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찾아서
노래하는 법을 잊은 카나리아. 첼로를 버린 첼리스트. 딸을 버린 어머니.
“네 신체의 일부가 될 때까지 첼로를 잠시라도 떼어놓아서는 안 돼.”
『영원을 찾아서』는 우정, 사랑, 꿈, 이 모든 것을 애절하고 뭉클하게 표현한 음악 성장소설이다. 평소 미술사와 관련된 소설을 주로 쓰는 하라다 마하가 모처럼 선보인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작품 속에는 어느 한 명도 악역이라 부를 사람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인생을 올곧게 걸어가려는 용기와 의지를 가진 사람들만이 존재한다. 이 사람들의 여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이들의 삶을 저도 모르게 응원하게 될 정도로 이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용감하게 나아간다.
열여섯 살 소녀 와온,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인 아버지, 첼리스트였던 어머니 토키에.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새엄마 마유미. 와온이 열한 살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하고 어머니는 집을 나간다. 와온이 기르던 카나리아도 사라지고 만다. 소중한 것들이 전부 자신을 떠난다며 상심한 와온은 어릴 때부터 연주해온 첼로마저 포기하고 만다. 그렇게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며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아버지가 보스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맡게 되어 와온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와온은 이를 거절하고 일본에 혼자 남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마유미라는 새엄마가 떡 하니 들어와 앉는다. 처음에 와온은 마유미가 어이없었으나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둘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리고 마유미가 자신 앞에 등장한 이유, 어머니 토키에가 간직한 비밀 등이 서서히 드러나고 첼로를 향한 와온의 열정의 심지에도 다시 불이 붙는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 와온과 와온의 어머니, 마유미와 마유미의 어머니, 와온의 어머니와 마유미 등등 각자의 관계는 제각각 가슴 아픈 사연을 품고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사연을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고 이해한다.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치유하고 성장해간다. 이들의 여정을 쫓으며 독자들은 잃어버린 자신의 꿈이나 마지못해 포기한 목표를 재차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받고 치유하며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는 애틋하고 절절한 감동과 감미로운 선율이 한데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는 뭉클함을 선사한다. 작품은 묻는다. ‘영원’의 의미가 무엇인지. 와온은 첼로를 연주할 때의 행복을 깨달으며 자신만의 영원을 발견한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영원’이 있을 것이다. 올가을 마음 따뜻해지는 이 작품을 읽으며 자신만의 ‘영원’을 찾아보면 어떨까.
영원, 이 두 글자의 의미를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와온, 엄마가 부탁할게.”
하라다 마하는 1962년 도쿄 출생으로 간사이가쿠인대학 문학부와 와세다 대학 제2문학부 미술사과를 졸업했다. 이토추 상사 주식회사, 모리 빌딩 모리 미술관 설립 준비실, 뉴욕 현대 미술관 근무를 거쳐 2002년 프리랜서 큐레이터이자 컬쳐 라이터(culture writer)가 되었다. 2005년 『카후를 기다리며』로 제1회 일본 러브 토리 대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2012년에는 화가 앙리 루소의 미공개 작품을 둘러싼 아트 미스터리 『낙원의 캔버스』로 제25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지베르니의 식탁』으로 『낙원의 캔버스』에 이어 2년 연속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2017년에는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로 서점대상 후보에 올랐다. 그 외에 예술을 소재로 한 소설 등을 다수 발표했다. 하라다 마하가 쓴 소설 『총리의 남편』은 영화화되어 현지에서 지난 9월 23일 개봉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하라다 마하는 미술계에서 종사한 경험을 살려 미술 분야는 물론 음악, 여행 분야에 대해서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현지 반응도 좋아 영화화되거나 드라마화되는 작품도 드물지 않다. 실제로 아트 미스터리인 『이방인』은 연속 드라마화 결정되었고 소설 『키네마의 신』도 영화화되었다. 그밖에도 작가의 작품이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되거나 작가가 직접 아트 투어를 실시하하기도 했다. 작가는 직접 전시를 기획해 개최하기도 하고 미술 관련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작가의 풍부한 경험이 작품 속에서도 충분히 발휘되어서인지 현지에서의 반응은 뜨겁다. 현지에 비해 국내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못했지만 『영원을 찾아서』를 계기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하라다 마하의 매력이 다가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