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렌지
“죽음을 각오한 열다섯 살의 나는
대체 어떤 말을 적었을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서 피어난 오렌지빛 희망
소설을 집필하는 한편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 후지오카 요코의 소설 『어제의 오렌지』에는 병과 죽음에 대한 진지하고도 사려 깊은 시선이 담겨 있다.
주인공 료가는 고향을 떠나와 홀로 도쿄에서 성실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청년이다. 언제까지고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리라 믿던 어느 날, 암 선고를 받은 후 료가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왜 하필, 어째서 나일까’라는 좌절감에 마음마저 무너져 내리는 료가를 다잡아주는 것은 늘 그의 곁을 지키는 가족과 환자와 간호사의 입장으로 다시 만난 동창 야다이다.
모든 것이 간편하고 쉬워진 요즈음, 진정 가치를 갖는 것은 무엇일까. 힘든 투병을 견디는 료가와 그런 료가를 묵묵히 지키는 가족의 모습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잊고 있던 끈기와 인내라는 가치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들이 꾸준하고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시간과 관계는 온건한 삶이 되어, 고통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게 돕는 힘이 된다.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료가가 남기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지 찾다 보면, 마치 흰 눈으로 뒤덮인 산에 최초의 발자국을 남긴 것처럼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이 새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