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로 만든 세계
“사회적 통념이 무너진 새로운 세상이 온다”
인공지능은 최근 10년간 급속한 발전을 이루며 우리 사회 전반의 화두가 되었으나, 하루아침에 부상한 신사업은 아니다. 1935년 앨런 튜링의 발견에서부터 그 시작을 놓고 보면 세월을 거듭하며 성공과 실패의 기록이 축적되어 수억 원에서 수십조 원이 몰리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맞이한 분야다. 광고에 쓰인 이미지의 진위부터 수학 및 과학적 발견에 이바지한 시스템을 소개하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연일 쏟아지는 관련 기사만 봐도 이젠 친숙할 법한데 인공지능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복잡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주제다. 이는 대부분의 사회과학 관련 전문가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 인공지능이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도구적 역할에서 벗어나 그 지위와 역할을 대체할 것이란 부정적 예측을 담아 인류의 각성을 촉구해 반감에 가세했으리라 본다. 또한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엑스 마키나」 등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소비된 세계관 속 인공지능은 자주 인간 형상을 한 ‘로봇’ 이미지로써 오인되어 인간을 위협하는 잘못된 신화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데 일조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생각의 깊이마저 개입할 정도의 위협이 목전에 온 현실에 말미암아, 인공지능에 관한 분명한 안내가 더욱 시급해졌다.
2023년 크리스마스 강연 과학 부문 연사로 영국 왕립연구소 연단에 오르는 인공지능 전문가 마이클 울드리지는 컴퓨팅 기술 특히 인공지능이 실패해온 기록을 제대로 살펴보기만 해도 인공지능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씻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렇게 탄생한 이 책 『괄호로 만든 세계』에서 의식기계(conscious machine)를 완성하기 위해 인류가 도전해 온 궤적을 따라 컴퓨터 관련 업계 및 사회 전반에 어떠한 이해충돌이 발생했으며, 이렇게 등장한 시스템의 탄생 배경과 그 기술적 한계를 객관적으로 소개한다. 컴퓨팅 기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인공지능의 역사를 공학자의 관점을 따라 톺아보면서 과연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그 본질과 의의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