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섹스 앤 더 시티〉가 백악관에서 만났다!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소설가 백영옥 · 이영희 기자 추천
우연히 오바마 대통령의 속기사로 일하게 된 그녀 앞에 펼쳐지는
솔직 발랄 100% 리얼 스토리
우연히 발견한 구인공고에 큰 기대 없이 지원했는데, 알고 보니 백악관의 속기사를 뽑는 것이었다면? 게다가, 대통령과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일이다. 소설이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테지만,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통통 튀는 에너지가 넘치는 이 이야기는 한 젊은 직원의 눈을 통해 바라본 오바마의 백악관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가 풀어낸 백악관 스토리는 어느 소설보다 흥미진진하고, 그 어떤 회고록보다 매력적이다. 고군분투하며 일을 배워나가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면서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은 손에서 책을 놓기 힘들게 만든다.
어느 날 도착한 한 통의 편지
“사실 이것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근무하는 일입니다”
이메일 한 통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뀐 사람이 있다면 과연 믿겨질까? 소설이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이 끔찍이도 싫고 아무도 읽지 않을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이 반복되는 백수의 나날을 보내던 중 오바마 대통령의 속기사로 일해줬으면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회사에서 타이피스트를 뽑는다기에 별다른 고민 없이 지원했는데, 알고 보니 백악관의 속기사를 뽑는 공고였던 것이다.
《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의 시작이자, 모두 이 책의 저자 벡 도리-스타인이 실제 겪은 일이다. 단기 교사를 비롯해(그는 한국에서도 영어 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살아가던 스물여섯 그녀의 생활은 대통령과 세계를 움직이는 엘리트와의 생활로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눈 떠보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백악관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백악관에 들어간 날부터 5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백악관 동료들과 함께한 풍경을 세밀화로 그려내기 시작했고,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완성해냈다. 그녀만의 통통 튀는 유머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이렇게 달콤하게 느껴지는 백악관 이야기가 또 있을까?
주의: 이것은 당신 아버지 세대의, 검은 음모로 칠해진 백악관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치적 암투와 공작, 검은 음모와 계략, 엄숙하고 무거운 공기. 백악관과 그 안의 분위기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들이다. 여기에 또 하나 더하자면, 남자들의 이야기. 벡 도리-스타인이 그려낸 백악관에는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속임수와 술수는 등장하지 않는다. 주변의 눈초리에도 아랑곳 않고 핑크 슈즈를 신고 자신의 방식으로 일하고 우정과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백악관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달콤하고 따뜻하며 평범하다면 평범하다. 되레 《하우스 오브 카드》로 접한 백악관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하기야, 백악관 생활도 여느 직장 생활과 다르지 않은 점이 한두 개는 있지 않겠는가. 처음 만난 동료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시간과 함께 자연스레 우정이 싹트고, 그중 누군가와 썸을 타고 연인이 되고 헤어지는 일의 반복. 눈코 뜰 쌔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속삭인다. 그리고 기대와 설렘, 실망과 상처 사이에서 하루하루 성장해간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장소에서 벌어지지만 오히려 특별하지 않아서, 그래서 읽는 이의 마음을 잡아당긴다.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 청춘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이야기가 책의 한쪽 면이라면, 다른 한쪽 면은 그녀와 발걸음을 함께하는 세계 여행기 또는 오피스 드라마다. 인도, 캄보디아, 버마, 탄자니아,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멕시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떠나는 출장길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모든 직원과 친근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인 모습은 물론이고, TV 화면에서 보던 모디 총리, 아웅산 수찌, 조지 W. 부시의 모습이 아닌 진짜 캐릭터를 엿볼 수 있다. 또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교도소를 방문한 오바마의 연설을 들으며 느낀 감정,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잔혹한 테러 현장에서의 슬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저자의 시선은 위로 향하는 동시에, 옆과 아래도 빼놓지 않는다. 한 개의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십 명의 직원들, 보통 회사원처럼 퇴근 후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 없어서 안 되는 역할이지만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백악관 내 사람들도 놓치지 않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그는 주목받는 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 모두에게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글로 써내려 가는 재주를 가졌다. 이 이야기가 진짜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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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사 ?
직업란에 줄곧 ‘백수’라 적던 실패의 나날, 오바마의 속기사로 일해도 좋다는 백악관의 통보가 왔다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풀 기자단과 미디어 전세기를 타고 G2 회담 장소로, 모디 총리를 만나러 인도로 직행하는 인생도 흥미롭지만, 회사 러닝머신 옆에서 “그거보단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텐데요?”라고 말을 건네는 사람이 무려 대통령이라면 말이다. 같은 속옷만 입고 출퇴근한 지 며칠째, 실수로 새벽 5시가 아니라 오후 5시로 알람을 맞추는 바람에 대통령 자동차 행렬의 출발을 놓칠 뻔한 현장이 미드처럼 펼쳐진다.
“유명 인사의 이름을 잘 아는 친구인 양 팔고 다니면서 정치판에 끼고 싶어 안달하는 얼간이. 난 그런 인간들을 ‘워싱턴족’이라고 불러!”
정치에 대한 이미지는 워싱턴족이나 여의도족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진짜’인 건 오바마 케어가 어떻게 통과됐는지(트럼프 첫 공식업무가 오바마 케어 폐지였다), 전쟁을 불사했던 아들 부시의 진짜 캐릭터가 어떤지, 낸시 펠로시 위원이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패션이 심리적 탈출구가 없는 ‘웨스트 윙’ 생활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짜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취직 전에 만난 백수 애인과 취직 후 직장 동료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주인공의 심리 풍경은 어떤 연애학 개론보다 생생하다. ‘헤어질 뻔’과 ‘사귈 뻔’ 사이의 일이 어디 남 일인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자조한다 해도 이 얘기는 요란스런 정치 한복판 사이, 성장에 관한 얘기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백악관 판이라고 해야 하나.
- 백영옥, 소설가
읽다 보니 슬슬 부아가 치민다. 뭐야, 이 사람 너무 부럽잖아. 이십 대에, 백악관 직원이 돼 에어포스원으로 세계를 누비고, 오바마 대통령과 러닝머신 옆자리에서 뛰는 삶이라니! 게다가 매력적인 남자들과 계속되는 ‘썸’은 무엇? 하지만 가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저자의 담백함과 유머 덕에 시샘을 주섬주섬 챙겨가며 끝까지 읽게 된다. 그러다 결국 저자의 유쾌한 에너지에 감화되고 말았으니…. 그래, 언젠가 내게도 상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올지 누가 알아. 그러니 ‘큰 꿈을 꾸자고!’
- 이영희, 〈중앙일보〉 기자 · 《어쩌다 어른》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저자
“당신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나요?” 거대한 역사의 현장 앞에서 하나의 미션에 투신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역사의 한 단락을 올바로 써 내려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백악관 안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또한 그 화려함 이면에서 무엇 하나 마음처럼 되지 않고 찾아오는 좌절과 무력감, 욕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 기꺼이 온몸으로 사랑에 상처받고 그에 잠식되기도 하는 한 여성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빛을 발하는 그녀의 대담한 입담과 유머를 속절없이 따라가다 보면 신선한 관점으로 오바마 정권에서 벌어진 사건들과 역사의 흐름을 생생하게 함께할 수 있다.
- 조은수, 작가 ·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저자
백악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정치 스릴러물을 볼 때마다 주인공들의 화려한 수사에 한 번 반하고, 정치의 섹시함에 두 번 매료된다. 지성과 개성을 고루 겸비한 정계 엘리트들과 한 지붕 아래에서 일한다면 매일이 짜릿한 정치 드라마 같지 않을까?
백악관 속기사로 지낸 벡 도리-스타인이 그리는 백악관에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배신이나 암투 따위는 없다. 그의 백악관 생활은 오히려 오피스 시트콤이나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백악관에도 ‘또라이’ 질량 불변의 법칙은 존재하며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격무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이 꽃핀다. 여타 직장처럼. 하지만 그 ‘보편성’이 백악관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 책을 비범하게 만든다.
- 김나연, 작가 ·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저자
“중독성 있는 책 읽기 경험을 선사한다. 도리-스타인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모든 디테일을 흡수해 참신하고 솔직하고 유머 넘치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녀의 직업은 속기사지만, 이건 타이핑이 아니라 ‘진짜 글’이다.
이 책을 두고 ‘〈웨스트 윙〉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만났다’고 하는데, 나라면 ‘C-Span이 〈섹스 앤 더 시티〉를 만났다’고 표현하겠다. 도리-스타인의 야무지고 씩씩한 성격과 그녀의 반짝이는 글 때문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녀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상적인 낙관주의, 경이로움을 느낄 줄 아는 섬세한 감성, 〈워킹 걸〉 여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용기를 결코 잃지 않는다. 이 책이 희망의 스토리인 이유다.”
- 폴 베갈라, 〈뉴욕타임스〉(편집자의 선택)
“도리-스타인은 위트와 자기비하적인 유머를 구사하면서도 워싱턴 사회의 거만한 속물근성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녀야 하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직업에 몸담았던 시간을 회상하면서 뛰어난 필력과 유머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 〈월스트리트저널〉
“몇 주 전에 내가 평소 걱정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퇴근길에 열차에서 이 책을 정신없이 읽던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책에서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니 약간 낯선 풍경이 지나갔다. 난 생각했다. ‘응? 오늘은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네.’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거였다. 백악관의 오바마 바로 곁에서 일했던 도리-스타인의 이야기에 너무 푹 빠져 있다가 내가 내릴 역을 한참이나 지나버린 것이다.”
- 〈리파이너리29〉(2018년 7월 최고의 신간)
“역사적 교훈의 장면과 흥미로운 TV 드라마를 동시에 보는 기분이다. 도리-스타인은 예리하고 허심탄회하고 종종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이 회고록에서 인정사정없는 솔직함을 발휘하고 있으며, ‘위를 올려다봐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 대통령에게 배운 모든 것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 〈북리스트〉
“유쾌하고 재밌다. 도리-스타인의 글에서는 솔직함과 자신감이 뿜어져 나온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버락 오바마의 연설문 작성자가 되는 것은 늘 내 소원 목록 제일 위에 있었다. 오바마의 속기사로서 직접 경험한 백악관 이야기를 담은 벡 도리-스타인의 회고록이 나를 그 꿈에 가깝게 데려다주었다. 나의 영웅 바로 곁에서 함께 일하는 과정을 생생한 일화로 접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일과 사랑을 누비며 자신만의 길을 찾는 도리-스타인의 여정에 내내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 자다 고메즈, 〈버슬〉
오바마의 속기사 벡 도리-스타인은 브리짓 존스의 미국 버전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에어포스원을 타고 세계를 누빈 주인공이 겪은 파티와 ‘밀당’의 우여곡절이 경쾌하고 흥미롭게 펼쳐진다.
- 〈스핀오프(thespinoff)〉
? 책 속으로 ?
취업, 정말 할 수 있을까? 갈수록 암울해지는 날들의 연속이다. 모아놓은 돈도 떨어져가고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도 없다. 경기 대침체 때문에 웬만해선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던 아빠 말이 맞았던 걸까? 2011년 가을, 지금은 무급 인턴 자리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 물론
무급이라면 사양할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샬럿과 나는 아침마다 주방 식탁에 앉아 꾸역꾸역 노트북 컴퓨터를 켠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과연 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점점 자신감이 줄어든다.
내 자신감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샘이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을 보내준다. ‘인생의 경험이라는 점들이 어떻게 연결돼 그림이 완성될지는 미리 알 수 없다. 나중에 되돌아봐야만 알 수 있다. 그러니 그 점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것임을 믿어야 한다.’ 나는 이 말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종이에 파란색 크레용으로 적어 냉장고 문에 붙여놓는다.
- 인생의 점들은 나중에 연결된다
첫 출근하는 월요일 아침 일찍 페기에게서 이메일이 온다. ‘우리 사무실은 EEOB 5층입니다. 백악관 서쪽에 있는 큰 건물이에요. 아직 정식 직원증이 없으니 방문객용 출입구로 들어와야 합니다. 신분증 꼭 지참하세요. 제 오늘 스케줄에서 당신을 위한 시간을 이미 빼놓았습니다.’ 백악관으로 출근한다는 생각에 너무 들뜬 나머지 마지막 줄을 못 보고 화면을 닫을 뻔한다. ‘한식구가 된 걸 환영합니다.’ 소름 끼치게 기분 좋다.
- 1막 한식구가 된 걸 환영합니다
러닝머신을 완전히 멈추고 숨을 고르는데, 곁눈질로 흘긋 보니 오른쪽 러닝머신에 누군가 올라선다.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거보단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텐데요.” 그 사람이 말한다. 나는 농담을 건네는 남자가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려본다. 대통령이다.
“다들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것 같죠?”
대통령이 주변에 있는 보좌관들을 향해 묻는다. 내 빨간 얼굴이 더 새빨개진다. 다들 웃고 대통령도 웃는다. 나도 따라 웃어야 하는데 웃음이 안 나온다. 너무 놀라 얼이 빠져서.
“더 빨리 달릴 수 있었잖아요.”
대통령이 윙크를 하며 내게 말한다. 대통령은 검정 캉골(Kangol) 야구모자에 검정 바지, 검정 티셔츠 차림이다. 운동할 때 늘 입는 복장이다. 모자챙 밑에서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껌을 씹으며 대통령이 거듭 말을 걸어오는데도 나는 꿀 먹은 벙어리다. TV에서만 보던 연예인을 눈앞에서 맞닥뜨린 기분이다. 뭐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이 당최 떠오르지 않는다. 짐 쌀 때 깜빡하고 디오더런트를 안 챙긴 게 퍼뜩 생각난다. 지금 내게서 풍기는 땀 냄새가 장난 아닐 텐데! 대통령은 지독한 냄새 나는 벙어리 아가씨와 정감 어린 농담을 나누는 일은 애초에 포기하고 〈스포츠센터(SportsCenter)〉 프로그램을 찾으려고 TV 채널을 휙휙 넘기고 있다.
- 떠들썩한 정장 군단
나는 남자 좀 그만 밝히라고 리사를 놀린다. 그리고 이런저런 요긴한 정보를 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 한 가지. 콜은 나보다 겨우 한 살 더 많다고 한다. 20대 중반인데 벌써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인사가 되었다니. 그리고 나는…, 그냥 속기사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포터스의 말대로 큰 꿈을 꾸는 것, 그게 중요하다.
- 큰 꿈을 꾸어라
“꿈꾸던 삶을 살고 있어요? ‘꿈꾸던 삶을 산다’는 말은 백악관 세계의 생활을 표현하는 우리만의 은어 같은 것이다. 놀랍고, 스트레스 넘치고, 피곤하고, 낙담할 때도 많지만 내가 누구 밑에서 일하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떠올리는 순간 그 모든 게 감내할 만한 것이 되는 그런 생활. 그리고 ‘꿈꾸던 삶을 살고 있어’라는 말은 친구나 가족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지금 당장 누군가 날 도와주지 않으면, 5분이라도 쉬지 못하면, 지금 당장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일주일 동안 휴가를 떠나지 못하면 조만간 누구 한 명 죽일지도 몰라’라고 쓰고 싶을 때 대신 쓰는 말이기도 하다.
- 위를 올려다보라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후 나는 연설 원고를 전송하고 나서 어두운 사무실에 홀로 앉아 눈을 감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아주 오랜만에, 이토록 절망하고 슬펐던 적은 없으므로, 나는 기도를 드린다. 고개를 숙이고 26명의 희생자에게 약속한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그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 지독한 슬픔의 물결
“당신은 백악관 직원이에요. 중요한 일을 하는.”
나는 지금껏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로렌스가 그렇게 말해주기 전까지는. 그저 내가 이곳 백악관에서 가장 중요도가 낮은 하찮은 직원이라고, 원숭이나 기계를 시켜도 할 수 있는 원초적이고 쉬운 일을 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로렌스와 나는 중앙관저로 향하는 긴 콜로네이드를 따라 걸어간다. 우리는 말없이 걸으며 로즈 가든을 눈에 담는다. 1월인데도 로즈 가든은여전히 아름답다.
-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무도 모르지만 사실 이 비행기 안의 누군가는 어제 입었던 속옷을 그대로 입고 있고, 또 누군가는 실수로 새벽 5시가 아니라 오후 5시로 알람을 맞춰놓는 바람에 오늘 아침 대통령 자동차 행렬의 출발을 놓칠 뻔했을 것이다. 우리는 조금만 시간을 착각해도, 조금만 정보 업데이트에 차질이 생겨도, 약간의 문자메시지 실수만 발생해도 개인적으로나 팀 전체에 엄청난 낭패를 초래할지 모를 긴장감 속에서 산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각자의 직급을 잠시 잊은 채 ‘나’라는 개인이 되어 있다. 각자의 출신 배경과 미래, 옛 애인이나 전 배우자나 몸이 아픈 반려동물, 속 썩이는 부모님과 상처받은 가슴과 커다란 꿈을 가진 개인들. 어떤 이들은 방문했던 국가에서 겪은 재밌는 일화를 들려주는 대통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모두 똑같이 정신이 어질할 만큼 지독한 피로감 속을 헤엄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놀랍게도, 꿈속이 아니라 진짜 현실에서 에어포스원을 타고 지구를 반 바퀴쯤 돌아 날고 있다는 것. 우리는 행운아다. 진짜 더럽게 운 좋은 행운아다.
- 해를 뒤쫓아 날아가며
이 사람들을 정예 군단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 한 명 한 명을 존경과 감탄의 눈으로 쳐다보는 동안에도, 우리가 지상에서 수천 미터 떨어진 상공의 보잉 747기 안에 있음에도 정예 군단이 아닌 또 다른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떠올린다. 대통령의 출장이 무사히 진행되도록 만드는 그 수많은 사람들은 정예 군단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들의 노력은 촘촘한 거미줄과 나뭇가지처럼 뭐라 설명하기 힘든 방식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혹시라도 에어포스원이 공격을 당하면 기체를 재빨리 틀 수 있는 조종사부터 대통령 방문지의 교통을 통제하는 현지 경찰관들, 기내 승무원들, 대사관 직원들, 주차 관리자들, 자원봉사자들, 의료진, 카펫 관리자들에 이르기까지. 화려하고 시끄러운 집회장에서는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없다. 무대의 조명이 환하게 들어오고 음악이 켜지는 순간 모든 일벌들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무한하게 연결된 그들의 노고와 보이지 않는 희생이야말로 무엇보다 값지고 감사한 것이다.
- 해를 뒤쫓아 날아가며
“샘과 관계가 회복돼서 다시 만나게 되면 말이야, 이걸 꼭 기억해. 샘이 그의 꿈을 좇는 것처럼 벡도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거.” 포트 헌터(Port Hunter)에서 같이 저녁을 먹으며 아멜리아가 말한다.
- NG 모음
마서스비니어드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저녁에 제이슨이 내 방을 찾아온다. 그는 자신이 내게 부족한 남자 같다고, 브룩과 다시 잘해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당신은요?”
“이제부터 좋은 사람이 되려고. 그래서 브룩에게 돌아가는 거고.”
그가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제이슨은 마지막으로 내 입술과 머리에 가볍게 입술을 눌렀다 뗀다. 그가 방을 나간다. 내 눈에서 눈물이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린다. 어린애가 된 기분이다. 진정하라고,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일수록 더 서럽게 눈물이 쏟아진다. 제이슨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관계에 대해서도, 나머지 모든 것도 전부 다.
- NG 모음
1월이 끝나갈 무렵,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2014년을 행동하는 해로 만들자고 강조한다. 의회 앞에서 대통령은 “제게는 펜도 있고 폰도 있습니다”라고 말한다(행정명령에 서명할 수 있는 펜과 기업가들 및 정계 외부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동원할 수 있는 폰을 이용해 목표하는 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말-옮긴이). 나는 늦은 저녁 속기사 사무실에 앉아 대통령의 말을 타이핑하면서 깨닫는다. 나도 역시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 발바닥 파열
“나의 대통령 임기는 이제 4쿼터에 접어듭니다. 흥미진진한 장면은 4쿼터에 나오기 마련입니다.”
마지막 쿼터에서는 나태하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나는 부지런히 외곽슛을 쏘고, 리바운드를 잡고, 공을 가로채고, 블로킹을 하고, 반칙을 당해 자유투를 얻고, 종료 버저가 울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뛸 준비가 돼 있다. 언젠가 마이클 조던이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고, 어떤 사람들은 간절히 소망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일이 일어나게 만든다.”
자, 이제 시작이다.
- 리더, 외로움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David Foster Wallace)는 자유란 “매일매일 수도 없이 보잘것없고 사소하며 대단치 않은 방식으로 진심으로 타인을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나는 비록 샘과 아멜리아를 배신하고 가짜 우상에 속아 넘어갔을지라도 여전히 타인을 걱정하고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껏 오빠와 여동생을 진심으로 도와준 적이 얼마나 많던가? 친구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기꺼이 도와주지 않았던가? 나는 외면하지 않고 손을 내민다. 그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사소하고 대단치 않은 방식으로 희생할 줄 안다.
나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왜고니어가 집 앞 진입로로 들어설 때 생각한다. 그래, 나는 ‘마음을 다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야. 지금까지는 찌질이, 멍청이였지만 얼마든지 더 나아질 수 있어. 더 나은 인간이 될 거야. 지금 당장은 모든 게 혼란스럽고 엉망이지만 그래도 난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호프 말이 맞다. 난 최고를 누릴 자격이 있다. 그리고 스태플 싱어즈의 말도 맞다.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길 원한다면 먼저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
- 우리는 테러의 공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벡은 글을 써요. 글 쓰는 재능이 있어요.”
“와, 진짜 글을 쓰시는구나.”
“뭐, 조금요.”
모두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어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간신히 대꾸한다. 레일라가 말한다.
“있잖아요, 전 하루 종일 망할 남자 자식들이 우글대는 상어 탱크에서 일해요. 만일 당신이 남자라면 자신이 작가라고, 미래의 위대한 미국 소설을 쓰고 있다고 대답할걸요. 당신이 글을 쓴다면 당신은 작가예요. 그리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도 돼요.”
- 우리에게 남은 소중한 시간
속기사실에서 일하다 꿈을 좇아 떠난 옛 동료 루카스에게 전화를 건다. 우리는 만나서 커피를 마신다. 루카스는 내가 자랑스럽단다. 4년 전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야무지고 강해 보인다고. 눈빛이 더 또랑또랑해졌다고.
“장래성도 없는 그 일 언제 그만두고 글쓰기를 시작할 거예요?”
루카스가 묻는다. 그는 날마다 꿈을 향해 달릴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도 그럴 거라고 말할 수가 없다. 집에 돌아와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침대로 들어간다. 루카스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나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언제 나아갈 것인가?
- 화려한 파티복 뒤에는
“벡, 나는 제일 친한 친구가 죽는 걸 지켜봤어.”
노아는 작년 10월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동료를 말하는 것이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직원이었다.
“엉뚱한 일로 상처받으며 살기에 인생은 너무 짧아. 너를 울리는 사람들에게 네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 그들에게선 네가 바라는 걸 얻을 수 없어. 그러는 사이에 즐겁고 소중한 시간만 놓치게 돼. 내가 하고 싶은 얘긴 그거야.”
- 30대에 입성한 걸 환영해
“그래, 맞네. 둘 다 진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지. 항상 책임감 있게 어른다운 결정을 내려야 하고.” 나는 이렇게 대꾸하며 두 사람과 차례로 맥주병을 부딪친다. 노아가 유리로 된 커피 테이블에 맥주를 내려놓고 나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천천히 힘을 주어 말한다.
“어른다운 결정이라니까 하는 말인데, 언제 이딴 일 그만두고 글쓰기 시작할 거야?”
보잘것없는 내 글쓰기 얘기가 나오니 내밀한 뭔가를 들킨 기분이다.
꼭 노아가 내 방 서랍장의 제일 위 칸을 열어본 것 같다.
“그래, 꼬맹이 아가씨.”
테디가 하이프맨(hype man, 힙합 공연에서 메인 래퍼를 옆에서 보조해주는 역할-옮긴이)처럼 옆에서 거든다.
- 이딴 일 그만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