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나의 목발이 희망이 될 수 있다면

나의 목발이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저자
지성호
출판사
RHK
출판일
2019-08-14
등록일
2019-09-2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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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꽃제비 출신의 북한 인권 활동가 지성호,

24년 동안의 북한에서의 삶과

13년간의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가슴 뜨거운 증언



“진실은 강력하다. 나의 진실이 북한 땅에

자유의 봄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정치적이거나 무신경하다. 정치인들에게 북한은 치열한 정쟁의 대상이고, 일반인들에게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는 지독히 못사는 나라쯤으로 인식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제는 누구도 통일을 원하는 것 같지 않다. 북한이 우리의 무신경함과 정치적 소재 어디쯤에 존재하는 동안 북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방치된다. 잘 가공되어 우리에게 비춰지는 고위 관료들의 모습 속에 북한 주민들의 ‘진짜 삶’은 없다. 누군가는 왜 우리가 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이 솔직하고 직설적인 반문에 꽃제비 출신의 북한 인권 활동가 지성호는 답한다. 그곳에도 ‘인간’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1982년 북한에서 태어난 지성호는 ‘고난의 행군 시대’라고 불리는 199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다. 굶어죽은 사람이 30만 명 이상이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극한의 경제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살기 위해 도둑이 되고 밀수자가 되고 탈북자가 된다. 어린 지성호도 살아남기 위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꽃제비가 되어 석탄을 훔쳐 팔며 목숨을 부지한다. 하지만 배고픔이 충족된다고 해서 현실에 만족할 수는 없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인권’의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수용소와 다름없는 북한에서의 삶은 지성호에게 미래가 없는 곳이었다.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남한으로의 탈북을 결심한 그는, 2006년 중국, 라오스, 미얀마, 태국을 거치는 1만 킬로미터가 넘는 대장정 끝에 마침내 대한민국에 입국한다.

이 책은 꽃제비 출신의 탈북민 지성호의 서른일곱 해를 복기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라고 불리는 북한의 숨겨진 진실과 북한 주민들의 가공되지 않는 삶을 생생히 증언한다. 경제 시스템이 무너져버린 북한에서 관료들이 저지르는 비리와 착취, 그 부당함에 맞서는 북한 주민들의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은 이 책을 정치적 진영 논리가 아닌 ‘휴먼 스토리’의 영역에 가져다 놓는다. 한 인간이 극한의 공포와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 편안한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인류애적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면면은 이 책이 한 인간의 성장 드라마이자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한 강력한 증언임을 보여준다.

지성호는 지금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안다. 그리고 북한 정권의 실체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하지만 그는 북한 정권을 비난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불러들이지 않는다. 단지 그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우리가, 세계가 주목하고 개선될 수 있게 힘을 보태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침묵하는 탈북민이었던 그가 북한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전 세계를 누비게 된 이유는 나쁜 것을 알면서 침묵하는 것은 나쁜 것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지성호 자신도 아버지와 세 살 난 딸을 잃었고, 북한 정권이 바뀌기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북한과 중국과 대한민국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탈북민의 입국을 돕고,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귀 기울여 달라고 전 세계에 호소하는 이유는 인간으로서의 양심 때문이다.

그는 극한의 상황을 이겨낸, 어찌 보면 인간 승리의 표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런 타이틀로만 규정되지 않길 바란다. 그 험한 탈북의 길을 함께해온 낡은 목발을 아직도 버리지 않는 이유 또한 그 목발이 다른 누군가의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을 얻은 자신의 삶이 북한 주민들의 해방을 이뤄내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는 오늘도 목소리를 높여 자신을 이야기한다. 북한에서의 삶을 낱낱이 드러내는 진실만이 북한 땅에 자유의 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 속으로



팔다리를 잃기 전에 있었던 그 모든 일들이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나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오산덕 어딘가에 묻었다는 내 팔다리처럼 나의 꿈도, 나의 미래도 검고 어두운 땅속에 묻힌 것이다. 곧이어 의사가 내 뺨을 때리며 집요하게 물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97쪽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그만큼 나쁜 일이다. 나치만 나쁜 것이 아니라 나치의 만행에 침묵했던 모든 사람들 이 나쁜 것처럼.”

그들은 북한에서 1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나라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경이나 거리에 상관없이 누군가의 고통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그들은 나를 용기 있다고 추켜세웠지만 나는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들은 나를 비난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를 비난했다. 그들이 말하는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까. 나는 북한 정권이 얼마나 나쁜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그러면서 외면하고 침묵해온 사람이었다. 동훈도 내게 같은 말을 했었다.

“알면서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것은 죄다.”

나는 항변했다.

“김정일이 죄인이지 내가 왜 죄인이야? 나는 북한 정권의 피해자일 뿐이야.”

나는 이제야 동훈의 말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침묵은 곧 가담이었다. ‘하지 않는 것’은 최악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272~273쪽



“통일이 되고 나서 북한 주민들이 이렇게 묻는다고 생각해봐. 내 아버지가 고문으로 죽었을 때, 내 어머니가 굶어 죽었을 때, 어린 동생들이 산속에서 독초를 먹고 죽어갈 때, 그때 당신은 뭘 했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래서 행동해야 해. 훗날 그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274쪽



한국에서도 북한 인권은 정쟁의 대상으로 이용되곤 한다. 보수 정당은 북한 문제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을 취하려 하고, 진보 정당은 남북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이 문제를 말하기 꺼려한다. 한국의 평범한 시민들도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북한이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나마 한국인들에게 북한이라는 나라가 존재감을 가질 때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핵무기를 실험할 때, 남북 사이에 위협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때다. 그때야 비로소 한국인들은 짜증스러운 기분으로 북한이 저기에 있음을 인식한다. -292쪽



남한에 정착하는 데 성공한 탈북자들도 자신들이 북한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남한 사회에서 목소리 없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자청한다. 이들은 저소득층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낯선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또 한 탈북자라는 신분을 밝혔을 때 자신이 받을지 모르는 차별,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당해야 하는 불이익도 큰 부담이다. 또 이들은 북한의 절망적인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나 하나 나선다고 뭐가 달라지겠나’라는 무기력함에 빠져 있다. 바로 몇 년 전 의 나처럼 말이다. -292~293쪽



중국 정부가 자국 내 탈북자의 인권 유린에 대해 시치미를 떼는 동안,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기 꺼려하는 동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북한이라는 존재 자체를 잊고 싶어 하는 동안, 이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탈북자들이 침묵하는 동안 북한 주민들은 아무도 듣지 못할 절규를 내지르며 가혹한 죽음을 맞는다. -293쪽



목발은 내가 모든 것을 이겨내고 끝내 자유를 찾았음을 상징하는 물건,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마지막 유품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이 목발이 내 삶의 상징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새로운 상징이 되길 바랐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해방을 이뤄내는 희망의 상징이.

진실은 언제나 강력하다. 나는 오로지 진실만이 저 얼어붙은 북한 땅에 자유의 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 긴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다. -315쪽



어떤 사람들은 나우에 묻는다. 우리도 먹고살기 바쁜데 왜 우리가 북한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대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서운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과 다리가 잘 린 소년이 피투성이가 된 채 살려달라고 울부짖어도 그 소년을 뛰어 넘어 자신의 석탄 자루를 챙기러 가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그토록 나약한 존재다. 악한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이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가 그렇다. 내게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이들을 설득할 논리가 없다. 다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거기에 사람이 있으니까.”

다른 말이 더 필요할까? 저 한반도 북쪽에도, 저 춥고 척박한 땅에도 사람이 있다. 나 같고 당신 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 그게 전부다. -317쪽



중요한 것은 ‘사나운 파도를 넘은’ 이후의 일들이었다. 두 다리로 세 걸음만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제 두 다리로 전 세계를 다니고 있다. 북한의 차가운 감옥에 누워 단 하루라도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는, 13년째 자유로운 나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라오스의 정글을 헤맬 때 나는 살아서 이곳을 나간다면 나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나는 북한 인권 활동가로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내 삶을 걸고 있다. -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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