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교수의 첫 비평집. 황 교수는 문학의 근원이 신성한 곳에 있다고도, 문학 언어들이 어떤 종류의 귀신 들린 말들이라고도 주장하지 않지만, 문학을 통해서만 발언될 수 있는 말들이 있다는 점을 굳게 믿는다. 문학의 말은 유일하게 순간마다 자신을 반성하는 말이며, 반성한다는 것은 한 말이 다른 말의 권리를 막지 않았는지 살핀다는 것이다. 이 반성으로 말은 제자리를 차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말이 들어설 자리를 만든다. 그래서 모든 생각이 교착에 빠지고 모든 논의에 한 걸음의 진전이 불가능한 정황까지도 새로운 말이 솟아나오는 계기가 된다. 이것에 문학이 대한 그의 소박한 생각이며, 변하지 않을 믿음이다.
저자소개
1945년 6월 17일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6.25 전쟁 중 아버지의 고향인 신안의 비금도로 피난 가 비금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목포로 돌아와 문태중학교, 문태고등학교를 거쳐 1964년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잠시 편집자로 일하다가 같은 대학원에 진학해 아폴리네르 연구로 석사(1979), 박사(1989) 학위를 취득하는데, 이는 각각 국내 첫 아폴리네르 학위 논문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얼굴 없는 희망-아폴리네르 시집 ‘알콜’ 연구』(문학과지성사, 1990)를 펴냈다. 1980년부터 경남대 불어불문학과와 강원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거쳐 1993년부터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7년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았고, 2010년부터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명예 교수였다. 프랑스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 시를 연구하며 번역가로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열화당, 1982 ; 열린책들, 2015)를, 현대시 평론가로서 『말과 시간의 깊이』(문학과지성사, 2002)를 출간 한 바 있다. 퇴임 후 왕성한 출판 활동을 펼쳐, 2012년 비평집『잘 표현된 불행』(문예중앙 ; 난다, 2019)으로 팔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을 수상했다. 말라르메의 『시집』(2005), 드니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2006), 발터 벤야민의 『보들레르의 작품에 나타난 제2제정기의 파리』(2010), 아폴리네르의 『알코올』(열린책들, 2010),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미메시스, 2012),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문학 동네, 2015)과 『악의 꽃』(민음사, 2016),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문학동네, 2018) 등을 번역하며 한국 현대시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 대중 매체에 다수의 산문을 연재하며 문학을 넘어선 사유를 펼쳤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삼인, 2015), 『밤이 선생이다』(난다, 2016),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난다, 2018) 등의 산문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수류산방, 2013) 외 여러 권의 공저를 남겼다.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6대 위원장을 맡았다. 담낭암으로 투병하다가 2018년 8월 8일 향년 73세로 세상을 떠났다. 유고로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난다, 2019), 『황현산의 현대시 산고』(난다, 2020)가 출간되었다.
목차
책 머리에
1. 르네의 바다- 불문학자 김현
2. 정지된 세계의 알레고리- 이청준의 소설 <자유의 문>에 대해
3. 역사의 어둠과 어둠의 역사- 고은론
4. 삶의 세부 또는 희망- 김원우론
5. 육체 지우기 또는 기다림의 실천- 김정란의 시집 <매혹, 혹은 겹침>에 부쳐
6. 여린 눈으로 세상 보기- 이성복의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에 대해
7. 딸과 사막과 어머니의 서울-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까지의 김혜순
8. 세 번? 선택- 오탁번의 시집 <겨울강>에 부쳐
9. 어둠의 중심에서- 조정권의 시집 <신성한 숲>에 부쳐
10. 생명주의 소설의 미학- <토지>의 문학성
11. 아버지에 관하여- 송재학의 시집 <푸른빛과 싸우다>를 읽고
12.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강연호의 시집 <비단길>에 부쳐
13. 누추한 과거 순결한 기원- 최정례의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에 부쳐
14.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에 대해- 오세영의 시집 <하늘의 시>에 부쳐
15. 허망한 나라의 위대한 기획- 진이정의 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에 부쳐
16. 불행을 확인하기- 이수명의 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에 부쳐
17. 새는 새벽 하늘로 날아갔다- 오규원의 시집 <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에 부쳐
18. 자부심을 지닌 삶과 소박한 시- 신경림의 시집 <길>에 관해
19. 절구와 트임의 시학- 범대순의 절구 시집 <아름다운 가난>을 읽고
시 쓰는 노동과 노동하는 시- 유용주의 시집 <크나큰 침묵>에 부쳐
20. 죽음에 관한 두 시집- 이상호의 <뉴욕 드라큘라>와 남진우의 <죽은 자를 위한 기도>
21. 운명 만들기 또는 만나기- 전경린의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에 부쳐
22. 몸으로 시를 쓴다는 것은
23. 미래에서 현재를 보기 또는 방법적 시선- 이대흠의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에 부쳐
24. 혼자 가는 길- 성미정의 시집 <대머리와의 사랑>에 부쳐
25. 강인한 정신의 서정- 김명인의 시집 <바닷가의 장례>에 부쳐
26. 단정한 기억- 나희덕의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에 부쳐
27. 소설. 수필. 시-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다시 읽으며
28. 시의 우주적 상상력에 대한 작은 메모
29. 가장 파동이 작은 노래- 최하림의 시집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 부쳐
30. 나무를 보는 사람- 박용하의 시집 <영혼의 북쪽>에 부쳐
31. 인식의 지평과 시간의 깊이- 1990년대 시 관견기
32. 갇혀 있는 생명과 소모되는 생명- 최승호의 시집 <그로테스크>와 김기택의 시집 <사무원>
33. 모국어와 시간의 깊이
34. 난해성의 시와 정치- 김수영론
35. 서정주의 시세계
수록 평전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