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실패야. 샤워 못하겠어. 그냥 너무 싫어.”어느 날부터 남편이 씻지 않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다카세 준코 화제의 대표작!어느 날부터 남편이 몸을 씻지 않는다.목욕은 이제 안 하려고.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 몸에 닿으면 가렵고.남편은 비 오는 날 밖에 나가온몸을 흠뻑 적시는 것으로 씻기를 대신한다.나는 남편이 갈 정신과를 알아보다 그만둔다.냉정한 말을 서슴지 않는 시어머니와도 거리를 둔다.이 온화한 사람과 결혼하고 함께 살면서이제 내 인생에 예기치 못한 일 따윈 없을 것 같았는데……그렇게 닷새, 열흘,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실제 직장생활을 하며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다카세 준코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생활의 표리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작가다카세 준코는 실제로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2019년 소설가로 데뷔한 후, 5편의 장편소설을 비롯해 단편과 산문 등을 꾸준히 기고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젊은 작가다. 『개의 모양을 한 것』으로 제43회 스바루문학상을 수상하고, 이후 아쿠타가와상 후보 및 수상자로 연달아 호명되어 주목을 받았으며, 국내에는 제16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로 처음 소개되었다. 『샤워』는 두번째로 소개되는 다카세 준코의 대표작이다.다카세 준코의 작품에는 직장이나 가정, 친구관계, 일상적 에피소드처럼 주로 보편적인 재료들이 쓰이지만 그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매일 같은 일상이나 자주 겪어봄 직한 사건들 아래에 웅크린 진실 혹은 모순, 그 위를 소리 없이 흐르는 인물의 관계성을 포착해 담백하게 담아내는데, 그 오묘한 한 그릇을 마주한 이는 익숙한 감칠맛 뒤에 날카롭게 톡 쏘는 끝맛을 경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