의 하얀색이 드러나야 한다. 흰색 모차렐라 조각들은 가까이 모여 있든지 뚝뚝 떨어져 있고, 바질 잎의 녹색은 구운 정도에 따라 진해지기도 하고 연한 빛을 띠기도 하는데…… 굽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피자는 특유의 향긋하고 맛있는 냄새를 발산해야 한다. 토마토는 과도한 수분만 날아가 탱탱한 형체를 유지해야 하며, 모차렐라 치즈(‘모차렐라 디 부팔라 캄파나 DOP’ 아니면 ‘모차렐라 STG’)가 피자의 표면에 녹아 있어야 한다. 바질, 마늘, 오레가노는 진한 향을 풍겨야 하고, 탄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p.472~474



통일 150주년 기념일 즈음 인기 있는 와인·요리 잡지 《감베로 로소》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탈리아 음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온라인 설문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53.5퍼센트)였다. 그 뒤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43.8퍼센트), 나폴리 피자(43.2퍼센트), 모차렐라 디 부팔라 치즈(40퍼센트)가 이었다. 놀랍게도 쌀밥(37.4퍼센트)을 빵(36.7퍼센트)이나 스파게티(34.1퍼센트)보다 더 ‘이탈리아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원래 밀라노의 특산물이었는데 1차 세계대전 후 산업 생산이 이뤄지면서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던 크리스마스 디저트 파네토네panettone도 스파게티와 같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피렌체 스테이크, 제노바 페스토, 라자냐, 파스타 아마트리차나amatriciana(돼지 볼살로 만든 구안찰레guanciale 베이컨, 페코리노 치즈, 토마토 등을 넣는 전형적인 로마 요리), 모르타델라, 바롤로 와인 등이 상위 15개 품목에 포함되었다. ---p.508





추천평



“음식의 역사에 사회의 역사, 환경의 역사, 문화사를 능숙하게 묶어놓은 매끄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서술.” ― 《이탈리안 아메리칸 리뷰 Italian American Review》



“이탈리아 미식이라는 즐거움의 지정학적 배경에 대한 멋진 분석.” ― 질리언 라일리 Gillian Riley, 《옥스퍼드 컴패니언 이탈리아 음식 편 The Oxford Companion to Italian Food》 지은이



“열정과 전문성이 그득하고, 진력나도록 자세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쓰인 책. 그렇지만 오해는 마시길. [이 책은] 무한정 재미있고, 정독할 만하며, 심장을 쫄깃하게 하다가 한순간에 어떤 깨달음을 줄 것이다. ...... 이탈리아 요리가 전 세계에 가장 보편적인 음식은 아니라 해도 세계의 주요 요리 중 하나로 꼽히는 한 ...... [이 책은] 분명히 ‘고전’의 지위에 오를 것이다. 로마 출신인 파라세콜리는 이탈리아 미식 서사에 뒤섞여 있는 신화와 현실을 탐구한다.” ― 《허핑턴포스트 Huffington Post》



“면면이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들은 신예 감식가나 일반 식도락가들이 필히 읽어야 할 것들이다.”― 《이탈리아 매거진 Italia Magazine》



“이 야심 찬 저서는 신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이탈리아 역사의 맥락에서 음식과 음식 문화를 이야기한다. 파라세콜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여행으로 독자를 안내하면서, 과연 중세에 ‘기아’라는 현상이 일상적인 것이었나 하는 이야기부터 21세기 여성의 권리 강화가 1인용 포장 식품의 발달로 이어진 이야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일화와 기록의 단편을 가미했다.” ― 《초이스 Choice》



“이탈리아 역사에 무지한 미식가들에게 상당히 유용한 책으로, 일상적인 음식에 집중하는 정치사학자의 멋진 관점을 보여준다. 이 책을 가리켜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책이 아니라 음식에 얽힌 제반 쟁점을 다룬 책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결코 단점이라고 할 수 없다. 흥미로운 도판과 뜻밖의 멋진 정보가 가득한, 훌륭한 책이다.” ― 《프티 프로포 퀼리네르 Petits Propos Culinai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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