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A 살인사건
고쿠분지 여아 살해·시신 훼손 사건, 용의자는 14세 소년“무고한 아이를 죽인 소년범이 행복해도 됩니까”제38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20년 전 7월 4일 저녁 일곱 시경, 고쿠분지에 사는 한 회사원이 근처 경찰서에 아홉 살 딸이 실종됐다고 신고했다. 그날 늦은 저녁, 부인이 자택 우편함에서 작은 소포를 발견했다. 소포의 내용물은 인간의 두 눈알이었고, 감정 결과 실종된 아이의 것으로 밝혀졌다. 이틀 후 아이는 폐허가 된 병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수사선상에 오른 한 용의자가 범인으로 체포되었다. 일본에서 일어난 끔찍한 엽기 살인 중 하나로 꼽힌 이 사건의 범인은 열네 살 소년. 소년법의 보호를 받아 통칭 ‘소년A’라 불렸다. 소년A가 찍은 범행 영상이 20년이 지난 지금, 다크웹에 올라왔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 영상을 올린 것일까.실화 같은 소재로 읽는 이들을 압도한 화제작 『소년A 살인사건』은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로 꼽히는 온다 리쿠, 아리스가와 아리스, 미치오 슈스케, 구로카와 히로유키가 입을 모아 극찬하며 제38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특히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불리는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소설을 사사하여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가 돋보인다. ‘범인 찾기’를 둘러싼 반전뿐만 아니라 독자의 심리를 옥죄고 사회문제를 입체적으로 버무려내는 솜씨는 가히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계보를 이을 만하다. 『소년A 살인사건』 속 촉법소년의 범죄는 어느 날엔가 봤던 끔찍한 기사를 떠올리게 하고 우리를 공분하게 만든다. 그러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 타인의 비난거리를 찾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묘한 기시감이 들기 시작한다. 비난받아 마땅한 자를 향한 비난이기에 정당하다고 믿었던 ‘우리의 정의’에 대해 물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이는 기묘한 순간이 생긴다. 이 소설은 정의에 취해버린 중독 상태가 어떤 착각을 불러일으키는지, 혐오가 불러오는 혐오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다각도로 바라본다. 『소년A 살인사건』이 어떤 각도로, 어떻게 다가오는지는 ‘사람 죽이기 쉬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읽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