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수집
종로 돈의문 박물관에서 이제는 사라진 새문안동네의 낡은 풍경이 영상으로 재생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옛날 모습이 현재의 우리 동네와 너무 닮아 한참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재개발이 예정된 우리 동네도 영상 하나로 남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사라지기 전에 동네 모습을 수집해야겠다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재개발로 사라져갈 동네 비읍동에 대해 쓰고 싶다는 것이었으나 쓰다 보니 어린 시절 이태원의 기록도, 그 너머 영동 시절의 일도 쓰게 되었다.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던 유년의 기억들도 펼쳐놓고 보니 나쁘지 않았다. 내가 아니면 세상 밖으로 나올 일 없던 풍경들이었다. 비읍동으로 이사 온 뒤 지냈던 시절들, 우리 동네는 아니지만 정을 주었던 후암동, 한남동 역시 내 기억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동네를 기록하고 싶어 시작한 작업이지만 쓰다 보니 결국 나로 돌아와 있었다. 세상에 시작되는 ‘나’라는 장소에 대한 기록, 우리 삶의 공통분모인 이야기에 대한 기록을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