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이거 보통이 아니네

이거 보통이 아니네

저자
김보통, 강선임
출판사
생각정거장
출판일
2019-04-19
등록일
2019-05-08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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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BS 〈윤덕원의 인생라디오〉의 ‘이거 보통이 아니네’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는 우리 모든 보통이들의 이야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들 불만 없이 잘 따르는데

나만 못 견디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



워라밸, 넵병, 감정노동, 시발비용, 극혐, 갑질, 꼰대, 싫어증, 관심병… 신세를 한탄하며 자조하는 듯한 신조어가 넘쳐나는 시대. 어느 틈에 선을 넘는 사람들로부터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강철 멘탈을 장전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감정을 훼손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되는 한 짜증 섞인 불평불만이나 억울한 하소연 대신 모두의 문제로 의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BS 〈윤덕원의 인생라디오〉의 한 코너 ‘이거 보통이 아니네’는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꼈을 불평불만, 고민, 하소연, 짜증, 신세한탄 등을 가감 없이 나눠보는 공론의 장이었다. 패널로 출연한 김보통 작가와 함께 재기 발랄한 청취자들의 톡톡 튀는 사연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단면을 생생하게 들여다보았다. 일상적 고민을 넘어 사회적으로 확대되는 문제의식과 그것을 대하는 자세까지, 그 내용을 작가적 시선에서 재구성하여 책에 담았다.



오늘도 탈탈 털렸는가?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한 소통 공감 프로젝트



늦은 퇴근길, 김보통 씨는 오늘도 곧장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근처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한다. 일이 몰려 몇 주째 야근을 한 탓에 눈만 감으면 바로 잠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도 햄버거를 먹어야겠다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다. 하지만 퇴근길이면 어김없이 허기가 밀려온다. 특히 오늘 낮에 들었던 말을 잊기 위해서라도 뭔가를 먹어야겠다. 김보통 씨의 상사는 보고에 유난히 집착이 심하다. 시시콜콜한 사안도 다 자신에게 보고하기를 원한다. 물론 거기까진 업무 스타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보고를 할 때마다 날아오는 상사의 코멘트다.

“겨우 이딴 기획안 쓰고 잠이 오냐? 연봉이 아깝다 아까워.”

“이래서 학벌을 무시할 수가 없다니까. 답답하다 답답해.”

지적을 넘어서는 비아냥거림과 인격모독에 김보통 씨의 멘탈은 너덜너덜해지곤 했다. 그런 날이면 퇴근길에 햄버거를 우걱우걱 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김보통 씨. 그런데 오늘따라 주문을 받는 점원이 무뚝뚝하게 느껴진다. 아니, 좀 신경질적인 것도 같다. 뭐지? 점원 교육 안 시키나? 내 돈 내고 사먹는데 이 불쾌한 기분은 뭐지? 클레임이라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란다. 독기가 한가득인 자신의 얼굴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서다. "왜? 기분 나빠? 당신이 받는 월급에 이런 것도 다 포함돼 있어!"



홧김에 지른다! ‘시발비용’



비속어인 ‘시발’과 ‘비용’을 합친 이 신조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을 뜻한다. 이런 신조어가 생기고 공감을 얻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직장인들의 택시 이용률에 대한 조사였는데, 하루 평균 1회 택시를 탄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택시를 이용하는 이유였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 절감(37.1%)’이었지만, 그 뒤를 이은 이유가 바로 ‘직장 스트레스‘였다. 다시 말해,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타거나 걸어가도 될 거리인데도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홧김에 택시를 타는 경우가 무려 28.6%나 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많다. 홧김에 치킨 시키기, 홧김에 충동구매하기… 재미로 승화시키긴 했지만, ‘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정말 당연한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단순히 업무를 수행할 때 받는 스트레스 외에도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오는 압박감, 고객이나 상사에게서 받는 모욕 같은 것들도 ‘사회생활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당신이 받는 월급에 모욕과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것이 다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까지 수긍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네’도 아닌 ‘넹’도 아닌 ‘넵’ 병



모두가 언제든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대면을 하거나 전화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말이든 한밤중이든 업무 연락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겼다. 사무실에서는 불편한 공기가 감지되면 슬쩍 자리를 피할 수 있었지만 단체채팅방에서는 도망칠 수 없었다. 숫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었고, 어떤 답을 얼마나 빨리 하는지도 모두 기록된다. 상사의 시시콜콜한 농담까지도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해야 한다. “넵”은 아마도 대답의 고통에서 찾아낸 단어였을 것이다. “네”는 너무 건조하다. 자칫 성의 없음으로 반항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넹”은 부드럽지만 장난스럽다. 분위기가 안 좋을 때는 불똥 튀기 딱 좋다. “넵”, 그래 “넵”은 너무 형식적으로 대답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공손한 느낌이다. 때에 따라서는 “네~”와 “네!”를 섞어서 쓰면 딱 좋다. 같은 처지의 동료들끼리 “맞아 맞아”를 외치다가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고민해야 할 문제야?’



내가 ‘꼰대’라니…



재밌는 통계가 있다. 직장인 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직장 내에 꼰대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77%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데 “자신을 꼰대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1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나머지 82%는 ‘나는 꼰대가 아니야’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77%와 18%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격차가 너무 크지 않은지? 다른 사람들이 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는 꼰대가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난 꼭 꼰대가 되고 말거야’ 이런 꿈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너무 무섭겠다. 아마 대부분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대화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나 행동이 간섭으로 받아들여지면 당황스럽고 억울할 수 있다. 그래서 “역시 요즘 애들이 이렇다니까” 한다면? 그 순간 꼰대가 된다.



어쩐지 남 얘기 같지 않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우리 모두는 ‘김보통 씨’다. 보통의 삶을 추구하지만 보통이 되기도 참 힘든 세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언제 감정이 훼손당했는지도 모르고 지쳐 퇴근한 지금에서야 뻐근함이 느껴지는가? 오늘 하루의 회포를 풀 듯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수다를 떨어보자. 그간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누군가의 울음인지, 웃음인지, 불평인지, 신음인지부터 알아채야 달래주든, 손을 잡든, 대신 따져주든, 위로해주든 할 수 있을 테니까. 우리 모든 보통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 본문 속으로



평범해 ‘보이는’ 하루, 하지만 그 하루를 ‘살아내는’ 것은 결코 보통 일이 아니다. 만약 정말로 ‘보통의 삶’이라는 게 있다면, 그리고 딱 그 보통을 원한다면, 노력도 보통만큼만 요구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는 보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 경쟁은 너무 치열한데, 안전장치도 딱히 없다. 계속 달리느라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폐가 터져버릴 것 같아도 멈추는 것은 두렵다. 이대로 세상의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보통의 삶’에서 영원히 멀어질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 ‘잃어버린 워.라.밸.을 찾아서’ 중에서



‘다른 일을 하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 때 바로 행동할 수 있고 이동이 쉬워야 좋은 사회다. 도망치고 실패하고 낙오하는 사람까지도 챙길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그런 사람한테도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못 견디고 나가는 사람에게 약하다, 사회생활을 못한다, 그렇게 물러서 되겠냐고 비난하는 것은 점점 살기 힘든 사회를 만들 뿐이다.

- ‘퇴사라는 꿈’ 중에서



‘감정 노동’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벌써 꽤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마트에서 계산을 하는 분들에게 의자가 주어지고, 콜센터 직원에게는 인격모독 발언을 들었을 때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여전히 백화점 직원을 무릎 꿇리고, 패스트푸드점 직원에게 햄버거를 던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분노하면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시발비용’이라는 신조어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시.발.비.용. 비속어인 ‘시발’과 ‘비용’을 합친 이 신조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을 뜻한다.

- ‘감정 노동에서 시발 비용까지’ 중에서



갑을병정. 이 한자들을 처음 접했던 건, 아마도 학창시절 한자나 역사 수업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갑자사화나 을미사변 같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배우며 갑자년, 을미년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대충 알고 넘어갔던 것 같다. 그때까지 ‘갑’과 ‘을’은 단지 순서일 뿐, 무슨 특별한 의미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에 쓸 일도 없었으니까. ‘갑’과 ‘을’을 다시 만난 건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계약서’라는 것을 처음 쓸 때였다.



- ‘갑질’ 중에서



친구들과 만나면 종종 “나는 아직도 20대 같은데…”라는 말을 하게 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 놀리고 깔깔거리다 보면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건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나 맞는 말이다. 지금 내 마음이 20대와 같더라도 지금의 20대와는 다르다. 상황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다. 내가 그 나이를 지나왔다고 해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안타깝고 도움을 주고 싶은 마

음에 나도 모르게 “내 생각에는 말이야” 하고 말을 보태고는 돌아서서 후회할 때가 많다. 그럼 차라리 아무런 조언도 하지 말라고? 그건 너무 각박하지 않냐고? 그렇다. 상대가 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 ‘내가 꼰대라니’ 중에서



싫어증, 번아웃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현상은 ‘무민세대’의 등장이다. ‘무민’이란 단어가 익숙하다면 핀란드의 작가 토베 얀손이 쓴 동화책 주인공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마를 닮았지만 실은 북유럽 신화 속 트롤에서 따왔다는 이 캐릭터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무민세대’는 이 무민과 관련이 없다. 없을 무‘無’에 의미를 뜻하는 영어 단어 ‘mean’을 더해, ‘의미 없음’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를 가리킨다고 한다. “아이고, 의미 없다”는 유행어와도 연결된다.

- ‘싫어증’ 중에서



거절을 잘 못하는 김보통 씨, 화가 나도 꾹 참는 김보통 씨도 그렇다. “사람 참 좋다”는 칭찬마저도 이제는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어느새 그 말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이미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콤플렉스를 간단히 이야기하면 ‘마음 속 응어리’다. 제대로 풀지 못하고 뒤죽박죽된 채 뭉쳐져 있는 덩어리를 응어리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착한 사람으로 불리지만, 착하기만 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고, 그렇지만 또 착하지 않은 행동을 할 자신은 없는 복잡한 감정이 착한사람 콤플렉스다. 주위에서 특별히 착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갈등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 ‘나를 지키는 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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