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욕망하는 인간의 탄생

욕망하는 인간의 탄생

저자
홍진호
출판사
21세기북스
출판일
2019-07-29
등록일
2019-08-2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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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태초에 성(性)이 있었다!”

세기전환기 독일 문학에서 발견한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간!



클림트는 왜 작품마다 에로틱한 표현에 그토록 집착했을까? 프로이트는 왜 인간의 본질과 인류 발전의 원동력을 성 욕망에서 찾았을까? 유럽 사회 특히 독일의 19세기 후반은 사회구조, 정치체제, 경제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시기였고, 그로 인해 수세기 동안 독일인들에게 삶의 목적과 의미를 규정해주던 기독교라는 토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급격한 변화는 인간의 사고와 가치체계뿐만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즉, ‘성(性)’과 ‘에로틱’은 당시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했던 이들에게 인간 존재를 규명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던 것이다. 금기시되던 ‘성’이라는 주제는 당대 문학과 예술에 어떻게 반영되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홍진호 교수의 특별한 문학 강의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아름다움과 추함, 죽음과 삶 그리고 성…

‘신’을 벗어나 비로소 ‘인간’을 이야기하다!



문학은 한 시대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깊게 반영한다. 사회의 기반 위에서 모든 문학과 예술이 탄생한다는 관점에서 『욕망하는 인간의 탄생』(21세기북스)은 격변기 독일 사회와 문학 간의 흥미로운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유럽인들에게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종교적 세계관과 인간관이 붕괴되며 찾아온 가치의 아노미 상태에서 새로운 가치 기준을 찾아 방황하던 시기였다. 또한 오늘날 서구사회의 근간이 되는 새로운 세계관과 인간관이 형성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오늘날 유럽, 특히 독일어권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출발점으로서 세기전환기는 매우 중요하다. 기독교적 사상에서 벗어나 ‘에로틱의 미학’을 가진 인간 그대로를 표현하려는 흐름이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저자인 서울대학교 홍진호 교수는 이 시기의 문학적 현상을 여러 작품들로써 세밀하고 깊이 있게 다루며, 자연주의 문학에서 시작되어 세기전환기 문학으로의 일관된 정신사적 흐름을 발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역사와 문화 전반의 지식을 토대로 한 전문적이고 복합적인 내용을 담았지만, 선행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쉽고 재미있게 독일 문학과 예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풀어냈다. 19세기 후반부터 세기전환기까지의 문학 사조와 핵심 개념들, 주요 작가들과 작품들을 빠짐없이 다룬 이 책을 통해 독일 사회?문화와 함께 인간과 문학의 엮임을 통찰하는 지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말, 세기전환기의 독일문학을 통해 살펴보는

세계관의 전환과 인간에 대한 경이로운 통찰!



이 책에서는 자연주의 시기와 세기전환기의 대표적인 독일 문학 텍스트를 다루고 있다. 『해 뜨기 전』, 「선로지기 틸」, 『라이겐』, 『봄의 깨어남』, 『꿈의 노벨레』, 「트리스탄」, 「672번째 밤의 동화」 등 국내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성(性)’이라는 주제로 관통할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문학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1부 ‘격변의 시대가 가져온 존재의 불안-19세기 중반 이후 독일의 사회?문화적 상황’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세기전환기까지의 역사적 흐름과 사회?문화적 발달 양상을 살펴본다. 비스마르크 주도의 통일 이후 독일에서는 산업혁명이 전개되었고, 노동자계급이 형성되는 사회 변화, 사회주의 정당이 출현하는 정치 변화, 기업의 탄생과 대공황이라는 경제적 변화를 겪는다. 이 시대에는 자연과학, 실증주의적 철학, 결정론이 발전하며 진화론에 입각한 생물로서의 인간관이 형성되었다.

2부 ‘아름다움과 추함, 있는 그대로의 미학 ? 자연주의가 보여준 사실의 문학‘은 19세기 후반 독일 자연주의 문학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특별히 자연과학의 발전과 산업혁명의 전개와 이에 따른 사회?정치 구조의 격변, 그리고 새로운 세계관과 인간관이 출현이 문학적으로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를 살펴본다.

3부 ‘성(性) 그리고 삶, 욕망하는 인간의 발견 - 세기전환기 독일 문학의 에로틱과 예술성’에서는 자연주의적 문학 형식과 내용을 규정하였던 똑같은 인간관과 세계관이 세기전환기 문학에서 전혀 다른 문학 양상으로 나타난 점에 주목하며 그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본다.

특히, 이 책은 토마스 만 외에도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후고 폰 호프만스탈 등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독일 문학의 주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알아가는 재미를 안겨 주며, 각 파트마다 독자의 이해를 돕는 치밀한 자료가 더해져 진정한 문학교양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적 가치체계가 붕괴한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의 중심을 찾고자 했던 세기전환기 지식인들과 작가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인간과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그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와 예술에 대한 성찰은 경제적 가치가 모든 것의 척도가 되어버린 우리에게 고민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당대 독일 문학의 흐름을 주도했던 그들의 삶과 세계, 사회와 문화에 대한 고민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 이상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클림트를 비롯한 당대의 많은 예술가들과 작가들은 무엇 때문에 성과 에로틱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일까? 다른 모든 문명과 문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일어권에서도 성과 에로틱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항상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성과 에로틱이 통속적인 하위문화를 벗어나 주류 문학과 예술에서 핵심적인 주제로 자리 잡은 것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였다. 대체 이 시기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떻게 그동안 고급문화에서 금기시되던 ‘저급한’ 주제가 당대 문학과 예술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었을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은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긴 시간 여행이 될 것이다. (19쪽)



빌헬름 2세는 그의 할아버지였던 빌헬름 1세와 달리 외교 문제에 직접 개입했으며, 독일을 유럽의 강국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일관되지 못하고 서투르며, 철저한 예측이 결여된 외교정책과 뒤늦게 시작한 무리한 식민지 개척 경쟁, 또 해군 제독이었던 티르피츠가 주도한 전함 구축 계획으로 인해 독일은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주변국들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되었으며, 결국 1차 세계대전의 주요 원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빌헬름 2세 치하의 독일, 세기전환기의 독일은 역사와 경제의 끊임없는 진보에 대한 믿음이 몇 차례의 경제 대공황으로 붕괴된 상태에서 정치적?외교적 갈등과 문제들이 첨예하게 불거진 위기의 시대였다. (62쪽)



이러한 인식은 성에 대한 전통적인 종교적 인식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기독교적 윤리 안에서 성 욕망은 언제나 통제해야만 하는 위험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억압되어왔으며, 그러한 성의 억압과 통제는 (특히 여성의) 순결과 정조가 강조되던, 흔히 ‘빅토리아시대’라고 불리는 19세기 중반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문학과 예술 속에서 금기시되던 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인간의 자연적 본성을 묘사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기독교적 인간관의 거부를 밝히는 가장 극적인 방법이었다. (96쪽)



자연과학적 사고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이러한 유물론적 결정론적 인간관의 시학적 함의는 분명하다. 그동안 문학작품 속에서 주인공으로 묘사되어온 인물들, 즉 강력한 의지나 독특한 개성, 혹은 특별한 운명으로 인해 평범한 인간들과 구분되었던 전통적 의미의 ‘영웅’들은 이제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작중인물은 특별한 성격과 운명을 가진 영웅이 아니라, 언제든 다른 인물로 대체 가능한 수많은 같은 종류의 인간들 중 하나로 묘사되었으며, 동시에 동일한 사회적·물질적 조건하에서 살아가는 한 집단의 사람들을 대표하는 대표자로, 혹은 그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의 공통된 성격을 보여주는 전형적 인물로 나타나게 되었다. (138쪽)



이 작품은 한적한 시골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주로 대도시를 무대로 하는 다른 자연주의 소설들과 작중 세계의 모습과 정서에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선로지기 틸」이 자연주의를 대표하는 산문 작품 중 하나로 문학사에 남은 것은 이 작품이 하층민의 빈곤한 삶, 근친 및 영아 살해, 광기 등 ‘추한 진실’을 그 어떤 미화도 없이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정론, 유물론적 인간관 등 자연주의의 기본 전제들을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212쪽) 자연주의 이후로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이해되었으며, 인간의 자연적 본질은 성 욕망에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자연적 충동’, 즉 성 욕망은 인간의 본질적 속성으로서 인간의 의지나 의식적 노력으로 (영속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사회제도나 윤리 등 인간이 만들어낸 인류 문명의 산물들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성’이 주류 문학에 편입될 수 있었던 것은 ‘성’이 단순히 자극적이고 통속적인 소재가 아니라 새로운 인간관을 바탕으로 인간의 자연적 본질의 핵심을 이루는 것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251-252쪽)



이미 자연주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연적·성적 존재로서 인간, 그리고 자연적 존재로서 인간과 문명 사이의 대립은 세기전환기로 넘어오면서 문학작품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형상화된다. 세기전환기에는 인간관과 세계관의 기준을 제시해주던 기독교의 영향력이 더욱 줄어들었으며, 프로이트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본질을 성 욕망에서 찾고자 하는 경향과, 인간의 자연적 본질과 문명을 반비례적인 대립관계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더욱 분명해졌다. (397쪽)



클림트는 〈다나에〉를 비롯한 자신의 회화 작품들과 건축 프로젝트 등에서 에로틱한 여성의 나신을 유겐트슈틸 특유의 양식화된 선과 화려한 황금색 등을 이용하여 지극히 장식적인 유미주의적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문학에서는 대립적인 것으로만 보였던 자연적 본질과 유미주의적 아름다움이 클림트의 회화에서는 조화롭게 하나로 합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흥미로운 현상을 출발점으로 삼아 우리는 당대의 예술을 탐구하는 또 다른 흥미진진한 여정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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