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과연 블랙인가
200년간 과학자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블랙홀이
우주를 이해하는 핵심이 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얼마 전 큰 인기 속에 막을 내린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마지막 회에 ‘웜홀’이라는 용어가 등장해 관심을 끈 바 있다. 김수현이 맡은 주인공 도민준이 다른 별로 돌아가 있다 ‘웜홀’을 통해 다시 지구로 돌아와 전지현, 즉 여주인공 천송이를 만나는 장면이었다. 도민준은 “3년 전 이곳을 떠날 때 난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죠. 일명 웜홀이죠. 그곳에서 모든 걸 회복한 후 다시 돌아오려 했어요. 어차피 나에겐 그곳의 길고 긴 시간은 필요 없었어요. 지구에서의 짧은 시간만이 필요했죠"라며 천송이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드라마에서 ‘웜홀(Worm hole)’은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이어주는 통로로 사용되었지만, 천문학에서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이어주는 통로로 이해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블랙홀(Black hole)은 중력이 너무 커서 빛조차도 빨아들여서 빠져나갈 수 없게 하는 천체, 화이트홀(White hole)은 반대로 빛과 물질을 모두 내뿜기만 해서 결코 내부로 들어갈 수 없는 천체를 가리킨다. 물론 화이트홀도 웜홀도, 드라마처럼 아직은 ‘허구’와 ‘가상’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블랙홀은 과학적으로 그 존재가 입증된 ‘실체’이다. 블랙홀도 한 때는 가상의 천체로서 과학자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 적이 있었다. 200년 전 프랑스의 유명한 과학자인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1749~1827)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에는 암흑의 천체들이 존재한다.
그 천체들은 항성만큼이나 크고, 항성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이 암흑의 천체들이 바로 블랙홀이다. 하지만 이제 블랙홀은 더 이상 가상의 존재가 아닐뿐더러 그것이 가진 비밀들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우주를 이해하는 주요한 ‘열쇠’로 자리잡았다. 우주의 기원과 우주의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기초가 될 뿐 아니라 별의 특성 등을 연구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블랙홀이라는 말이 대중화된 데는 ‘휠체어 위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역할도 컸다. 그는 블랙홀은 빛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과학적인 통념에 반대해 빛이 빠져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블랙홀은 완전히 블랙만은 아니다(블랙홀은 검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