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억눌린 여성의 운명과 욕망이불 꺼진 집 안을 벗어났을 때 생겨나는 서스펜스찰스 디킨스에게 엄청난 찬사를 받았던 작가이자 인도주의자라 불리며 인간에 대한 선의와 신뢰를 잃지 않았던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대표 공포소설 세 편을 담았다. 세 작품 모두 작가의 단행본으로서는 국내에 처음 출간되는 것. 표제작이자 대표작인 단편 『회색 여인』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변의 권유와 쉽게 거스르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 여성이 잔혹한 살인마라는 남편의 정체를 눈치채고 그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을 그린 숨 막히는 고딕 스릴러다. 개스켈은 억눌린 여성의 운명이나 욕망이 불 꺼진 집 안을 벗어났을 때 생겨나는 서스펜스를 촘촘하고 폭발력 있게 그린 다수의 단편을 남겼는데, 이는 사회적 약자의 박탈된 희망을 대변하는 고딕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맞물려 고딕소설사에 개스켈만의 공고한 영역을 만들어주었다.
저자소개
영국 런던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났으나,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너츠퍼드의 이모 집에서 성장했다. 젠트리 계층의 여성에게 주어졌던 전통적인 교육을 받았으나 아버지와 이모의 권장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즐겼다. 1832년 유니테리언 목사인 윌리엄 개스켈과 결혼하여 맨체스터에 정착한 뒤 남편을 도와 빈민구제 등의 사회사업에 힘쓰고 어머니로서의 삶에 충실하다가, 삼십대 후반에 어린 아들을 잃은 뒤 극심한 슬픔을 잊기 위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이때 탄생한 작품이 빈민의 비참한 생활과 노동자의 참상을 그린 장편 『메리 바턴』(1848)이다. 이 작품은 노동자 문제에 대한 참신한 접근으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목사였던 그녀의 남편은 자선 단체를 운영하며 빈민층을 교육했고, 그들 부부는 찰스 디킨스, 존 러스킨, 샬럿 브론테 등 당대 작가, 저널리스트, 사회개혁자들과 교류했다.
적극적인 인도주의자였던 개스켈은 찰스 디킨스의 잡지 [하우스홀드 워즈]에 연재한 『남과 북』에서 고용주와 노동자들, 기득권자와 소외된 자들이 사회적 화해를 이루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으며 사회소설가로서 입지를 확실히 했다. 또한 샬럿 브론테와 친분을 쌓고 평생지기 친구가 되었으며, 전기 『샬럿 브론테의 생애』를 쓰기도 했다.이 작품은 뛰어난 문학작품인 동시에 가치 있는 전기기록이다.
인간의 선의와 종교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19세기의 사회문제와 당대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 개스켈은 만년까지 『실비아의 연인들』『사촌 필리스』 등의 장편소설과 수십 편에 달하는 중·단편을 발표했다. 1865년 『아내와 딸들』 완성을 앞두고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미완성 유고는 1866년에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