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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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을 읽어주십시오.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각광받는 초신성 작가인 아쓰카와 다쓰미와 샤센도 유키의 경작 미스터리다. 아쓰카와 다쓰미는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로, 샤센도 유키는 『낙원은 탐정의 부재』로 국내 독자에게 처음 소개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 두 작가가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에서는 어떤 기획을 위해 각자의 창작열을 작품 속에서 불태운다. 수록작은 각각 수조성에서 벌어진 밀실살인을 파헤치는 「수조성의 살인」과 범인이 자신이 살해한 시신 옆에서 잠을 자고 홀연히 사라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흔한 잠」이다.
먼저 샤센도 유키가 아쓰카와 다쓰미에게 보내는 도전장에 대한 답, 즉 「수조성의 살인」부터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웃집 부부가 함께 여름 휴가를 나오고 그들은 핫플인 수조성에 머문다. 그렇게 유유히 물놀이는 즐기며 휴가를 보내는 어느 날,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고 그사이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맥주병, 폭 10미터인 수조를 건너야만 빠져나올 수 있는 밀실. 범인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다음으로 아쓰카와 다쓰미가 샤센도 유키에게 보내는 도전장에 대한 답, 즉 「흔한 잠」이다. 주인공 단나이 가즈히사에게는 외모도 뛰어나고 미술 재능도 타고났으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여동생 단나이 지유리가 있다. 그런 동생에게 열등감과 질투를 느낀 가즈히사는 어느 순간부터 점점 여동생을 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예대 입시를 치른다며 도쿄에 오고, 가즈히사의 집에 머무른다. 그리고 그날, 가즈히사가 근무하는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이 살인 현장에서 잠을 자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이며, 왜 살인 현장에서 잠을 잤을까?
두 작품은 전부 두 작가 각각의 개성과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미스터리다. 서로 리스펙하는 작가의 도전장에 응수한다는 멋진 기획이 두 작가로 하여금 혼신을 다하게 만든 것이다. 보너스로 수록된 ‘미니 대담’과 ‘집필 일기’에는 두 작가가 집필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과 고민, 자기만의 집필 방식, 이 기획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심정 등이 고스란히 실려 있어 각별한 재미를 더한다.『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은 두 편의 미스터리와 작품에 얽힌 뒷이야기까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듬뿍 실어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국내에선 경작의 성격에 맞게 베테랑 번역가인 김은모작가와 문지원 작가의 개성넘친 색다른 번역 대결도, 블루홀식스가 작심해서 만든 일명 거꾸리 책의 만듦새(1+1) 이 모든 즐거움을 꼭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진짜 더 이상은 없다!
“작품으로 겨뤄 보지 않으실래요?”
두 작가의 흥미로운 도전장.
아쓰카와 다쓰미는 1994년에 태어나 2017년에 데뷔한 젊은 신예 작가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은 그리 만만치 않다. 가령 그는『홍련관의 살인(紅蓮館の殺人)』,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창해관의 살인(蒼海館の殺人)』으로 2020년부터 3년 연속 <본격 미스터리 대상> 소설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2023년에는 『아쓰카와 다쓰미 독서 일기(阿津川辰海?書日記)』로 <본격 미스터리 대상> 평론 연구 부문을 수상했다. 『아쓰카와 다쓰미 독서 일기』는 1,018작품을 언급하는 미스터리 가이드라고 하니 미스터리를 향한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그는 자신의 집필 루틴에서 통근 전철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통근 전철에서 독서를 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스마트폰에 메모한다는 것이다. ‘수조성의 살인’을 집필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감이 다가와도 풀리지 않는 문제에 머리를 싸매는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데, 이 모습은 매우 친근하기까지 하다. 떠오르는 신예 작가도 여느 사람들처럼 마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최후의 수단은 통근 전철에서 집필을 하는 것. 그의 작품의 매력을 더욱 느끼고 싶으면 이 집필 일기까지 필독하시기를.
그렇다면 샤센도 유키는 어떠한가? 그녀는 1993년 출생으로 2016년 『키네마 탐정 칼레이도 미스터리』로 제23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웍스 문고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아쓰카와 다쓰미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샤센도 유키는, 합작 미스터리로 기획하기 딱 좋은 동료이자 라이벌이지 않을까 싶다. 주로 라이트 문예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본격 미스터리’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편집자의 평을 계기로 본격 미스터리에 도전했다. 역시 『낙원의 탐정은 부재』로 그 참신함을 한층 발휘했다.
그녀의 집필 루틴으로는 ‘글자 수 배분’이 있다. 글자 수로 집필 계획을 관리해 하루 할당량에 해당하는 글자 수만큼의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15분이라는 제한 시간 동안 쓸 수 있는 글자 수를 ‘블록’으로 간주해 이 블록 여러 개를 조합해 이야기를 완성한다. 작가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자신의 집필 방식을 공유하며 이번 작품을 쓰면서 겪었던 고충, 특히 어려웠던 부분, 바뀐 제목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쓰카와 다쓰미든 샤센도 유키든 공통점은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재능 뒤에는 인내와 끈기가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앞으로도 그 재능을 멋진 작품으로 발휘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