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유괴마
백신 부작용 사건과 유괴 사건이 교차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앞뒤 분간 못하는 개를 어떻게 풀어 놓겠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관계자를 부모로 둔 소녀, 그 백신 부작용으로 장애를 갖게 된 소녀들, 백신 반대 입장에 있는 소녀들이 줄줄이 유괴되고 범인인 ‘피리 부는 사나이’가 요구하는 몸값은 70억 엔! 『하멜른의 유괴마』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유괴극을 다룬 작품이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측과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부작용 피해를 입고 반대하는 측이 등장해 첨예하게 대립한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어머니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열다섯 살 소녀 가나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현장에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그림엽서가 남아 있었다. 수사1과의 이누카이 하야토가 수사에 나서고, 가나에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의 부작용으로 기억 장애에 빠져 있었고 어머니는 가나에의 병상일지를 기록하는 백신 피해 대책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을 알게 된다. 얼마 후 이번에는 여고생 아미가 하교 도중 실종됐고,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옆에 피리 부는 사나이의 그림엽서가 발견됐다. 아미의 아버지는 자궁경부암 백신 권장단체의 회장이었다. 특이하게도 백신 관련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이 실종되고 범인의 정체와 유괴의 목적이 파악되지 않아 수사는 미궁에 빠진 가운데, 또 제3의 대규모 유괴사건이 발생한다.
『하멜른의 유괴마』를 집필한 시치리의 동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촉발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딸이 중학교 1학년 때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했을 때, 부작용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 직후 바로 작가로 데뷔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는 것이다. 자신 외에도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텐데도 매스컴에서는 보도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신경이 쓰였고, 작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글쓰기의 역할을 첫째, ‘기억하게 하는 것’, 둘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지만 좀처럼 형상화하기 어려운 것을 문장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TV가 ‘기록’을 해준다면 글을 통해 기억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디까지 사람의 마음에 새길 수 있을지를 늘 고려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시치리의 태도는 전례 없는 코로나 19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세계가 코로나 백신과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지금, 『하멜른의 유괴마』의 재미에 흠뻑 빠져보시기를 바란다.
“부정적인 사람은 수가 적은 게 아니라, 그저 목소리가
작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그 후 다양한 테마로 믿을 수 없는 집필 속도로 써내는 작품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며 단기간에 일본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사로잡는다. 그는 밝고 유쾌한 음악 미스터리부터 어두운 본격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물, 법의학 미스터리, 경찰 소설, 코지 미스터리까지 다방면의 소재와 장르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써내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다양한 분위기와 주제, 장르를 넘나드는데 이는 어느 하나의 분야에서라도 살아남아 작가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시치리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리더빌리티’다. 즉 가독성이 있고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특히 『하멜른의 유괴마』에서 재미있는 것은 이야기의 페이스가 변화하는 점이다. 처음에는 유괴 사건이 발생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이 점점 커진다. 하지만 중반부터 분위기가 바뀌어 흐름이 갑자기 빨라지며 단숨에 해결까지 밀려들어간다. 이에 대해 시치리는 내용의 사건성과 스토리에 따라 완급을 조정한다고 한다. 가령 ‘!’의 수 등으로 컨트롤하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테미스의 검』에서는 느낌표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덧붙이자면, 작품의 주제에 따라 ‘!’과 ‘?’의 개수를 정한다는 것이다. 이 주제라면 원고지 한 장당 몇 개로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또한 그는 한 달에 한 작품을 출간하는 엄청난 집필 속도의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은 다른 미스터리 작가들과 작품을 쓰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작가들은 원목을 하나하나 조각칼로 깎듯이 작품을 쓴다면, 자신은 프라모델 형식으로 작업한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테마에 대해 써달라는 제안을 받으면 이전에 써두었던 설계도를 떠올리고 그것을 바로 가공해 조립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프라모델이기 때문에 중간에 수정할 필요도 없다. 가히 천재적인 만능 이야기꾼답다.
그렇다면 그는 음악, 범죄, 의학 등 다양한 테마의 미스터리를 쓰면서 어떻게 정보를 수집할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취재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는 이유다. 가령 수술 장면도 예전에 TV에서 본 심장 이식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쓰고 있어 의학적인 묘사에서 오류가 있는지 걱정이었다고도 말한다. 물론 그에 따르면 전문가가 읽어줘서 실수는 없었다. 또 폴란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언제까지나 쇼팽』을 집필할 때도 폴란드 여행 비디오를 보면서 썼다고 한다. 다양한 정보 수집 루트, 그리고 자신만의 작법으로 소재와 반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세계 속으로 독자 여러분들도 빠져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