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난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칼로리는 기가 막히게 알아도 정작 나를 잘 몰랐다. 남으로 여기며 살았다. 문득 내가 타악기라면 무슨 소리가 날까. 어쩌면 소리조차 안 날 수 있다. 내 소리를 알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알아가야 했다. ‘더 이상 이렇게 안 살아야지’, ‘내일부터는 달라질 거야’라는 구두 계약은 의미 없었다. 불공정한 지난 약관을 파기하고 새로운 이용약관을 만들어야 했다. 그동안 작은 글씨의 약관을 읽지도 않고 동의했다. 사용 설명서를 꼼꼼히 읽지도 않았다. 나를 알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와의 접촉면을 늘리기. 즉, 내 시간을 늘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나를 안다는 착각에서 빠져나와 "너한테 그런 면도 있었어?"의 그 면을 찾아야 했다.
저자소개
서점에서 진열된 소설들을 읽어보다가 가벼운 난독증으로 몇 장 넘기지 못하자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하고, 첫 소설 『네 번의 노크』를 썼다. 전자책을 직접 제작해 온라인 서점에 올린 후, 우연히 새로운 스토리에 목말라 있던 영화제작사의 눈에 띄어 전격적으로 영화화 계약을 했다.
『네 번의 노크』는 여성 전용 원룸에서 죽은 한 남자로 인해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이곳에 거주하는 여섯 명의 여성들이 참고인 자격으로 진실과 거짓이 교묘히 뒤섞인 각자의 이야기를 진술하는 독특한 구조로 진행된다. 작가는 원룸촌에 살면서 좁고 삭막한 공간과 측간 소음, 스쳐 지나간 다양한 사람들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에서 이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이름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소설을 읽는 데 오히려 집중하지 못했던 작가는 주인공들에게 이름 대신 숫자를 붙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가까이에 있는 낯설고 위험한 사람들, 한편으로는 현실의 비참함을 딛고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사람들에 주목하는 이 소설은, K-미스터리의 새로운 스토리텔러의 등장을 알리는 강렬한 데뷔작이다.
이야기는 이야기로 존재할 때 의미를 가진다는 소견에 따라 소개는 중략합니다. 음악 들을 때 작사가, 작곡가 보다 멜로디와 노랫말에 집중하는 것 처럼요.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독자들의 경험이 두 번째 큰 보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