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의 태양 속 폭풍우 치는 밤에
늑대 가부(주군)와 염소 메이(태양)의 사랑 형상화
베스트셀러 그림동화 ‘가부와 메이 이야기’ 시리즈
근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주군의 태양〉 속에 등장해 베스트셀러가 된 『폭풍우 치는 밤에』 외 6편의 시리즈가 화제다. 작가 기무라 유이치가 쓴 『폭풍우 치는 밤에』는 먹이사슬 관계인 늑대 가부와 염소 메이가 우연히 동굴 속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먹이사슬의 이론으로만 생각해도 염소는 늑대의 먹잇감이다. 그런데 이 동화에서는 늑대가 배가 고파도 참고 염소를 지킨다. 그 과정을 읽으며 독자들은 몇 차례나 조마조마해지고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한다. 이 시리즈는 제1편 『폭풍우 치는 밤에』로 시작해 제6편 『안녕, 가부』까지 번역되어 있고 7번째 이야기는 미번역 상태다. 비극으로 끝난 결말을 수정해 달라는 많은 독자의 바람을 반영해 작가가 7권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는 설이 지배적이기는 하나 현재로써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루에 한두 권 남짓 판매되는 것에 불과했던 동화책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만 보아도 〈주군의 태양〉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드라마와 관계됐다고 하더라도 동화책이 이처럼 갑자기 많이 팔린 것은 이례적”이라며 〈주군의 태양〉의 방송 분량이 아직 남았기 때문에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가부와 메이 이야기’ 시리즈는 여느 드라마에서 일회성으로 등장했던 책들에 비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일회성 등장에 그쳤던 다른 작품들과 달리 가부와 메이 이야기 시리즈는 드라마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결말까지 암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의 전개와 딱 맞아떨어지는 동화 줄거리가 매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작품 속 등장인물인 주군과 태양은 각각 가부와 메이다. 또한, 드라마의 전체 줄거리가 1편부터 6편까지의 이야기와 흡사하다. 실례로 〈주군의 태양〉 지난 12회 방송분에서 드라마 속 인물들은 동화의 비극적 결말을 언급했다. 드라마의 주인공 주중원(소지섭 분)을 납치한 한나(황선희)는 “늑대와 염소 중에 염소를 더 좋아했던 늑대가 죽는다.”라는 대사를 통해 예고했고, 마지막 장면에서 주군의 영혼이 죽은 사람을 보는 태양의 눈앞에 나타나는 것으로 동화의 결말을 드라마의 결말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한 편의 동화, 즉, 문학작품을 영상과 상호보완하게 하는 참신한 시도의 재료로 ‘가부와 메이 이야기’가 활용된 것이다.
『폭풍우 치는 밤에』 외 미번역 7번째 이야기까지 제대로 읽는다!
〈주군의 태양〉의 모티프이자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준 ‘가부와 메이 이야기’ 시리즈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늑대와 염소가 만나는 1편 『폭풍우 치는 밤에』에서는 위협하고 위협받는 관계여야 마땅한 늑대와 염소가 폭풍우 치는 깜깜한 밤에 만나 친구가 된다. 2편 『화창한 날에』에서는 서로 늑대이고 염소인 것을 알게 되었으나 이미 친구이기에 잡아먹거나 잡아먹힐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배가 고픈 늑대 가부는 몇 번이나 염소 메이가 맛있겠다고 생각하고, 잡아먹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애쓴다. 가부가 메이를 잡아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올 때마다 읽는 독자들은 간담이 서늘해진다. 또한, 궁금증은 증폭한다. 과연, 끝까지 늑대 가부는 염소 메이를 잡아먹지 않을 수 있을까?
3편 『구름 사이에』서는 메이의 친구 타푸가 등장한다. 그전 같으면 입맛을 다시다가 한입에 먹어 버렸을 먹잇감 염소 두 마리를 보고도 가부는 자신의 정체를 숨겨 가며 지켜 준다. 4편 『안개 속에서』에서는 메이를 노리는 늑대 바리와 기로의 등장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가부는 오히려 동료들에게 잡아먹힐 뻔한 메이를 구한다. 5편 『비가 쏟아지는 날에』에서는 서로의 무리에게 탄로 난 가부와 메이가 빗속에서 도망친다. 6편 『눈보라 치는 내일』에서는 세찬 눈보라 속을 가부는 메이를 꼭 껴안고 걷는다. 그러다가 가부가 매우 허기져 있는 것을 알고, 메이는 자신을 먹으라고 한다. 하지만 가부는 오히려 늑대 무리가 메이를 헤치지 못하게 하려고 달려가다가 눈덩이가 되고 만다.
너무나 다른 환경 속,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남녀가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되고 특별한 친구로 발전하는 〈주군의 태양〉의 줄거리와 매우 흡사한 ‘가부와 메이 이야기’는 “과연 가부는 정말 죽은 걸까?”라는 궁금증을 남긴 채 6편까지 공개되었다. 〈주군의 태양〉의 주군 주중원(소지섭 분)이 12회에서 영혼으로 나타나 죽음을 예고한 것처럼 말이다.
영상과 문학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주군의 태양〉 속 가부와 메이 이야기를 제대로 읽고 감상할 수 있게 돕는 이 책으로 드라마와 동화를 좀 더 재미있게 읽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