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덕업 일치 20년
K리그 팬으로 시작해서 구단 프런트로 근무하기까지 K리그 키드의 성장 에세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의 매력에 빠진 소년이 때마침 창단한 대구FC에 서포터로 가입해 활동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대구FC와 울산현대 프런트로 근무하면서 느낀 환희와 고통의 세월을 자조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담았다. 아울러, 서포터는 어떻게 활동하는가, 구단 프런트는 어떻게 일하는가, 진정한 팬이란?, K리그 발전을 위한 생각 등 저자의 애정 어린 고민이 담겨 있다.
프로축구 서포터 문화와 구단 운영을 팬과 프런트의 시각에서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
●책 속에서
내가 축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느낀 건 ‘K리그’라고 불리는 국내 축구는 그냥 거리에 버려진 ‘잡초’ 같다는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너무 가까이 있고 익숙해 매력 발산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거기에 국내의 대형 시장인 국가대표팀과 EPL 같은 해외 축구보다 시장성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방송국의 외면을 받았다. 그럼에도 K리그는 잡초처럼 쉽게 쓰러지지 않는 근성이 있었다. 많은 외면과 멸시 속에서도 여러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국내가 아닌 해외(물론 아시아권)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게 정말 용할 따름이었다.
실제로 만난 이성남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다 같이 사진을 찍은 후 “오늘 이성남 경기 안 뛰니까 대구가 이길 거야”라고 우리 일행이 가볍게 도발하자 “아니야. 성남이 대구보다 잘해. 나 없어도 성남 이겨”라며 곧바로 반격해 웃음을 자아냈다.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기업구단과 우리 팀은 시작점부터가 달랐다. 우수한 자금력으로 좋은 선수를 영입해 우승이 목표인 팀들과 달리 우리는 축구로 돈을 벌어 생존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