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마키아벨리 생애 마지막 역량을 쏟아부은 역작...
한마디로 ‘시대의 요청’, 그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성찰하라는 것”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
“그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행방에 대한 단서...
귀감이든 반면교사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소설가 이문열
국내 최초로 완역된
마키아벨리의 생애 마지막 ‘역작’
정치학과 처세술에 관한 대표작 『군주론』 덕분에, 마키아벨리는 흔히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정한 냉혈한의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면 이미 잘 알려진 『군주론』, 『로마사 논고』 등을 넘어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쓴 『피렌체사』를 꼭 읽어봐야 한다.
『피렌체사』는 13~15세기의 피렌체와 주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중세 정치, 역사를 총망라한 책으로, 마키아벨리가 죽기 꼭 1년 전인 1526년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헌정되었다. 피렌체의 역사는 물론, 이탈리아 반도와 주변국의 정세, 사건을 폭넓게 서술한 『피렌체사』는 그를 ‘위대한 사상가의 반열에 세운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라고도 불리는 마키아벨리는 자신이 태어나고, 활발히 활동하다 죽은 피렌체에 대해 과연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그가 이 책을 쓸 당시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다. 공직에서 쫓겨나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던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의 수장이자 교황인 클레멘스 7세의 요청에 의해 『피렌체사』를 집필하게 된다. 마키아벨리의 입장에서는 교황과 메디치 가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냉철하고 신중한 통찰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때로는 간접적인 비판 등을 통해 재치 있게 정확한 사실을 기술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이 책은 쉽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탈리아의 역사를 넘어, 당시의 유럽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지 않고 마키아벨리를 안다고 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가깝다. 추천사를 쓴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의 저자,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김상근 교수는 “대한민국은 공화정과 군주정의 희망과 횡포 사이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사』에서 제시했던 공화정과 군주정의 조화, 시대의 흐름에 대한 통찰력에 대해 이해한다면 좋으련만”이라며, 독자들이 당시 피렌체의 분열을 보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희망에 대한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이문열 소설가 역시 “지금 우리 사회와 겹쳐지고 역사의 반복에 침울해지지만, 그것이 귀감이든 반면교사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라고 말하면서, 당시 피렌체의 정치사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관해서도 깊게 생각할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피렌체, 자유와 분열의
핏빛 역사를 간직한 도시
이탈리아의 손꼽히는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인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도시’, ‘천재들의 도시’, ‘예술과 낭만의 도시’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피렌체의 진짜 역사, 무수한 분열과 권력의 투쟁에 의해 붉게 물든 피렌체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면 단순히 아름다운 겉모습만으로 그 도시를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사』를 통해 자기 고향인 피렌체의 무구한 역사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며, 때로는 안타까운 시선을 숨기지 않은 채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무엇보다 13~15세기 피렌체의 평민이 어떻게 귀족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되었는지, 귀족은 어떻게 권력을 잃고 사라지게 되었는지 또 평민과 하층민의 권력 투쟁은 어떠했는지 그 치열한 역사를 자세히 기술한다. 피렌체인의 자유를 향한 끝임 없는 투쟁과 열망은 마키아벨리의 글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나아가 그는 귀족과 평민 그리고 하층민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다가 메디치 가문의 지배를 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도 구체적인 사건을 들어 자세히 설명한다.
총 8권으로 구성된 『피렌체사』에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의 역사만 다루지는 않는다. 피렌체의 역사를 논하기 전에 이탈리아가 어떻게 그 당시 이 지역을 통치했던 권력자들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를 먼저 보여 주기 위해 제1권에서 제4권까지는 피렌체와 그 주변 이탈리아 역사에 관한 서론이 되는 내용을 다룬다. 특히 제1권에서는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열되는 4세기 후반부터 1차 롬바르디아 전쟁이 개시되는 15세기 초반까지 1000년 넘는 세월을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이에 대해 마키아벨리는 본문에서 “이탈리아의 역사를 쓴다고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이유는 없고, 또한 피렌체가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했던 전쟁들은 대개 다른 이탈리아 국가나 군주들의 행동에서 비롯되었으므로, 만일 그것들이 서술되지 않는다면 피렌체의 역사는 이해하기 더 어렵고 재미 역시 덜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부온델몬테의 결혼과 죽음으로 시작하는 제2권에서는 교황파(구엘프)와 황제파(기벨린)의 갈등을 거쳐, 귀족과 평민의 대립으로 분열되는 피렌체를 그렸다. 제3권에서는 1354년부터 1414년까지 피렌체 내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으며, 권력을 차지한 구엘프당과 급료와 처우에 불만을 품은 하층민의 봉기 그리고 무력 투쟁 끝에 권력을 되찾은 유력한 평민과 구엘프당의 모습 등을 묘사한다. 제4권에서는 피렌체 내부적으로는 메디치 왕조의 창시자 조반니 데 메디치의 등장과 그의 아들 코시모의 추방과 귀환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1·2·3차 롬바르디아 전쟁과 볼테라 반란, 루타 전쟁 등을 깊이 있게 서술했다.
제5권에서는 1434년에서 1440년까지 피렌체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전쟁들을 주로 다루었으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사라진 그림으로도 유명한 앙기아리 전투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제6권에서는 4차 롬바르디아 전쟁의 종식과 필리포 공작의 죽음 그리고 밀라노 공국을 차지하기 위한 프란체스코 스포르차와 베네치아의 세 차례 전쟁 등을 기술한다. 제7권에서는 코시모의 아들 피에로를 제거하려는 반 메디치파의 음모와 그의 아들 로렌초 일 마니피코의 등장을 중점적으로 그리며, 대외적으로는 베네치아 전쟁, 프라토 소동, 볼테라 폭동, 시에나 전쟁 등을 보여 준다. 이 책의 마지막인 제8권에서는 로렌초 데 메디치를 죽이려는 파치 가문의 음모에서 시작해 계속된 패배로 곤경에 처한 피렌체의 모습을 서술한다. 그밖에 소금 전쟁과 교황 인노첸시오 8세와 페르디난도 1세의 전쟁, 피렌체의 사르차나 수복 전쟁 등을 서술한 후, 로렌초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앞서 얘기했듯이 마키아벨리는 이 글을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바치고 1년 뒤 1527년에 피렌체에서 사망했으며, 이후의 피렌체 역사를 더 썼는지는 아쉽게도 확실하지 않다. 마키아벨리는 통합만이 외세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굳게 믿던 뼛속 깊은 공화국의 주창자였다. 이런 그의 사상은 그가 생애 마지막에 심혈을 기울여 쓴 이 책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김상근 교수는 “달랑 『군주론』을 읽고 마키아벨리를 이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왕십리까지 와서 서울을 봤다고 자랑하는 시골 양반의 허세와 같다”라며 진짜 마키아벨리를 이해하려면 『피렌체사』를 읽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태어나고 활동하고 죽은 피렌체의 역사를 넘어서 이탈리아 전체의 흐름을 서술하며 공화국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보여 준 이 책은 과연 마키아벨리의 역작이라 불릴 만하다.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세밀히 확인하며
심혈을 기울인 2년여의 번역 과정
이 책을 번역한 하인후 역자는 번역을 위해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을 들였다. 역자는 마키아벨리와 관련된 서적과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며 그의 천재성에 무수히 감동했다.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다 갑자기 상상력을 발휘하는 마키아벨리의 글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잘못 해석하기 쉽다.
이에 역자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찾아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일일이 확인하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백 개의 각주를 본문에 첨가했다. 또 각 권의 마지막에는 깊이 있는 설명이 추가된 미주를 추가해 당시 시대적 배경과 좀 더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마키아벨리가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인터넷은커녕 자료도 넉넉하지 않았을 때이다. 그 당시 이렇게 방대한 양의 역사서를 서술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무척 놀랍지만, 간혹 잘못된 정보가 발견되기도 했다. 역자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에 대한 정확한 사실 관계를 서술해 친절하게 각주로 첨부했다. 또 원서에는 없지만 각 상황에 어울리는 이미지와 자료를 직접 찾아 본문에 실어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이해와 재미를 높였다. 이미지에는 내용과 관련된 자세한 캡션을 달아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보는 듯 구성했다.
또한 본문에 등장하는 전쟁과 사건 등을 좀 더 가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당시 이탈리아의 지역들과 사건을 나타낸 지도를 추가했다. 그로 인해 독자들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당시 이탈리아 지역들의 정확한 위치와 사건이 진행된 이동 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본문의 마지막에는 13~14세기의 ‘피렌체 권력 지형과 정부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표로 만들어 이 책의 제2~3권에서 다루는 끊임없이 변화되는 피렌체의 분열에 대해 살펴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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