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
이과생들도 쉽게 이해하는
8가지 과학 속 인문학 이야기
유전공학과 윤리가 무슨 상관인지, 정보권력이 왜 위험한지, 로봇의 발달이 어째서 직업을 앗아가는지
오늘도 뉴스와 위키를 뒤지는 이과생에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
중국이 결국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을 시도했다. 미국은 프리즘 시스템으로, 한국은 국정원 5163부대가 민간인을 불법 감청했다. 사상 최초로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류의 종말이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대 과학기술 사회는 과학의 폭주 시대를 맞이했다. 새로운 기술이 이끌어내는 파괴적인 사회적 변화가 점점 극명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이들은 과학의 사회적인 위험보다는 논문과 비즈니스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매일 뉴스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보며 감탄할 뿐, 인간의 삶이 어떻게 바뀔지 무관심하다. ‘과학하는 이들’과 그 열매를 취하는 우리는 모두 커다란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은 그런 우리들에게 울리는 경종이다.
배아 유전자 편집과 디자인 베이비(Desinged baby)
올해 5월 초,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의 리처드 스톤 편집장은 깊은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중국 준지우 황 교수의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 성공’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지면에 싣지 않기로 한 것이다. 결국 황 교수는 조금 덜 유명한 〈로틴&셀(Protein&Cell)〉이라는 과학잡지에 논문을 실었고 당연하게도 과학계와 대중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전자 연구의 역사에 남을 일이라는 의견과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의견이 교차했다.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은 인간의 과학이 마침내 신의 영역을 침범한 일대 사건이었다.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유전공학이 낳을 미래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가장 경계한다. 홍성욱 교수는 6장 〈유전공학의 저울추〉에서 유전자 편집이 가능케 할 디자인 아기(유전자를 편집하여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아기)가 새로운 빈익빈 부익부의 세상을 창조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유전자 편집은 개인의 우월성을 넘어서 인간의 우열을 낳고 유전자로 운명이 결정되는 미래 사회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유전자 편집기술의 창시자이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개발자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기술이 미래 인류에 심대한 위협이 될지 모른다고 염려한다. 부유한 이들은 자녀를 건강하고, 똑똑하고, 키가 크고, 미남·미녀로 편집하여 낳는다. 그렇지 않은 이들은 자녀의 생물학적 운명을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미래 유전공학은 부의 되물림에 더해 우월한 유전자의 계승과 편집까지 가능케 할 것이다. 미래 아이들이 “당뇨병 발병률 40%, 심혈관 질환 60%, 한계수명 44세”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안드로이드 하녀를 발로 차면 잔인한가?
‘절대 넘어지지 않는’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다소 황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스팟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개발자가 걸어가는 스팟을 발로 걷어찬 게 발단이었다. “우리 불쌍한 로봇”, “제일 잔인한 동물은 인간” 등의 여론이 확산되었다. 이 문제는 로봇에 대한 인간의 동정심 때문에 발생했다.
이라크 전쟁 당시 동료를 치료해달라며 울부짖는 미군 병사의 사진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다친 동료는 바로 지뢰 제거 로봇이었다. 사람들은 미군 병사를 조롱하기보다 이제 인간이 로봇에게 정을 주고, 로봇을 인간처럼 대하는 때가 도래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미래에 만약 10년 동안 집안일을 해준 안드로이드가 어느 날 갑자기 “제게 인권을 주세요”라고 요청한다면? 인간이 로봇을 만들었듯이 로봇이 스스로 자신의 피조물을 만들고 싶어 한다면? 인공지능으로 자율 활동이 가능해진 로봇이 실수로 인간을 죽인다면? 우리는 로봇을 인격체로 대우하고 벌할 것인가, 아니면 금속덩어리 주제에 건방지다며 단죄할 것인가? 홍성욱 교수는 이와 같은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인간이 스스로 인간의 정의를 확실하게 내림으로써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원종우가 말하는‘최악의 미래’와
이정모이 말하는‘최선의 미래’는?
원종우 작가는 최악의 미래로 3가지 시나리오를 꼽는다. 바로 지구 멸망, 인류 멸절, 문명 종말이다. 지구의 멸망은 문자 그대로 지구가 산산조각이 나는 상황을 말한다. 실제로 공룡의 숨통을 끊은 K-T대멸종은 소행성 충돌이 초래했으며, 그 이전에는 명왕성 크기의 소행성 테이아(Theia)가 지구와 충돌하여 달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런 우주적 사건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 발생할 확률이 결코 0%는 아니라고 경고한다.
만약 직경 2km의 천체가 태평양에 떨어진다면? 특유의 필담으로 인류와 문명이 어떤 순서로 최후를 맞이하는지 실감 나게 묘사한다. 덧붙여 현대 과학이 이 위기를 어떻게 막을지, 미래에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소개한다.
이정모 관장이 말하는 최선의 미래는 의아하게도 ‘멸종에서 생존하기’다. 그 이유는 지금이 지구 역사상 6번째 대멸종이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지구상의 동식물 멸종 속도는 산업혁명 이후 100배나 빨라졌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100년이 걸린 멸종이 지금은 불과 1년 안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1개 종의 수명은 130만 년이니 1만 년 동안 살아온 인류도 앞으로 130만 년은 버텨야 한다고 말한다. 이정모 관장은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다. 나는 차를 타고 다닌다. 내 아들은 제트기를 타고 다닐 것이다. 내 아들의 아들은 다시 낙타를 타고 다닐 것이다”라는 현대 중동 속담을 소개하며 문명의 쇠퇴와 인류의 멸종에 대비하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빅브라더(국가정보권력)와 리틀시스터(기업정보권력)가
우리의 24시간을 훔쳐보고 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동안 CCTV, 차량 블랙박스, 인공위성, 심지어 드론에게까지 감시를 당하고 있다. 감시 시스템은 뺑소니 차량, 성범죄 용의자, 은행강도 등의 용의자를 탐색하고 체포하는 데 큰 의의를 두지 않는다.
빅브라더는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이 권력자의 개가 되기를 거부하는 순간 유럽 유수의 팀은 모든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도 정보권력의 감시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리틀스터는 빅브라더와 달리 기업의 정보권력이다. 우리의 개인정보와 구매패턴, 하루 이동동선, 취미까지 우리 자신도 모르는 것을 낱낱이 알고 있다. 이는 우리의 구매욕구를 자극하여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인들은 위로는 국가의 정보권력에게, 수평적으로는 기업의 정보권력에게 우리의 정보를 빼앗기고, 이용당하고 있다.
세계가 지식정보 사회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정보권력이 국민을 보호하고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을 넘어서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기업이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이용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창무 교수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과 나아가 사고까지 지배하려는 빅 브라더와 리틀시스터에 맞서야 한다고 격려한다. “We are watching you.” 억압받지 않기 위해 대중이 정보권력을 쥔 자의 눈을 똑바로 보며 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