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밀찰살인

밀찰살인

저자
박영규
출판사
교유서가
출판일
2019-04-29
등록일
2019-05-17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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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주상의 병을 고쳐야 한다!



절대 군주를 꿈꾸던 정조는

어떻게 일어서고 어떻게 쓰러졌을까?



심환지가 남긴 300여 통의 밀찰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깊이 있는 서사, 치밀한 구성, 압도적 몰입도!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상상력으로 일군 역작



300만 베스트셀러 실록사가 박영규 표 역사소설

‘한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로 유명한 박영규 작가가 8년 만에 쓴 장편소설 『밀찰살인』을 출간한다. 이 작품은 조선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팩션으로, 이야기는 특별한 종이를 만든 한지 장인 부부의 죽음부터 정조 즉위 공신이자 벼슬을 내려놓은 채 은밀하게 주상이 내린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에 익사한 정민시, 평생 관직을 멀리한 팔순의 의원 이경화의 암살로 이어지는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정약용, 박제가, 백동수, 오유진의 활약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 간의 암투를 속도감 있게 다룬다. 당시 조정의 붕당 상황과 이를 물밑에서 치밀하게 이용하는 정조의 치세술, 그리고 정조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증의 원인과 처방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다니는 정약용, 나아가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엄청난 음모를 다루고 있어 한 편의 미스터리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밀찰살인』은 역사물에서 국내 최고의 필력을 자랑하는 박영규 작가의 야심작이다. 18세기 붕당의 구조와 문화사회상, 서학(천주교)의 국내 유입과 박해, 한의학과 법의학, 종이를 만드는 기술 등의 사료에 근거해 쓴 작품으로, 어디서부터 역사이고 어디가 소설적 상상력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치밀하게 당대의 상황을 재구성하여 읽는 재미와 더불어 역사에 대한 지적 흥미를 자극한다.



“누구든 가장 잘하는 일 때문에 화를 입는 법.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법이니까.”



자살로 위장한 타살의 배후는…

우포청 포도부장 오유진은 거지들이 모두 얼어죽을 만큼 추운 경신년(정조24) 정초, 산속에서 목을 맨 시체 두 구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는다. 시체는 지작장이 부부로, 광목에 졸린 목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목을 매었을 때 나타나는 붉은 시반을 보였고, 그외에 저항한 흔적이나 가격을 당한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어 자살로 보였다. 하지만 시신을 옮겨 시간을 두고 좀더 들여다보고는 목을 매는 데 사용한 광목의 두께와 목에 나타난 시반의 두께가 다르게 나왔고, 광목을 묶은 나뭇가지에 껍질이 벗겨지거나 흔들린 자국이 전혀 없었다. 자살의 증거는 많지만, 타살의 반증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상황. 오유진은 예전 군관으로 근무할 때 인연이 된, 의학과 검시에 조예가 깊은 당대 최고의 천재로 소문난 정약용에게 도움을 청한다. 정약용은 목탄가루를 꺼내 물과 섞은 다음 시신의 목에 바른 후 시반의 색깔을 보고는 범인은 일반인이 아닌 검시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자가 교묘하게 액사로 조작한 타살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4년 전에 생겼다는 산속 지작소 부근에는 인가도 없고, 인근 지작장이들과의 교류도 없었다. 한지를 만드는 관청에서 근무하는 장인에게 죽은 지작장이의 종이를 보여주는데, 그는 40년간 한지를 제작했지만 평생 처음 보는 종이라며 특이한 재질과 제작방식에 감탄한다.…



“승냥이들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호랑이뿐이었다. 그것도 굶주린 호랑이여야 했다. 홍국영과 김종수, 채제공이 모두 그런 호랑이였다. 하지만 호랑이도 배가 부르면 다시 승냥이떼가 되었다. 그 승냥이들을 흩어놓기 위해서는 다시 또 한 마리의 굶주린 호랑이가 필요했다. 그래서 시파가 승냥이떼가 되었을 때 이산은 굶주린 심환지를 불러들여 호랑이로 키웠다.”



왕도정치를 꿈꾼 정조, 폐족에 처한 정약용과 심환지의 처세

이 작품의 묘미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 정공법으로 승부를 걸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이들의 심리묘사에 있다. 이들은 자신이든 자신이 몸담고 있던 조직이든 권력에 의해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 무엇보다 왕권을 강화하고 조정의 기관을 무력화시키며 붕당의 주인이고자 했던 정조의 심리 묘사와, 위태로운 남인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주상의 치료책을 찾아야 하는 정약용의 사투, 그리고 폐족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정조와 밀찰을 주고받는 벽파의 영수 심환지의 심리 묘사나 노회한 처세술이 무엇보다 재밌는 읽을거리다. 사료에 대한 세밀한 고증과 치밀하고 꼼꼼한 플롯으로 당대의 상황을 복원하여 몰입감을 높여주고, 왕도정치로 조선의 부흥을 꾀한 정조의 병과 연이은 살인사건을 놓고 당대 최고 인재들 간의 목숨을 건 두뇌게임이 이 소설의 압권이다.





♣ 책 속으로



“하지만 정약용은 채제공과는 견해가 조금 달랐다. 그는 남인은 주상의 보검이 아니라 주머니 속 단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비록 주상은 남인을 키워 노론과 소론을 견제하는 도구로 사용하기는 했으나 결코 보검이 될 정도로 갈고닦지는 않았다. 그저 주머니 속에 넣고 언제든지 꺼내서 노론과 소론을 위협하는 존재로 한정했던 것이다. 정약용은 한 번도 그런 내면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비록 마음속으로 품고 있었다 해도 그것은 근본적으로 주상에 대한 의심이었고 막상 쓰임이 다해 버려졌다는 생각에 이르자 그 의심은 다시 마음 한구석에서 배신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는 그 의심에 뿌리를 둔 배신감을 불충이라는 말로 대신했던 것이다.” _40쪽



그렇다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고 묻고 따질 대상도 아니었다. 주상은 지나치게 치밀하고 지나치게 은밀했다. 어떤 때는 무섭게 호통을 치며 저 지방의 볼품없는 자리로 내쳤다가 느닷없이 소환하여 요직에 앉히고 은밀히 밀지를 내려 마음을 챙기고 어루만지기를 반복했다. _60쪽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것은 신하 된 도리이지만, 군왕이 곧 나라인 것은 아니다.” _61쪽



그리고 이 서찰은 태워 없애라. 과인이 이판에게 서찰을 보낸 사실뿐 아니라 서찰의 내용도 모두 비밀로 해야 할 것이다. 혹 말이 샌다면 모두 이판의 입에서 새어나간 줄 알 것이다. 벌써 바람이 차다. 노구에 건강 유의하기 바란다. _67쪽



“그 새파란 나이에 그런 모략을 꾸몄다면 지금은 어떻겠는가? 지금 금상의 나이 마흔을 훌쩍 넘겼네. 지금쯤이면 가슴속에 꼬리 아홉 달린 여우를 100마리는 키우고 있을 걸세. 여느 왕 같으면 백 살을 먹어도 결코 주상의 음흉함을 따라잡을 수 없을 걸세.” _77쪽



배신이란 늘 가장 믿었던 자로부터 시작되기에 왕은 결코 그 어느 누구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되었다. 배신이란 곧 믿음 위에 피는 악의 꽃이었다. 그 꽃이 피는 순간 신하는 없고 원망 어린 죽음만 남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왕이 되는 순간 친구, 스승, 형제, 가족도 존재할 수 없었다. 왕이 잠시 한눈을 파는 순간 가장 먼저 배신의 칼을 휘두를 자들이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_91쪽



업적을 쌓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일은 하루아침에도 가능한 법이었다. _162쪽



“중국 황실에서는 황제가 병을 앓으면 그와 유사한 병증을 앓는 사람을 데려다 먼저 처방전에 적힌 대로 약을 먹여보지. 그러고 나서 효험을 보이면 그제야 황제에게 약을 쓰는데, 이때 황제를 대신해 약을 먹는 사람을 대립 환자라고 한다네. 하지만 황제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없으면 멀쩡한 사람에게 이런저런 독을 먹여 황제의 병증과 유사한 증세를 가진 환자를 만든다네.” _186쪽



“전하는 앞에서는 선한 얼굴로 신하를 교화하시고 뒤에서는 음흉한 얼굴로 살인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이 폭군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전하는 앞에서는 모든 신하의 어버이인 것처럼 온갖 자애로움을 보이시고, 뒤에서는 모든 신하를 허수아비로 삼아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이 폭군이 아니면 무엇이옵니까? 연산군이 드러난 폭군이라면 전하는 숨어 있는 폭군이시니, 연산군보다 더 질 나쁜 폭군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_212쪽



왕위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서고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의 독서실이자 서고인 개유와(皆有窩), 이산 자신이 직접 붙인 이름으로 굳이 해석하면 ‘모든 것이 있는 집’이었다. 그에게 책이란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고, 모든 것을 숨길 수 있으며, 모든 것이 숨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이름에 굳이 숨어 있을 수 있는 집을 의미하는 ‘와(窩)’를 붙였다. _262쪽



본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니,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 무엇으로 살든 살아 있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지. _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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