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
최강의 실버 콤비가 선사하는 유쾌 통쾌 코지 미스터리!
“시즈카도 시즈카지만 겐타로도 겐타로다!”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는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일본에서는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출간됨)으로 전직 판사 고엔지 시즈카와 휠체어 폭주 노인 고즈키 겐타로의 실버 콤비가 쿵짝을 이룬다. 전작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에서는 나고야에서 휠체어 탐정인 겐타로를 중심으로 대활약을 했다면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에서는 도쿄에서 사건을 파헤친다. 대장암 수술 때문에 도쿄에 오게 된 겐타로는 도쿄는 왠지 싫다며 투덜거리지만 뛰어난 입과 머리로 도쿄의 수족들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몫을 해낸다. 한편 건강검진을 받으러 간 병원에서 우연히 겐타로를 만난 시즈카 역시 사건을 함께 해결하자는 겐타로의 제안에 결국은 늘 응하고 만다.
이야기는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장암 명의의 의료 과실을 둘러싼 사건, 구조계산서 위조와 일급건축사의 의문사, 전직 경찰이었던 한 노인이 일으킨 교통사고, 전직 판사이자 옛 동료 다지마의 고독사, 현직 판사이자 후배인 마키세의 살해 사건이다. ‘말할 수 없는 증인’ ‘상은 잊지 않는다’ ‘철제 관’ ‘장례를 마치고’ ‘복수의 여신’인 각 챕터의 제목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 제목들의 오마주이기도 해 애거서 크리스티를 흥미롭게 읽은 팬이 있다면 이러한 요소도 함께 음미하며 작품을 잃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안하무인 휠체어 탐정과 결벽이 극에 달한 법조계 레전드 할머니가 티격태격 주거니 받거니 단서를 찾아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을 바라기만 해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의 전작과 비교해 대비되는 점은 이제까지는 주로 겐타로가 일당백을 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시즈카가 겐타로의 영향을 받아 과감하게 나선다는 것이다. 현직 경찰들도 시즈카에게 사건을 의뢰하러 하나둘 시즈카를 찾아올 정도다. 물론 겐타로 역시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극과 극처럼 보이기만 했던 이 콤비가 점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아 통하는 듯함도 느껴진다. 작품 속 캐릭터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며 변해가는지 관찰하면서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셨으면 좋겠다. 이야기의 제왕 반전의 달인의 작품인 만큼 각 이야기에 숨어 있는 반전을 예측해 보는 것도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제안한다.
나고야에서 도쿄로!!!
“성격은 안 맞아도 마음은 맞았어.”
나카야마 시치리는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그 후 다양한 테마로 믿을 수 없는 집필 속도로 써내는 작품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며 단기간에 일본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사로잡는다. 그는 밝고 유쾌한 음악 미스터리부터 어두운 본격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물, 법의학 미스터리, 경찰 소설, 코지 미스터리까지 다방면의 소재와 장르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써내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다양한 분위기와 주제, 장르를 넘나드는데 이는 어느 하나의 분야에서라도 살아남아 작가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엄청난 집필량을 자랑하며 다작을 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늘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그는 2020년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1년 동안 한 달에 한 권씩 12개월 연속 타이틀을 출판사 12개 사에서 간행하는 대담한 기획에 도전했으며 성실히 완수해냈다.
그는 한 달에 한 작품을 출간하는 엄청난 집필 속도의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은 다른 미스터리 작가들과 작품을 쓰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작가들은 원목을 하나하나 조각칼로 깎듯이 작품을 쓴다면, 자신은 먼저 설계도를 그려놓고 조립만 하면 되는 프라모델 형식으로 작업한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테마에 대해 써달라는 제안을 받으면 이전에 써두었던 설계도를 떠올리고 그것을 바로 가공해 조립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프라모델이기 때문에 중간에 수정할 필요도 없다. 가히 천재적인 만능 이야기꾼답다.
그렇다면 그는 음악, 범죄, 의학 등 다양한 테마의 미스터리를 쓰면서 어떻게 정보를 수집할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취재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는 이유다. 가령 수술 장면도 예전에 TV에서 본 심장 이식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쓰고 있어 의학적인 묘사에서 오류가 있는지 걱정이었다고도 말한다. 물론 그에 따르면 전문가가 읽어줘서 실수는 없었다. 또 폴란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언제까지나 쇼팽』을 집필할 때도 폴란드 여행 비디오를 보면서 썼다고 한다. 다양한 정보 수집 루트, 그리고 자신만의 작법으로 소재와 반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세계 속으로 독자 여러분들도 빠져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