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침묵이 날개였다
그녀가 서귀포 칼호텔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문주란이 <br /><br />피어 있는 작은 포구의 카페에서 뭍으로의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br /><br />단조의 피아노곡이 흐르는 이곳의 카페에는 중년의 부부와 나 뿐, <br /><br />파돗소리가 오히려 카페의 주인이었다.<br /><br />뭍과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외로워질 것 같았는데 오히려 파돗소리가 <br /><br />친구가 되었다.<br /><br />외로움이 깊으면 깊을수록 더 사려 깊은 내가 되어갔다.<br /><br />알 수 없는 일이었다.<br /><br />옛 기억조차 외로움을 더 깊게 했지만, 그녀의 실루엣만은 지워지지 않는<br /><br />흔적이 되었다.<br /><br />한순간의 그 짧았던 기억이, 그 짧았던 바닷가 파란 가로등이 겨울의 <br /><br />비수가 될 줄은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나날이 되었다.<br /><br />세상과 맞닿은 그곳에는 늘 상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