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반의 전쟁 2
인기리 방영 중인 미드 〈익스팬스〉 시리즈 원작소설
“SF판 얼음과 불의 노래” 더 빨라졌다, 더 강렬해졌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로커스상을 수상하고, 휴고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만족시킨 스페이스 오페라 〈익스팬스〉 시리즈. 그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되는 두 번째 작품 《칼리반의 전쟁》. 2017년 2월 미국 Syfy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익스팬스〉 두 번째 시즌의 원작 소설. 더 풍성해진 캐릭터와 깊어진 이야기, 손을 뗄 수 없는 박진감과 서스펜스, 심지어 속이 후련해지는 액션 신까지. 마땅히 그래야 할 스페이스 오페라가 갖출 모든 것을 품었다.
“숨막힐 정도로 빠른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권을 갈망하게 될 것이다.”
- 퍼블리셔 위클리
“강렬하면서도 지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굉장하다고밖에 말할 수밖에.”
- 토르닷컴
더 풍성해진 캐릭터, 더 깊어진 이야기
“스페이스 오페라,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소행성대의 식량공급 기지인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 거대 유리와 온실 돔으로 23세기 우주의 인류를 먹여 살리는 평화로운 위성에 다시 나타난 프로토분자 괴물. 전편 《깨어난 괴물》에서 금성에 매장해버린 줄 알았던 외계생명체는 이제 단순한 좀비가 아니라 인류의 과학을 배우며 진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쪽같이 사라진 열여섯 명의 아이들. 지구와 화성은 가니메데를 두고 일촉즉발의 전운에 휩싸인 가운데 또 다시 그 중심에 놓이게 된 제임스 홀던 선장과 로시난테 호의 승무원들은 어떻게 태양계와, 잃어버린 소녀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외계생명체와 함께 금성에 추락해서 사라진 밀러를 대신해서 새로이 등장한 막강한 인물들. 동료들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거대한 체구의 여자 해병대원, 손녀들에게는 인자한 할머니이지만 공석에서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UN의 권력자, 그리고 딸을 빼앗긴 식물학자. 전작부터 돈키오테처럼 ‘해결사’가 된 전 우주적 트러블메이커 홀던 선장. 접점을 찾기 어려울 법한 네 인물이 연극의 한 장면들처럼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마침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데….
“《칼리반의 전쟁》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 가져야 할 모든 덕목을 갖췄다.”
- 와이어드
“진정한 페이지 터너에다가, 마지막 문장에서의 소스라침까지!”
- 커커스
스페이스 오페라,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타인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세계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리고 제임스 S. A. 코리는 그것을 해냈다. 《칼리반의 전쟁》은 전작 《깨어난 괴물》을 읽고도 이 세계의 가능성에 여전히 회의를 품고 있던 이들에게 건네는 의미심장한 초대장이다.
21세기 들어 대중적, 그리고 문학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스페이스 오페라로 손꼽히는 제임스 S. A. 코리의 〈익스팬스〉 시리즈. 그 시작을 알린 첫 번째 책 《깨어난 괴물》의 원제는 ‘리바이어던이 깨어났다(Leviathan Wakes)’로, 리바이어던은 본래 구약성서 욥기에 등장하는 거대괴물의 이름이다. 리바이어던은 바다에 사는 거대한 짐승으로 육지의 짐승 비히모스(Behemoth)와 쌍을 이루며 절대악의 힘을 상징한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과 《비히모스》를 통해, 정치적인 의미에서 육지에 사는 괴물 비히모스가 ‘내란’을 의미한다면, 바다에 사는 신비의 존재 리바이어던은 전쟁의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여 평화를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절대주권을 가진 ‘국가’를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제임스 S. A. 코리는(또는 타이 프랭크와 다니엘 애이브러햄은) 장대한 시리즈의 첫 번째 책 《깨어난 괴물》을 통해 먼저 구약성서의 괴물을 소환했다. 물론 그 괴물은 바다에 사는 괴물이 아니라, 23억 년 전에 가늠할 수 없는 먼 외계에서 지구를 향해 발사된 소행성에 타고 있는 외계생명체다. 그 소행성은 불행하게도, 혹은 인류를 위해서는 다행히도 토성의 중력에 포섭되어 고작 위성 신세로 긴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인류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태양계 전체를 삶의 터전으로 만들 만큼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23세기에도 여전히 인간은 인간을 착취하고, 필요하다면 학살을 서슴지 않는다. 지구는 UN이라는 하나의 단일국가로 통일되었지만, 신흥 무장 세력이 된 화성, 그리고 식민지로 전락한 신세지만 독립의 열망이 끊이지 않는 소행성대의 ‘내란’은 결코 만만하게 볼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그 내란을 종식할 거대한 괴물 ‘리바이어던’이 깨어났다.
세계가 이야기를 압도하던 《깨어난 괴물》의 우주
《깨어난 괴물》은 그 이름을 가져온 구약성서처럼,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었음을 알리는, 거대한 또 하나의 우주의 탄생을 알리는 잘 짜인 서막이었다. 과학적 엄밀함에 기반을 둔 세계관에는 확실한 존재감이 있었고, 서로 다른 개성의 두 주인공 홀던과 밀러는 각각 스페이스 오페라의 장쾌함과 하드보일드 누아르의 우수를 빚으며 이야기의 표정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복잡하게 얽힌 정치 세력 간의 힘겨루기는 현실을 연상시켰고, 그 속의 개인에 지나지 않는 로시난테 호 승무원들의 동료애와 줄리 마오가 보여준 용기는 이 세계를 지탱하는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갖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와 같은 장점들 아래에는 소년의 자의식이 있었다. 자기가 오랜 시간 조립한 세계를 열심히 설명하며 플레이어를 모집하려 애쓰는 ‘너드’ 소년들의 열정 말이다. 장대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깨어난 괴물》은 중반까지 소설이라기보다는 게임의 설정집을 연상시킬 만큼 세계관의 설정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인물들의 입체성은 다소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홀던과 밀러는 할리우드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지 않는 주인공들이었고(크리스 프랫, 윌리엄 샤트너, 험프리 보가트, 해리슨 포드…. 누구를 그들 위에 갖다 붙여도 위화감이 없다), 나오미 나카타와 홀던의 로맨스에는 오리엔탈리즘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줄리에 대한 밀러의 집착은 수시로 설득력을 잃어버려서 독자들은 밀러를 따라잡기 위해서 밀러 자신만큼이나 몇 번씩 걸음을 멈추고 그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했다. 클라이맥스는 인상적이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속의 유사한 장면들을 떠올리게 했다. 어쨌건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은, 세계가 이야기를 압도하는 소설이었다.
“나는 저주하기 위해 너의 언어를 배웠다”
그런데! 《칼리반의 전쟁(Caliban’s War)》은 여기서 같은 작가의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랍게 도약한다. 그 도약은 비유하자면, 구약성서에서 갑자기 셰익스피어급으로의 진화다. 사실 제목의 ‘칼리반(Caliban)’ 역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반인반수 괴물의 이름이다. 《깨어난 괴물》에서 ‘리바이어던’이 정체를 알 수 없이 두렵기만 한 먼 바다의 괴물이었다면, 이제 《칼리반의 전쟁》에서 괴물은 반쯤 인간의 모습을 하고 등장한다. 그리고 감히 인류는 그 괴물을 ‘이용’하고 싶어 한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괴물 ‘칼리반’은 “나는 저주하기 위해 너의 언어를 배웠다”고 울부짖는다. 첫 번째 책 《깨어난 괴물》을 통해 아서 C.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에서처럼 갑자기 등장한 외계생명체의 존재에 맞선 인류의 고군분투를 다뤘다면, 《칼리반의 전쟁》에서는 외계생명체가 인류의 과학과 언어를 배워 진화해 마침내 ‘지성의 푸른 눈빛’을 갖게 된다.
《깨어난 괴물》의 성공으로 작가들이 자신감을 얻은 덕일까, 두 번째 이야기는 한층 안정되고 선명해졌다. 시점이 전작의 두 배로 늘었음에도(홀던, 바비, 아바사랄라, 프락스. 여기에 프롤로그의 ‘메이’를 포함하면 다섯 명이 번갈아 조명된다),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하다. 《깨어난 괴물》에서 홀던과 밀러의 색조는 종종 상충했고 둘이 함께 행동하고부터는 더욱 삐거덕거렸다. 그러나 《칼리반의 전쟁》은 네 주인공에게 저마다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게 하면서도 이를 능란하게 조화시킨다. 딸을 빼앗긴 식물학자, 동료들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거대한 체구의 군인, 손녀들에게는 인자한 할머니이지만 공석에서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UN의 권력자, 그리고 해결사가 된 전 우주적 트러블메이커. 접점을 찾기 어려울 법한 네 인물이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마침내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초자연적인 존재 앞에서 화해를 이루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가 21세기의 스페이스 오페라에 강림하는 순간이다.
풍부해진 캐릭터, 호소력 있는 주인공들
또한 작가들은 전작에 가해진 비평을 민감하게 받아들였음이 틀림없다. 제임스 홀던은 연인과 동료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밀러에 대한 죄책감, 사선을 넘은 자의 무모함, 통제하기 힘든 자만심으로 분열하면서 좀 더 깊이 있는 인물이 되었다. 프락스는 밀러와 마찬가지로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자지만, 면역질환이 있는 딸을 지극히 사랑하며 혼자 키웠고 아이가 납치되자 온 우주를 향해 구호를 요청한다. 그의 절실함은 물론 밀러에 비해 훨씬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크리스젠 아바사랄라와 로버타 드레이퍼(바비)는 넷 중에서도 유독 흥미로운 주인공들이다. 전작의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나오미와 줄리는 남성 화자인 홀던과 밀러의 눈을 통해서만 해석이 가능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아바사랄라와 바비는 단순히 제 목소리를 내는 수준을 넘어서는 여성 캐릭터들이다. 지구의 단일국가 UN의 사무차장보인 아바사랄라는 거칠고 교활하고 정치 역학에 통달한 거물이다. 하지만 사적 영역에서는 가족을 사랑하는 아내이자 할머니이고, 아들을 잃은 고통을 극복하지 못한 어머니이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어떤 아이도 부당하게 죽게 할 수 없다”라는 신념 안에서 공적 가면으로 무장하고 인류의 운명이 걸린 ‘게임’을 지배한다.
바비는 육체와 정신 모두 기이할 만큼 강건한 군인으로, 사태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직관을 지니고 있다. 신장 2미터, 체중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이지만 이성을 압도하고 매료시킬 만큼 아름답다. 그녀가 발산하는 생명력과 강인함은 이야기 전반에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속이 뻥 뚫릴 만큼 호쾌한 액션 역시 바비의 전담이다.
아바사랄라는 지구를, 바비는 화성을, 홀던은 무법지대를, 프락스는 외행성대의 소시민을 대표한다. 성별과 지역은 물론 인종적으로도 다양해진 인물 구성이다(아바사랄라는 인도계이고 프락스는 동아시아계, 바비는 폴리네시아계로 암시된다). 전작이 얻은 반응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법한 설정이다.
밀러와 홀던, 두 시점의 교대로 사건이 진행된 《깨어난 괴물》이 마초 성향의 백인 남성 주인공들의 시선을 태생적으로 벗어나지 못했다면, 《칼리반의 전쟁》은 기본적인 설정에서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풍성하게 냄으로써 전작의 한계를 스스로 뚫고 나선다.
새 주인공들이 시리즈에 종적 깊이를 더했다면 세계는 횡적으로 확장되었다. 프레드 존슨이 대표하는 OPA(외행성 연합)는 이야기 너머로 잠시 물러났지만 지구와 화성, 초행성적 거대 기업이 전면으로 나서면서 각 세력의 면모가 조금 더 뚜렷해졌다. 가니메데의 주민 프락스는 지구와 화성 밖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소시민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프로토분자 괴물이 성장하고 있는 금성도 본격적으로 대두된다.
그리고 결말, 충격적인 그 반전. 마지막 장면은 이어질 이야기에서 금성(프로토분자)이 또 다른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지구와 화성은 아바사랄라의 게임에 연루됨으로써 잠시 힘을 합쳤지만, 다가올 위협 앞에서도 연합할 수 있을까? 홀던이 제공한 무기를 쥐고 있는 프레드 존슨의 OPA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로시난테 호는 시리즈 끝까지 기존 질서를 교란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조커의 포지션을 유지할까?
《파멸의 문》을 기다리며
《칼리반의 전쟁》은 성공적인 데뷔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리즈의 수명을 연장하는 후속작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전작의 주인공 밀러는 끊임없는 피로 속에서 ‘사람은 언제 사람이기를 그만두는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칼리반의 전쟁》에서 네 주인공은 사람이 사람이기를 바라는 한, 자신과 타인의 사랑을 지키는 한 세계는 지속될 가치가 있다고 화답한다. 그리고 이는 또한, 제임스 S. A. 코리가 만들어낸 우주를 사랑해야만 하는 훌륭한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첫 번째 책 《깨어난 괴물》의 헌사를 (당연하게도) 그들의 아내 제인과 캣에게 바쳤지만, 두 번째 책 《칼리반의 전쟁》에서는 알프레드 베스터와 아서 C. 클라크에게 그 공을 돌렸다. “SF판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찬사를 받는 〈익스팬스〉 시리즈가 클라크를 비롯하여 얼마나 충실하게 SF 고전들의 익숙한 문법을 따르면서 발전시켰는가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조차 없을 만큼 명확하지만, 작가들은 한 권씩 시리즈를 이어 나갈 때마다 놀랍도록 발전된 모습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올여름 번역본이 나올 예정이라는, 〈익스팬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은 《파멸의 문(Abaddon’s Gate)》이다. 아바돈(Abbadon)은 신약성서에 나오는 사도 요한의 계시록 중 다섯 번째 환상에 등장하는 메뚜기떼 왕 ‘아볼루온’의 히브리식 이름으로 무저갱의 사자, 곧 파멸의 사탄을 가리킨다. 《파멸의 문》은 시리즈 중 처음으로 로커스상을 수상하고 휴고상에 최종 노미네이트 되는 등 현재까지 가장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제목으로 상징되는 괴물의 이름만으로도 벌써부터 그 출간이 기다려진다.
- 유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