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의 참새 (캐드펠시리즈-07)
영국의 대표적인 추리소설작가 엘리스 피터스가 1977년 이후 18년 동안 혼신의 힘으로 창조해낸 캐드펠시리즈는 현대 추리소설계에 가히 근원적인 영향을 끼쳐온 작품이다.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캐릭터인 캐드펠 수사는 이미 셜록 홈즈와 비견될 정도로 전세계 추리소설 독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피터스는 움 베르토 에코로부터 ‘가장 뛰어난 현대 추리소설 작가로 지목받았으며. 그녀가 창조해낸 불세출의 인물 캐드펠은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 수사에게도 적장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앨리스 피터스는 1963년 [죽음과, 행복한 여자]로 미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에드가 앨런 포우 상, 캐드펠 시리즈 [수도사의 두건]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카르티에 다이아몬드 대거 상, 퀸 엘리자베스 2세로부티 대영제국훈장을 수여받은 바 있다.
그녀는 1995년 10윌 생전에 자신이 지극히 사랑했고. 또 캐드펠 시리즈의 배경이기도 했던 고향 시로프셔에서 여든두 해의 생을 마쳤다. 이제 고인이 되있지만, 그녀가 창조한 캐드펠 수사는 소설 속에 살아남아 전세계 독자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이번에 나온 [성소의 참새]는 모두 8권으로 구성된 캐드펠 시리즈 일곱번째 작품으로 12세기 중세 영국사회와 당시 민중의 삶을 구체적이고도 강직하게 그려낸 역사 미스터리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이 작품은 캐드펠 시리즈의 주요 배경인12세기 시루즈베리에서 일어났던 왕권 전쟁의 참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던 시기의 서민들의 생활사를 다루고 있다. 좀처럼 자료를 잦기 힘든 중세 민중 생활사를 소재로 한 소설의 희귀성올 생각할 매, 이 추리 소설이 가진 남다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1140년 어느 날 밤, 공포에 찬 외침이 시루즈베리 수도원의 새벽기도를 가른다 피투성이가 된 채 성소로 피신한 어린 어릿광대와, 그를 쫓아 수도원까지 들어온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팽팽한 긴장이 서두에서부터 숨막히는 사건 전개를 예고한다. 어느 부유한 금세공인이 결혼식날 습격을 당하고 엄청난 보화를 잃어비린 사건이 일어났는데, 모든 사람들은 이 어릿광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어릿광대는 폭도들의 린치를 피해 치외법권의 공간인 수도원으로 피신한다. 그리하여 그는 일단 목숨을 구하는 데 성공하지만 곧이어 발생하는 연쇄살인 사건은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다.
엘리스 피터스에게는 보통의 추리문학 작가들이 구사하지 않는 미덕이 있다. 약한 자와 가지지 못한 자에 대한 강직하고도 따뜻한 시선이 그것이다. 늘 기성의 권위와 위엄으로 무장한 위선적인 권력자들이나 성직자들, 그리고 약자에게만 유독 강한 비열한 인간들에 대해서는 경멸감을 숨기지 않지만, 권력과 부에 짓밟히고 학대받으면서도 선량하고 고결한 마음을 잃지 않는 가난하고 무력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따뜻한 연민의 눈길을 보낸다
[성소의 참새]에 나오는 어릿광대 윌리엄과 금세공인 집안의 하녀인 래닐트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십자군 전쟁에서 돌아와 육십의 나이에 수도사의 길을 걷는 노수사 캐드펠은 이 가련한 연인들의 비참한 처지에 연민을 느껴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에게 신의 은총의 빚이 깃들게 해주려 애쓰는데, 캐드펠의 그런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엘리스 피터스의 마음에 다름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