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트롤리 사유 실험은 왜 중요한가
다섯 사람이 철로에 꽁꽁 묶여 있고 제동장치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가 돌진해 오고 있다. 신호 조종기를 돌려 기차를 지선으로 보내려는 찰나 뚱뚱한 남자가 지선의 선로에 묶여 있는 것이 보인다. 다섯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차의 진로를 바꾸면 그는 죽는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낙태와 태아의 도덕적 지위를 다룬 14쪽짜리 논문(필리파 풋,「낙태 문제와 이중 효과의 원리」)에서 시작된 이 트롤리 사유 실험은 딜레마로 가득한 현실에서 도덕적 직관과 윤리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알려 준다.『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기막힌 10분』 등의 철학서와 팟캐스트〈철학 한입〉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중 철학자 데이비드 에드먼즈(David Edmonds)는 이 사유 실험이 윤리철학적 공상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일상은 물론 역사적으로 중요한 선택에도 적용되었음을 보여 준다. 윈스턴 처칠, 미국 24대 대통령 클리블랜드, 독일의 유괴범, 인육을 먹은 19세기의 선원 등 이 책에 나오는 흥미로운 일화가 그 사례다. 또한 철학(윤리학) 말고도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다른 분야의 학문(인식론, 윤리학, 형이상학 등 철학의 하위 분과와 심리학, 경제학, 인지과학, 신경생리학 등)에서 최근에 거둔 성과들을 한데 모아 한 권의 책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이 책은 트롤리 실험의 다양한 변주를 제시하고 중요한 연구 결과와 관점을 적용하여 삶과 죽음, 개인과 집단, 의도와 선택, 공공성과 정의 등의 윤리적 문제들을 쉽게 풀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