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자유로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이전과 달리 무의미하게 느껴져 내 시간을, 삶을?좀 더 아끼고 싶었을 뿐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회사가 나한테 좋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문득 새로운 경험을 하는 일이 경력을 쌓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급하게 여겨졌다.
언젠가 아끼는 동생이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퇴사하고 여행 가는 게 뭐가 멋있어요. 일상을 지키는 게 훨씬 더 용감하고 멋있는 일 아닌가?” 당시엔 이 말에 동의했지만 나는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어렵다는 승진을 한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두 달간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의 여러 도시를 방문했다. 여행책이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수많은 기록 사이에 또 하나의 경험과 생각을 더하는 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길 바라며 글을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