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결과가 심사위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블라인드 심사가 발견해낸문진영이라는 낯설고도 준비된 이름김승옥문학상은 등단 후 10년이 넘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7편을 뽑아 독자에게 선보인다. 올해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주요 문예지와 웹진, 독립문예지까지 포괄한 총 28개 문예지에서 100명의 작가가 발표한 184편이 심사 대상이 되었다. 작가의 정보를 지운 블라인드 심사는 언제나 김승옥문학상의 문학성을 보증하는 담보였지만, 올해 특히 블라인드 심사의 결과가 두드러졌다.대상으로 선정된 문진영 작가를 포함해 윤대녕, 손홍규, 안보윤, 진연주, 정용준, 황현진 작가가 2021 김승옥문학상에 새로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이번 2021년 수상작품집은 세대를 아울러 한국문학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그려 보인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심사장의 열렬한 분위기를 그대로 증언한 심사평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다종다양한 삶과 인간 군상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수록되었다. 세대와 정체성으로 나뉘어 균열을 이룬 색색깔의 단면을 보이면서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삶이기에 어떤 목소리도 지우지 않고 긍정하고자 한 결과다. 2020년대를 비추는 프리즘으로서 김승옥문학상은 스펙트럼으로 펼쳐진 한국 사회와 사람들을 독자가 세세히 살펴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저자소개
196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단국대 불문과에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8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원」이 당선되었고, 1990년 [문학사상]에서 「어머니의 숲」으로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출판사와 기업체 홍보실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1994년 『은어낚시통신』을 발표하며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 책을 통해 존재의 시원에 대한 천착을 통해 우수와 허무가 짙게 깔린 독특한 문학적 성취를 이루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후 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떠오르며 '존재의 시원에 대한 그리움'을 그만의 독특한 문체로 그려나가고 있다. 오늘의 젊은예술가상(1994), 이상문학상(1996), 현대문학상(1998), 이효석문학상(2003), 김유정문학상(2007), 김준성문학상(2012)을 수상했다. 2019년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여섯 살 이전의 기억은 전혀 뇌리에 남아 있지 않다는 그의 최초의 기억은 조모의 등에 업혀 천연두 예방 주사를 맞기 위해 초등학교에 가던 날이다. 주사 바늘이 몸에 박히는 순간 제대로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일곱 살 때 조부가 교장으로 있던 학교에 들어갔다. 입학도 안 하고 1학년 2학기에 학교 소사에게 끌려가 교실이라는 낯선 공간에 내던져진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아버지에게 한자를 배웠다. 한자 공부가 끝나면 조부는 밤길에 막걸리 심부름이나 빈 대두병을 들려 석유를 받아 오게 했다. 오는 길이 무서워 주전가 꼭지에 입을 대고 찔끔찔끔 막걸리를 빨아먹거나 당근밭에 웅크리고 앉아 석유 냄새를 맡곤 했던 것이 서글프면서도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독서 취미가 다소 병적으로 변해,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 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 우연히 '동맥'이라는 문학 동인회에 가입한다. 그때부터 치기와 겉멋이 무엇인지 알게 돼 선배들을 따라 술집을 전전하기도 하고 백일장이나 현상 문예에 투고하기도 했고 또 가끔 상을 받기도 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거의 한 달에 한 편씩 소설을 써대며 찬바람이 불면 벌써부터 신춘 문예 병이 들어 방안에 처박히기도 했다.
대학에 가서는 자취방에 처박혀 롤랑 바르트나 바슐라르, 프레이저, 융 같은 이들의 저작을 교과서 대신 읽었고 어찌다 학교에 가도 뭘 얻어들을 게 없나 싶어 국문과나 기웃거렸다. 1학년 때부터 매년 신춘 문예에 응모했지만 계속 낙선이어서 3학년을 마치고 화천에 있는 7사단으로 입대한다. 군에 있을 때에는 밖에서 우편으로 부쳐 온 시집들을 성경처럼 읽으며 제대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때 군복을 입고 100권쯤 읽은 시집들이 훗날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제대 후 1주일 만에 공주의 조그만 암자에 들어가 유예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을 투명하게 보려고 몸부림쳤다. 이듬해 봄이 왔을 때도 산에서 내려가는 일을 자꾸 뒤로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뻔한 현실론에 떠밀려 다시 복학했고 한 순간 번뜩,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문학이라는 것을 아프게 깨닫는다.
데뷔 이래 줄곧 시적 감수성이 뚝뚝 묻어나는 글쓰기로 주목을 받은 윤대녕은 ‘시적인 문체’를 지녔다는 찬사를 받는다. 그의 글에서는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그만의 시적 색채가 느껴지는 문체가 있어서이다. 동시에 그의 글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일상을 마치 스냅사진을 찍듯 자연스럽게 포착하여 그려내는 뛰어난 서사의 힘이 느껴진다.
윤대녕은 고전적 감각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동시대적 삶과 문화에 대한 예리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의 작품들을 지향점을 잃어버린 시대에 삶과 사랑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젊은 세대의 일상에 시적 묘사와 신화적 상징을 투사함으로서 삶의 근원적 비의를 탐색한다. 내성적 문체, 진지한 시선, 시적 상상력과 회화적인 감수성, 치밀한 이미지 구성으로 우리 소설의 새로운 표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으로『남쪽 계단을 보라』,『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대설주의보』를 비롯해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추억의 아주 먼 곳』,『달의 지평선』,『코카콜라 애인』, 『사슴벌레 여자』, 『미란』 등을 발표했다. 산문집 『그녀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것들』, 『누가 걸어간다』, 『어머니의 수저』,『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펴냈다.
목차
대상 문진영 두 개의 방 작가노트 | 마음의 단층리뷰 | 방(房), 그 원초적 중심으로 인도하는 몽상의 길(김화영)윤대녕 시계입구가게앞검문소작가노트 | 누군가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 지점리뷰 | 때와 장소(권희철)손홍규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작가노트 | 기뻐서 눈물난다는 당신께리뷰 | 지루한 소설의 전략과 반전하는 힘(전경린)안보윤 완전한 사과 작가노트 | 어떤 진심리뷰 | ‘완전한 사과’는 불가능하지만, ‘생존’하는 인간으로 이어져 있으므로 우리는(서영인)진연주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작가노트 | 씻김굿리뷰 | 길을 간다는 것―예정된 상실과 그럼에도 예상 밖의 삶에 대하여(차미령)정용준 미스터 심플 작가노트 | 심플한 슬픔리뷰 | 그 슬픔에 오래오래 박수를 보낼 것이다(김금희)황현진 우리집 여기 얼음통에 작가노트 | 벤자민은 죽었지만 올리브는 살렸으므로리뷰 | 패턴의 출현, 위트의 승리(황종연)2021 김승옥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취지-심사 경위 및 심사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