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소녀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기는 누구인가?
짙게 드리워진 참사의 그림자, 두 가족의 엇갈린 운명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대형 참사가 모두를 절망케 하는 것은 그동안 믿었던 단단한 확신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 나고, 운명과 신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그림자 소녀》는 그런 완전한 절망 앞에 빠진 인물들에게 생후 3개월 된 어린 생존자를 보여주며 또 다시 잔인한 희망을 불어넣는다. 희망은 집착과 욕망을 낳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만들어, 때로는 사랑이 되고 때로는 광기가 된다. 비행기 사고에서 기적같이 생존한 아기는 릴리, 잠자리, 에밀리, 리즈로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혼란스러운 운명의 주인공이 된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삶이라는 처절한 운명, 인간의 부조리한 실존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탐정의 구도를 전혀 색다르게 배치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건을 해결할 열쇠가 제법 실력 있고 열정적인 탐정 그랑둑에게 주어지지만, 그렇다고 그가 사건을 완전히 해결하는 순수한 영웅만은 아니다. 그랑둑이 열심히 사건을 파헤치는 가운데 그의 행적을 뒤따르는 또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고 독자들도 나름의 추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그 인물들의 뒤를 쫓는 느낌을 갖는다. 이런 면에서 이 소설은 열린 구조이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모든 의혹이 풀리는 완벽한 설계도를 갖추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끝에 가서야 비로소 지나온 모든 이야기 속에 사건의 복선이 깔려있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 말미의 예상치 못했던 반전은 이 작품이 주는 놓칠 수 없는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