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읽기, 그 차이와 사이
인문학 읽기가 사유의 영역 깊숙이 들어온 시대이다. 과학, 철학, 예술, 신학 등의 책을 쉼 없이 읽던 어느 순간 쓰기의 중요성에 눈뜨게 되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독서는 궁극적으로 글쓰기로 나아간다는 전문 독서가들의 공통된 견해를 인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샤를 단치가 ‘왜 책을 읽는가’에서 ‘문학과 그의 사촌뻘인 독서’라는 표현을 했지만 나에게 독서는 일차적으로 인문 및 자연과학 읽기이다. 나의 이런 점은 개별 과학의 성과 위에 사유의 집을 지어야 한다는 한 철학자의 조언에 귀기울인 결과이다.
90년대의 세기말적 시들이 선택한 자폐의 길마저 그들 스스로 제 운명을 감내해가는 생존의 방식이라 정의한 한 평론가의 말을 참고해 나는 설익었을망정 진정성이 담긴 읽기와 쓰기를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하고 싶다. 에드워드 사이드, 김영민, 이정우, 폴 벤느, 질 들뢰즈, 김애령, 사사키 시즈카 등 사상가, 프리먼 다이슨, 우희종, 전용훈, 미셀 오당, 사이토 나루야 등 과학자, 그리고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미리암 그린스팬(심리학자) 등 좋아하는 저자들을 중심으로 책을 골랐다.
전체적으로 생명, 언어, 사유 등의 키워드로 나눌 수 있다. 개인적인 읽기의 결과를 나누는 데 매개가 되는 쓰기라는 성과를 책의 형식으로 만나게 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수록한 스무 권의 책들은 모두 치열하고 엄정한 사유와 객관성, 창조적 사유 등으로 나를 매료시킨 책들이다. 리뷰를 같이 읽음으로써 더 나은 사유의 길을 걷기 위해 필요한 윈윈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자들과 출판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