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긴 여행
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바다와 늘 가깝게 지내던 유민은 어느 날 갑작스런 사건을 겪고 완전히 삶이 달라진다. 설상가상으로 머잖아 자신이 스스로 걸을 수조차 없게 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유민은 너무 아프고 외로워지기 전에 딱 30년만 행복하게 살고 죽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살다가 은퇴하는 순간 걷지 못하게 될 인생. 차라리 남겨진 시간만큼 반짝반짝 빛나고 행복한 것들로만 가득 채우고 난 후에 네덜란드인가 어디선가 하는 것처럼 친구가 안락사를 시켜 준다면, 이 남은 시한부 인생을 정말 후회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제 누굴 이렇게 미워할 필요도 없다. 마음껏 사랑하고 인생을 만끽할 시간도 부족한데, 누군가를 미워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의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유민은 우선 인류를 구한 후 30년 후에 와인이나 한잔을 걸치고서 죽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프랑스로 떠난다. 하지만 인류 구원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대고, 파리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져만 가는 와중에 파리행 비행기에서 만났던 한 프랑스 남자는 계속 유민의 앞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타인은 제멋대로 흘러가던 내 인생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