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아리아
소설 쓰는 과학자 곽재식이 선사하는 유쾌한 이야기보따리
기념비적인 데뷔작 ‘토끼의 아리아’에서부터
작가의 거대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최신작 ‘박승휴 망해라’까지 엄선
“더 사람 같다는 것이 더 좋은 것입니까?”
폴란드 시골의 외딴 숲 속에 낡은 집 한 채, 그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간 홀로 놀라운 지능을 키워온 인공지능 컴퓨터가 있다면? 우연히 만난 인공지능 컴퓨터를 속여 큰돈을 벌려는 사람과,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인공지능의 흥미진진한 두뇌 싸움, 과연 그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소설 쓰는 과학자로 유명한 곽재식의 다섯 번째 단편집. 인터넷에 게재한 작품만으로 드라마화가 되었던, 작가의 기념비적인 데뷔작 ‘토끼의 아리아’를 필두로 ‘맥주 탐정 시리즈’로 불리는 단편 타래의 초기작 ‘흡혈귀의 여러 측면’과 함께, 작가의 다채로운 매력 특히 SF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가려 실었다.
〈숲 속의 컴퓨터〉
“큰돈을 쉽게 벌 방법이 있겠습니까?” 폴란드 시골의 외딴 숲 속에 낡은 집 한 채, 그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간 홀로 놀라운 지능을 키워온 인공지능 컴퓨터가 있다면, 그 컴퓨터에게 물어볼 당신의 질문은? 우연히 만난 인공지능 컴퓨터를 속여 큰돈을 벌려는 사람과,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인공지능의 흥미진진한 두뇌 싸움, 과연 그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박승휴 망해라〉
주식으로 진 큰 빚 때문에 연구소에 뇌를 기증한 남자. 남자의 망가진 뇌는 또 다른 망가진 뇌와 안정적으로 연결되고 점점 더 많은 뇌들이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초지능을 갖게 되는데, 이제 지구 상에서 가장 똑똑한 뇌 덩어리가 된 주인공에게는 아주 어릴 적부터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친구이자 라이벌이 있었으니 바로 박승휴. 그 박승휴를 망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건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주인공의 우주창조적 복수극.
〈토끼의 아리아〉
탈세를 위해 세운 대기업의 CPU 연구소, 이용가치가 없어진 연구소를 회사는 외국에 팔아넘기려 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주인공은 세계적인 외국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데 어느 날 저녁 국가정보원과 검찰에서 들이닥친다. 이때부터 시작한 불행은 주인공의 삶을 나락으로 몰아넣는데,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할 때쯤 회사에서 사람이 찾아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선생님이 꼭 필요합니다.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과연 주인공의 선택은?
〈박흥보 특급〉
회사가 망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시도한 사업은 흥부놀부 이야기를 흉내 내서 박씨를 심어 보기로 한 것. 너무 어처구니없는 제안이라 오히려 투자를 받게 된 회사는 정말로 아파트 공사장에 제비집을 지어 2만 마리의 제비를 불러 모으고 다리가 부러진 새끼 제비들의 다리를 고쳐 주어 강남으로 보내는데…. 곽재식 특유의 유쾌한 SF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즐거운 작품.
〈흡혈귀의 여러 측면〉
학생들의 인건비를 갈취하고, 연구 명목으로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실험용으로 쓰겠다고 구매한 귀금속을 금은방에 팔아 넘겨 현금을 챙기는 질 나쁜 공대 교수 송진혁. 그가 더 큰 노다지를 발견했으니 적외선을 혈액에 쪼이는 연구를 하겠다며 비싼 피를 사들여 되파는 짓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혈액에 관한 조사를 하겠다며 유네스코 조사관이 연구실로 들이닥친다. 〈토끼의 아리아〉에서 맥주를 입에 달고 다니던 주인공이 탐정으로 변신한 ‘맥주 탐정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섬뜩한 미스터리.
〈빤히 보이는 생각〉
“최대한 단시간 내에 멍청해질 수 없을까?” 대학 시절 짝사랑했던 ‘그녀’가 오랜만에 다시 연락이 와서 꺼낸 말. 외국회사로 직장을 옮기려는 그녀에게, 다니던 회사는 그녀가 회사 기밀을 머리에 다 담아서 나갈지 모른다며 뇌활동 측정을 요구한다. 단시간 내에 최대한 멍청해져야 하는 그녀, 뇌활동 측정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은 그녀를 더 멍청하게 만들기 위해 특별훈련에 돌입하는데…. 여름밤 시원한 바람 같은 달달하면서도 쓸쓸한 로맨스.
〈로봇복지법 위반〉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 사회, 로봇이 사람들이 하던 일을 대신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많아졌고 또 반대로 로봇이 늘어나면서 지능을 가진 오래된 로봇들을 폐기하는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다. 낡은 로봇들을 위한 ‘로봇복지법’과 사람들의 로봇 혐오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로봇들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서로 도와가며 최선을 다한다. 〈로봇공화국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공학서적도 낼 만큼 인공지능에 대해 관심이 많은 저자의 로봇에 관한 우화.
〈4차원 얼굴〉
4차원 공간에 관한 이해를 소설로 풀어본 곽재식의 ‘4차원적’ 상상. 어릴 적 불행한 사고로 시력을 잃은 주인공의 친구는 그림판 프로그램의 화면에 보이는 좌표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미술대학에 진학하기까지 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펼쳐 나간다. 3차원을 넘어 4차원 미술까지 가능하게 된 주인공의 친구는, 최고의 화가로 인정을 받는데….
〈조용하게 퇴장하기〉
지구 멸망, 아니 태양계 멸망 86년 전. 확률 100.0%로 태양계 폭발을 알게 된 지구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들은 서기를 없애고 지구 멸망을 기다리는 ‘잔기 연도’를 사용하고,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으며 파멸을 대비한다. 그리고 그때 검은 밤하늘 저편에서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거대한 손.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거대한 손을 보는 것은 아니다. 멸종을 눈앞에 둔 인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