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경찰관
제임스 조이스, 사뮈엘 베케트와 함께현대 아일랜드 문학의 삼위일체라 불리는플랜 오브라이언의 유작환상과 현실을 비틀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던 플랜 오브라이언은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어떤 규칙이나 법칙도 유효하지 않은 환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황당무계하면서도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사건들로 가득하다. 소설에서 악역처럼 등장하는 경찰관들은 정체불명에 무의미해 보이는 수치를 기록하고 관리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사람이 자전거를 오래 탈수록 점점 더 자전거를 닮아간다거나 자전거가 인간화된다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주민들의 자전거를 일부러 숨겼다가 찾아 주는 불법적인 일도 서슴없이 행한다. 이처럼 소설에서 보이는 모든 불합리하고 불가해한 행동에는 어떤 당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어이없어하면서도 경찰관들의 규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 플랜 오브라이언은 소설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상황을 통해 국가 권력이 시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사회를 그려 낸다. 특히 몸의 각 부분은 그 자체로는 꽤 평범해 보이지만 한꺼번에 보면 어딘지 모르게 연결이 어긋나고 비율이 맞지 않아 섬뜩하고 기괴하게 느껴지는 경찰관들을 통해 오브라이언은 부자연스러운 억압과 통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이해하기 힘든 절차와 일들이 무한히 반복되는 작품 속 세계는 주인공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점에서 디스토피아이자 일종의 지옥이다. 다만 이 세계가 우리에게 익숙한 신화적인 공간이 아니라 복잡하고 정교한 기기들이 가득한 기술 문명으로 묘사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경찰관들이 주인공을 데려간, 이른바 ‘영원’이란 공간은 강철 벽과 철판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고, 톱니바퀴와 복잡한 기기들, 전선이 사방에 가득하다. 플랜 오브라이언은 이처럼 독특한 공간을 창조해 20세기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새로운 지옥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