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퍼즐 맞추기
타인의 고통을 듣는 두 여성 연구자가 이야기하는
우리가 서로의 곁에 있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은 의료인류학자로서 자살, 우울증, 재난 트라우마와 같은 사회적 고통에 관해 연구해온 이현정과,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여성 우울증의 사회적 맥락을 탐구한 『미쳐있고 괴상하고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쓴 하미나가, 타인의 고통과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나란히 함께 퍼즐을 맞추듯 섬세하게 채워나간 편지들이다.
타인의 고통을 유심히 듣고 그 고통의 이유를 찾는 이현정과 하미나는, 고통의 서사를 듣고 연대하는 작업의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자신을 돌보는 일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우울증이 증가하는 이유를 되짚고 자본주의·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바깥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을 상기하고, 가까운 이와 도움을 주고받은 경험을 공유하며 상호 돌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날이 갈수록 고통과 슬픔이 늘어만 가는 사회의 문제점을 짚으며 ‘세상이 점차 나아진다’는 믿음을 두고 토론하기도 한다.
타인의 고통을 연구하는 두 여성은 세상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다, 자신의 내밀한 상처를 드러내는 데 이른다. 그리고, 서로의 경험이 꼭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성 중심적인 일터에서 자기 자리를 찾으려 분투해온 여성으로서,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둘은 공명한다. 편지를 통해 두 사람은 연결된 퍼즐 조각처럼 손을 맞잡고 위로를 건네며, 고통이라는 중력에 발을 딛고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자고 다짐한다. 어떤 고통은 절대로 이해해낼 수 없지만, 우리는 그 상처를 기반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연대하며 관계 맺을 수 있다. 이 책은 고통과 슬픔 그리고 애도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우리가 서로의 곁에서 서로를 보듬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