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대와 인간을 가로지르는 소설소설의 중심에는 아름답고 지성적인 러시아 귀족 여성 옐레나가 있다. 낭만적인 조각가 슈빈과 진지한 학자 베르세네프가 그녀를 사랑하지만, 옐레나는 두 사람의 관념적이고 수동적인 삶에서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찾지 못해 갈증을 느낀다. 어느 날 터키의 압제로부터 조국 불가리아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청년 인사로프를 알게 된 그녀는 그에게서 말과 생각에 그치지 않는 진정한 삶의 행동을 발견하고, 결국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하여 그의 대의에 동참한다. 인사로프의 삶은 작품에 역사적 무게를 부여한다.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는 터키 장군에게 유괴당해 살해되고, 아버지는 복수를 시도하다 총살당한다. 그 비극을 가슴에 품고 조국의 해방을 삶의 유일한 목표로 삼는 인사로프의 형상은, 투르게네프가 당대에 요청한 새로운 인간, 즉 관념이 아닌 행동하는 인간의 구현이다.옐레나가 인사로프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연애의 결말이 아니다. 그녀의 선택은 러시아 사회가 더 이상 무기력한 이상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투르게네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사로프는 불가리아로 귀국하는 도중 병사하지만, 옐레나는 부모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불가리아에 머물며 남편의 대의를 계승한다. “드미트리 인사로프의 조국 외에 내게 다른 조국은 없습니다”라는 그 편지의 문장은, 사랑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넘어 역사적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압축해 보여 준다.1860년 발표와 동시에 좌우 진영을 가르며 격렬한 논쟁을 촉발한 『전날 밤』이 을유세계문학전집 148권으로 출간되었다. 크림 전쟁과 농노 해방을 앞둔 러시아 사회의 정신적 동요를 가장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조국 해방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불가리아 혁명가 인사로프와 행동하는 삶을 갈망하며 그를 선택한 러시아 귀족 여성 옐레나의 이야기를 통해, 투르게네프는 무기력한 관념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는 ‘전날 밤’을 묘파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의 형상을 온전히 구현해 냈다.
저자소개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818년 러시아 중앙에 있는 아룔 현에서 부유한 귀족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포악하고 전제적이었던 어머니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부친은 시골의 돈후안이 되어 많은 귀족 부인의 마음을 사로잡거나 하인 처녀와 불륜관계를 맺기도 했는데, 그의 작품 「첫사랑」(1860)에 이런 복잡한 가정사가 엿보이기도 한다. 1827년에 가족 전체가 모스크바로 이주한 후 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열아홉 살 때 첫 번째 시집을 출간했으며, 참된 지식의 원천을 찾아 유럽에서 공부하고자 베를린 대학으로 떠났지만, 2년 후 다시 러시아로 돌아와서 모스크바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1833년 모스크바대학 문학부에 입학하고, 다음 해 페테르부르크대학 철학부 언어학과로 옮겼다. 1836년 대학을 졸업한 후 1838년부터 1841년까지 독일 베를린대학에서 철학·고대어·역사를 배우고, 베를린에서 바쿠닌 등 진보적인 러시아 지식인들과 친교를 맺게 되어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1841년 러시아로 돌아와 서사시 「파라샤」(1843)를 발표하여 비평가 벨린스키에게 극찬을 받으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섰고, 농노의 비참한 생활을 그린 연작 「사냥꾼의 수기」(1851)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843년 스페인 출신 가수였던 폴리나 가르시아 비아르도와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와의 관계는 그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투르게네프는 비아르도의 유럽 순회공연을 쫓아다녔고, 꽤 오랫동안 파리에서 지내면서 그녀는 물론 그녀의 남편과 ‘가족의 친구’로 함께 지냈다.
1847년 [동시대인]지 제1호에 농노의 비참한 생활을 그린 연작 「사냥꾼의 수기」 중 제1작이 발표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된다. 1861년 파리로 떠난 이후 생애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1856년 이후에는 대부분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유럽에서 큰 명성을 얻은 첫 번째 러시아 작가가 되었다. 파리의 문학 서클에서 그는 유명인사였고, 플로베르와 공쿠르 형제는 그의 친구였으며, 옥스퍼드 대학은 그에게 명예학위를 수여했다.
조르주 상드, 플로베르, 공쿠르 형제 등 많은 문인을 만나 가깝게 지냈으며, 특히나 돈독한 사이였던 플로베르를 통해 에밀 졸라, 알퐁스 도데, 모파상 등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들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 모파상은 투르게네프를 가리켜 ‘플로베르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투르게네프는 러시아에서 가장 서구적 색채가 짙은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1840~1870년대의 사회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서정미 넘치는 섬세한 문체, 아름다운 자연 묘사, 정확한 작품 구성, 줄거리와 인물 배치상의 균형, 높은 양식과 교양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집필한 여섯 권의 소설, 『루딘』(1856), 『귀족의 보금자리』(1859), 『전야』(1960), 『아버지와 아들』(1862), 『연기』(1867), 『처녀지』(1877)는 1830년대부터 1870년대 사이의 러시아인들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문학 에세이 및 회고록 이외에도 『시골에서의 한 달』과 같은 희곡, 단편소설, 중편소설 등을 썼다. 그중에서도 중편소설 『사냥꾼의 수기』와 절정기에 쓴 『첫사랑』(1860)은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1883년 파리 교외 비아르도 부인의 별장에서 척추암으로 사망한 그는 유언에 따라 페테르부르크의 보르코보 묘지에 안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