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아내
“우리 아내들 모두는 그의 꿈을 비추는 수단일 뿐이었다.”
남편이 내 복제인간과 바람을 피운다는 충격적 설정
인간 사이의 통제와 지배, 정체성의 질문이 결합한 걸작
세라 게일리는 작품 활동 시작 육 년 만에, 총 일곱 작품이 휴고상이나 네뷸러상, 로커스상, 캠벨상의 최종 결선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올린 작가다. SF와 판타지 문학계에서 떠오르는 신성 작가로 애니메이션 [스티븐 유니버스]의 일부 만화책 스토리를 작업하기도 했으며, 퀴어 작가로서 오랜 기간 사회적 약자와 성소수자의 삶을 고찰해 다양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폭넓은 이야기를 펼쳐 주목받고 있다. 『일회용 아내』는 “남편이 내 복제인간과 바람을 피운다”는 파격적인 설정에 더해, SF가 보여줄 수 있는 한계 없는 상상력, 스릴러로서의 속도감과 긴장감까지 모두 잡은 작품이다. 미화되거나 간과되기 일쑤였던 부부 사이의 폭력을 소재로 사람 사이의 통제 욕구와 지배 욕구를 통찰해 담았다.
『일회용 아내』는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로 대표되는 가정스릴러의 문법을 따라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정스릴러는 여성 주인공이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여성상을 거부하고, 남편이나 애인 등 파트너와 대등한 긴장감을 구축하며 사건을 전개하는 장르다. 이 장르는 자연스럽게 세상에 순응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인물을 즐겨 그리는 세라 게일리의 작풍과 어우러진다.
그리고 작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내 복제인간과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 아내의 복제인간을 만든 남편, 문제의 복제인간까지 세 사람이 이룬 삼각관계를 치정극만으로 끝내지 않는다. 물론 셋 사이의 갈등은 애증과 폭력이 뒤섞인 사건으로 계속해서 불거진다. 하지만 저자는 그 안에 담긴 가정폭력과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복제당한 사람과 복제한 사람이 이루는 기묘한 지배-피지배 관계에 주목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