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어느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당직 일지
끝내는,
아이들 곁을 지키는 모든 어른들을 위한 호소의 기록
15년 전, 어른들의 언어가 아닌 아이들의 몸짓과 눈빛으로 나누는 이야기가 좋아 소아청소년과를 택한 젊은 전공의가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소아응급실에서 아픈 아이들과 보호자들의 낮과 밤을 지키며 살아간다. 소아응급실에서는 환자가 오래 머물지 않다. 매일 많은 사람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내일이 없다. 내일이 되기 전에 환자는 집으로 외래로 병실로 떠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매일 소아응급실에서 마주하는 찰나의 기쁨과 감사의 순간들, 안타까운 사연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살아가며 겪는 수많은 아픔과 슬픔, 그로 인한 성장의 시간들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퇴근길이면 당직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저자는 응급실에서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은 때로 아이보다 엄마, 아빠임을 알고 그들을 위해 먼저 다정한 마음을 내어준다. 아직 아이 돌보는 법이 서툰 초보 부모들을 보며 똑같이 서툴렀던 자신의 초년병 시절을 돌아보고, 딸아이가 다쳐 의사가 아닌 보호자로서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상대의 입장과 속도를 몰라 오해했던 시간을 돌아본다. 아이를 잃어 절망과 고통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서 아버지의 어깨를 먼저 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병원 곳곳의 ‘무대 뒤’ 의사들, 매일 밤 잠든 아이와 가족을 위해 귀하디귀한 마음 한 조각을 기꺼이 떼어주는 간호사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