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그리는 것밖에 할 게 없었다. 가진 거라곤 넘치는 시간과 이면지와 모나미 볼펜뿐이었으니까. 한 번도 그림을 배운 적이 없는데 만화라니. 하지만 다 늦게 만난 단짝 친구처럼 작가는 만화를 그리는 데 흠뻑 빠져들었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만화로 그려 나갔다. 만화 그리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더 재미있는 일은 그렇게 취미로 만화를 그리던 반백수가 이제 만화로 먹고산다는 거다.
마흔이 다 된 어느 날, 갑작스레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당장 취직하기보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기로 결심했다. 그러는 중에 엄마 돈을 훔치기도 하고, 동네 공원에서 빈 병을 주워 팔기도 하고, 공장에서 나사를 박기도 했지만, 작가는 꽤 행복했다. 그토록 원하던 ‘평일 낮 시간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결국엔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그 과정을 담은 『나는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있어요』는 결코 이르다고 할 수 없는 나이 마흔에 지금까지 하던 일과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자기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저자소개
경상북도 울진에서 자랐다. 38살에 회사 생활을 끝내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지내다 우연히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만화로 들려주고 싶어 한다. 《어쩌다 클래식》, 《어쩌다 과학》, 《우주선 말고 비행기는 처음이야》, 《잼잼이의 박물관 탐구생활》을 쓰고 그렸다.
목차
책을 펴내며1. 갑자기 절벽에서 굴러떨어졌지만이렇게 어리석다니까15년다시 나로 돌아오다괴담보다 더 무서운 것도서관에서 답을 찾다2. 먹고살 길을 찾아 헤매고이제 돈을 벌어야겠다역시 돈 벌기는 어렵군샛별을 보며 길을 나서다글쓰기를 가르치다빈 병을 줍다이젠 책도 판다오늘의 운세결국, 다시 출판일을 시작하다작가들이여, 이러지 맙시데이나의 소울메이트, 막걸리우리 엄마와 나에게3. 평일 낮 시간이 내 것이 되었어이제 낮 시간을 즐기자박물관에 가다샹송을 배워 보았어내가 걷는 이유오빠, 궁금한 게 있어요장욱진과 유영국을 만나고영어 공부를 해 보았다일본어도 배우고 싶었다동화를 쓰다집도 꾸며 보았다용기를 내어 피아노를 다시 배우다그래, 네 말이 맞아4. 만화를 그려서 먹고살게 되다니내 생애 첫 만화만화 그리는 게 너무 좋아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다첫 계약엄마, 나 계약했어과감히 아이패드를 지르다우리랑도 계약해요클래식에 더욱 빠져들다조용히 좀 해, 이것들아!두려움혼돈의 카오스꼭 피하고 싶은 것제보가 쏟아지다묘비명 적어 보기5. 나는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있어요탈서울을 감행하다요일을 모르는 사람들프리랜서의 밤프리랜서의 행복시시때때로 엄습하는 불안감불안감 다스리는 법고마운 사람들좀 기다려 봐봐봐내가 겨울을 보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