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THE REVIEW 방탄소년단을 리뷰하다
“방탄소년단은 지구상 최고의 보이밴드!”-미국 ABC
그들은 알고 우리는 몰라봤던 ‘BTS-POP’의 의미
한국 최초 빌보드200 차트 1위, 한국 그룹 최초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 수상, 케이팝 최초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2년 연속 수상, 아시아 최초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노미네이트…….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세운 ‘최초’의 기록은 열 손가락으로도 모두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2018년 ‘러브 유어셀프’ 투어로 미국, 캐나다 영국 등 20개 지역에서 42회 공연을 매진시킨 이들은 얼마 전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웸블리 스타디움 9만 석의 공연 티켓을 단 90분 만에 매진시켰다. 2018년 10월 뉴욕 시티필드 공연장에서는 인종과 피부색이 다른 전 세계 5만 명의 사람들이 그들의 노래를 한국어로 ‘떼창’했다. 소위 ‘BTS 현상’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이례적인 인기는 무엇 때문인가?
한국 언론과 미디어가 소개하듯, 일곱 멤버의 스타성과 무대 위 펼쳐지는 그들의 남다른 재기 덕분인가? 전 세계 아미들은 외친다. “BTS 음악은 케이팝이 아니다!”라고. 이 책은 어느 누구도 본격적으로 시도해본 적 없는 ‘BTS의 음악’에서 그 차별점을 찾는다. 미국 시애틀에 10년 넘게 거주하며, 미국팝 시장의 흐름과 케이팝의 동향을 관찰하고 연구해온 음악평론가 김영대가 그들의 데뷔 이후 현재까지 발매된 열여섯 장의 앨범 전 곡을 리뷰하고, 미국 현지에서 본 BTS 신드롬의 실체를 분석한다. 또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 문학평론가 신형철,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 김창남,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 한국인 그래미 어워드 선정위원 팝페라 가수 임형주 등 각계각층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는 알고 우리는 몰라봤던 ‘BTS-POP‘의 의미를 되짚는다.
“한국이 낳고 세계가 키운 보이그룹, BTS!”
콧대 높은 북미와 유럽 미디어가 인정한 한국 유일 그룹
전 세계 ‘BTS 신드롬’의 실체와 그들의 음악에 관한 전문가 평론
한국 대중에게 방탄소년단, 즉 ‘BTS’라는 가수 이름이 인지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이들이 미국 3대 음악상 중 하나인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한 2017년? 〈LOVE YOURSELF 轉 ‘Tear’〉 앨범이 빌보드 차트 200 1위에 오른 2018년 5월?
BTS가 한국 최초도 모자라, 아시아 최초로 믿을 수 없는 성과를 거둔 후에야 이들의 이름이 대한민국 주요 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이 데뷔한 것은 2014년. 당시는 2NE1, 태양, 엑소, 소녀시대 등 소위 ‘빅3’라 불리는 국내 3대 대형기획사 출신의 가수들이 각축을 벌이던 아이돌 음악의 전성기로, 그 치열한 장 속에서 BTS가 설 자리는 없어 보였다. ‘힙합 아이돌’을 표방한 이들이 다소 어설프고 투박한 모습으로 등장해 국내에서 힙합 마니아층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던 그때,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특별히 외국 시장을 겨냥하지 않고 기획된 듯 보이는 이들의 에피소드들이 발 빠른 해외 팬들에 의해 번역되었고, 이를 찾아본 케이팝 팬들이 미국 ‘ARMY(아미,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명)’ 결성의 단초가 된 것이다.
2007년부터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면서 미국 팝시장의 흐름과 케이팝의 동향을 관찰하고 연구해온 음악평론가 김영대는 BTS가 미국에서 관심을 얻어가는 과정과 그 정격적이지 않은 전개를 지켜보면 왠지 모를 짜릿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시스템과 홍보로 만들어지는 팝 음악의 속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케이팝 아이돌의 필수 성공요인이라 불리는 영어로 제작하거나 번안한 음반 하나 없이, 외국 작곡가 혹은 프로듀서와의 초국적 협업이나 외국 매체에서 중재자 역할을 담당할 재미교포나 외국인 멤버도 없이, 그들은 폐쇄적인 미국 시장을 매혹시키고 콧대 높은 유럽을 사로잡으며 전 세계 아미들을 집결시켰다. 놀라운 것은, 지난 수년간 작가가 미국 현지에서 만나본 ‘아미’들은 BTS의 음악이 “다르다”는 데 입을 모은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그들이 우리 이야기를 해!”
찬란하지만 애처로운 청춘, 불합리한 세태에 대한 날 선 비판
BTS는 그간 아이돌 음악에서 기피되던 청춘과 성장의 내러티브를 콘셉트이자 정체성으로 껴안아 그것을 심오한 메시지와 세련된 음악 안에 녹인 사실상 유일한 케이팝 그룹이다. 학교 3부작에 이은 화양연화 연작을 통해 구체화하기 시작한 이들의 이야기는 추상적인 콘셉트와 허구적인 세계관이 주류를 이룬 기존의 케이팝 아이돌 음악과 다르며, 때로는 지나친 자기 증명과 소위 ‘스웨그’라 불리는 마초적 허세의 내러티브에 탐닉한 미국의 주류 힙합과도 달랐다. ‘쩔어’나 ‘불타오르네’가 보여주는 들끓는 에너지, 사이퍼 시리즈를 통해 드러나는 젊은 뮤지션들의 당찬 면모, ‘고민보다 Go’에서 보이는 세태 비판, 무엇보다 ‘Epilogue: Young Forever’와 ‘봄날’ 등에 담긴 상처받기 쉬운 청춘의 좌절과 슬픔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희망적인 이야기는 케이팝의 가장 큰 약점이던 메시지의 진정성과 태도의 한계를 극복한 원동력이 되었다.
가수는 음악으로 평가받는 법. 그럼에도 BTS가 해외에서 이룬 이례적인 성공의 요인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BTS가 그 무엇도 아닌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래서 모든 분석이 결국 ‘기록’, ‘돈’ 혹은 ‘성과’에만 집중되어 허무하기 일쑤다. 음악평론가 김영대는 《BTS: THE REVIEW》의 가장 많은 부분을 BTS와 멤버들이 내놓은 열여섯 장의 앨범을 들여다보는 것에 할애했다. 그는 BTS의 정규 앨범과 모든 트랙 그리고 솔로 앨범과 그들의 활동 전부를 분석했다. 그들의 음악이 가진 의미와 매력을 철저히 음악적인 논리로 풀어내는 동시에, 이 음악을 처음 듣는 이들에게 가이드로 사용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평론’이면서 ‘리뷰’인 동시에 ‘라이너 노트liner note(해설서)’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열여섯 장의 앨범 커버 곁에 삽입된 QR 코드를 통해, 앨범 전곡을 순서대로 듣고 각 트랙에 대한 리뷰를 읽으면서, 미처 몰라봤던 BTS 음악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BTS에게서 무엇을 보았나?”
본격 ‘BTS의 음악’을 파헤친 최초의 시도
이 책에는 김영대 음악평론가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인터뷰한 내용도 담겼다. 한국의 대표적인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은 과소평가된 BTS의 래퍼로서의 면모를 이야기하면서, ‘힙합’과 ‘아이돌’이 만난 교차점의 역사를 통해 BTS의 초기작과 그들의 음악적 관점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팬들 사이에 BTS를 상징하는 곡 중 하나로 기억되는 ‘I NEED U’의 작곡가 브라더 수는 빅히트의 남다른 음악 작업 방식과 아이돌을 넘어 뮤지션으로서 앨범 작업에 참여하는 BTS 멤버들의 음악적 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BTS가 동시대 청(소)년들의 보편적 감정이입을 이끌어내 그들이 자신의 처지를 투사할 수 있는 스크린으로서의 서사를 만들고 있다는 데에 놀랐다고 밝히면서, 데뷔 이후 많은 악조건과 헤이터들의 비난 속에서 상처받으며 성장해나간 BTS가 그들의 성장 서사를 써나갈 때, 또래 팬들 역시 그 노래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을 거라며, 그것이 이들의 노래를 통해 팬들이 유독 치유 혹은 위로를 받았다고 하는 이유일 거라 짐작한다. 이 외에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인 김창남 교수,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 한국인 그래미 선정위원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 BTS 콘텐츠 번역계정 운영자 채명지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BTS 현상’의 실체와 의의를 되짚는다.
불과 1년 전, 미국 시장에는 신인과 다름없는 자격으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전격 초대받아 “글로벌 센세이션”이라 불렸던 이들은 “21세기 비틀스”도 모자라, 거의 모든 매체에서 “지상 최고의 보이밴드”라는 호칭을 받기에 이르렀다. 중요한 것은 이 주장이 ‘국뽕’을 맞은 여느 한국 미디어가 아닌, 미국 주류 미디어들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예외적인 성취와 함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BTS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 나아가 역사적인 그래미의 후보 지명을 ‘실패’로 묘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BTS 현상이라는 예외성의 크기가 너무 크고, 그 모든 현상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 아닐까?
그간 한국 미디어와 언론이 내놓은 BTS의 이례적인 성공에 대한 분석에 만족할 수 없었다면, 국내보다 더 뜨거운 전 세계 아미들의 열광이 의아하게 여겨졌다면, 이 책을 펼쳐 그들의 음악을 읽고 들어보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전 세계 음악 트렌드를 지배해왔던 미국팝의 흐름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만 모르고 있다.
■□ 본문 중에서
한국에서는 BTS를 하루아침에 주목을 받고 스타덤에 오른 신데렐라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글로벌 스타로서 이들이 가진 잠재력은 이미 데뷔 시절 즈음부터 감지되었다. 그 흐름의 발원지는 2014년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북미 케이팝 축제인 ‘KCON(케이콘)’이었다. 거기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신인의 자격으로 참가해, 이름조차 생경했던 BTS에게 보내는 미국 케이팝 팬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중략) BTS의 성공은 드라마 같은 전통적인 한류와는 철저히 분리된 매우 ‘음악적인’ 현상이며, 그것이 이제는 그들만큼이나 유명해진 ‘아미(A.R.M.Y)’라 불리는, 다분히 독점적인 성격을 가진 팬층이 뿜어낸 화력에 의해 떠받쳐졌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 KCON 2014 현장에서 발견한 BTS 현상의 단초_ 18~19pp.
증명. BTS의 리더이자 메인 래퍼인 RM의 첫 번째 믹스테이프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RM〉 앨범은 그러한 자기 증명의 과정에 충실하다. 우리는 이 믹스테이프의 등장 배경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다시피, BTS는 ‘힙합 아이돌’로서의 기치를 올리며 출발했다. 진정성에 대한 검증에 늘 까다롭고 취향이 고약한 팬덤을 다수 거느리고 있는 힙합이란 장르를 건드린 대가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시험 관문이었다. ‘아이돌’이라는 포맷
은 그들이 가진 진짜 실력과는 무관하게, 어떤 식으로든 그들을 특정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강제했고, 이것이 비판자들에게 빌미가 되었다. 힙합 신 일각에서는 RM과 슈가 등 그룹의 메인 래퍼들에게 화살을 돌렸는데, 게임의 구도가 애초부터 그들에게 공평하지 못했다. 바로 그 배경에서 나온 것이 이 앨범이다. 〈RM〉은 ‘아이돌 래퍼의 솔로 작’이라는 개운치 않은 타이틀과는 별개로, 이름을 가리고 들어도 결코 손색없는 랩이 담겼다. 비트 역시 그의 취향과 다양한 테크닉의 결을 드러내기 위해 정교하게 선택됐다.
/ Review_RM BY RAP MONSTER : Album Review_ 78p.
지난 수년간 내가 미국 현지에서 만나본 ‘아미’들은 BTS의 음악이 “다르다”는 데 입을 모은다. 힙합을 포함한 그들의 음악과도 그리고 그들이 지금껏 접해온 케이팝과도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 ‘다름’의 핵심은 메시지의 보편성과 건강함이다. BTS는 그간 아이돌 음악에서 기피되던 청춘과 성장의 내러티브를 콘셉트이자 정체성으로 적극적으로 껴안아 그것을 심오한 메시지와 세련된 음악 안에 녹인 사실상 유일한 케이팝 그룹이다. ‘학교 3부작’에 이은 ‘화양연화’ 연작을 통해 구체화하기 시작한 이들의 이야기는 추상적인 콘셉트와 허구적인 세계관이 주류를 이룬 기존의 케이팝 아이돌 음악과 다르며, 때로는 지나친 자기 증명과 소위 ‘스웨그’라 불리는 마초적 허세의 내러티브에 탐닉한 미국의 주류 힙합과도 달랐다. ‘쩔어’나 ‘불타오르네’가 보여주는 들끓는 에너지, ‘사이퍼’ 시리즈와 ‘Mic Drop’을 통해 드러나는 젊은 뮤지션들의 당찬 면모, ‘고민보다 Go’ 등에서 보이는 세태 비판, 무엇보다 ‘Epilogue: Young Forever’와 ‘봄날’ 등에 담긴 상처받기 쉬운 청춘의 좌절과 슬픔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희망적인 이야기는 케이팝의 가장 큰 약점이던 메시지의 진정성과 태도의 한계를 극복해낸 원동력이 되었다. 이 다양하고 진솔하며 보편적인 메시지는 트레이닝과 현지화 전략만으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 Column_현지화 전략이 아닌 내러티브와 진정성_ 111~112pp.
피 땀 눈물 - “ 니가 아닌 다른 사람 섬기지 못해 알면서도 삼켜버린 독이 든 성배”
데뷔 이후 가장 뚜렷한 음악적 변신을 시도한 작품 중 하나로, 힙합 아이돌의 공식에서 벗어나 팝 그룹으로서의 크로스오버를 꾀한 상징적인 곡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댄스홀과 그 하위 장르인 레게톤 및 뭄바톤의 영향을 두루 흡수했다. 본토 장르들이 가진 파티 분위기와는 달리, 이 곡은 상징적인 가사를 바로크적인 신비주의 이미지와 결합해 장르의 관습과는 무관한 음악을 탄생시켰다. 전주도 없이 지민의 목소리만으로 시작하는 초반부의 강렬함, 동작 하나하나가 관능미를 극대화시키는 무대 연출 등 모든 부분에서 단연 이들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 Review_WINGS : Track Review_ 165~167pp.
BTS의 작업이 몇 곡만으로는 전모를 파악할 수 없는 하나의 ‘총체BTS Universe’를 이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확실히 이 대목에 흥미를 느낍니다. 어떤 팀이 멤버 각자를 캐릭터화해서 지속적으로 집합적 서사를 써나가는 사례를 여태 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팬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무대 위 스타의 삶을 재료로 가공하여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서사가 아니라, 동시대 청년들의 보편적 감정이입을 이끌어내어 그들이 자신의 처지를 투사할 수 있는 스크린으로서의 서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 서사에서 창작자와 수용자는 한 몸인 것처럼 보입니다.
/ Interview_상처받은 청춘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 : 문학평론가 신형철_ 194~195pp.
지금 생각해보면, BTS가 팝이 아닌 힙합에 뿌리를 둔 것이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고 생각한다. 힙합은 ‘필요’와 ‘투쟁’의장으로부터 유래한 장르인데, 바로 그 지점에 BTS의 음악적 맥락이 있다고 생각한다. BTS가 그들의 마음이나 문화에 관한, 혹은 세대의 투쟁을 대변하는 노래를 굳이 만들어
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마 (확실히는 몰라도) 그래야만 하지 않았을까? 물론 BTS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라는 소속사를 통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되겠지만, 그룹이 만들어진 이후 그들의 행보에서 ‘팝’의 요소는 자취를 감추었다고 생각한다. BTS는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그들의 음악과 예술을 창조하는 팀이지, 특정한 노래나 콘셉트를 강요받는 뮤지션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안에 있는 것들 그리고 자기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한다. 이는 그들의 소셜미디어 전략에서도 엿보인다. 그들의 메시지는 언제나 매우 개인적인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는 매니저나 기획사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 Interview_케이팝 산업의 새로운 작동법 :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_ 271~272pp.
성악과 교수 혹은 팝페라 보컬리스트로서 그들의 보컬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해보자면, 먼저 지민 군은 또렷한 딕션diction(발음)과 직선으로 내지르는 듯 쭉 뻗어 나가는 고음 스킬, R&B적 감성의 가성 테크닉이 매우 도드라지는데요. 바로 이러한 점이 그의 노래를 듣는 이로부터 호소력을 얻는 데 지대한 작용을 합니다. 정국 군에겐 절제미가 돋보입니다. 소년과 남성 사이의 단정하고도 청초한 미성 위에 가끔 두성으로 부드럽게, ‘레가토’로 연결하는 그의 보컬 테크닉을 저는 무척이나 높게 평가해주고 싶습니다. 뷔 군은 다른 멤버들에 비해 남성적인 중저음의 보이스톤 컬러가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와 함께 감미롭고 소프트한 톤도 잘 구사해내는데, 무엇보다 깊은 감성을 음악에 잘 녹여내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노래에 감정을 자연스럽게 투영해낼 수 있다는 점은 어떤 장르의 뮤지션이든 굉장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지요. 진 군은 ‘은빛 보이스’라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마치 귓가에 속삭이는 듯 어찌 보면 눈에 띄게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다소 크지 않은 볼륨의 보이스를 가졌죠. 하지만 호흡이 안정되어 있어 매우 촉촉한 가성과 함께 자연스러운 바이브레이션이 장착 진성과 두성을 쉽게 오갈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든든한 장점입니다. 게다가 진 군은 평소 그가 얼마나 보컬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매 앨범마다 향상된 보컬 테크닉을 기대 이상으로 구현해내고 있기에,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무척 기대됩니다. 나머지 멤버들 또한 메인 보컬 포지션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화음을 유려하게 컨트롤할 줄 아는 능력을 갖췄고, 리듬감 역시 수준급이죠. 더군다나 무대에서 춤이든 랩이든 노래든 그들의 진정성 가득한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모든 장르의 뮤지션들에게 큰 귀감이 되리라고 봅니다.
/ Interview_한국인 그래미 선정위원이 보는 BTS 현상의 의미 : 팝페라 테너 임형주_ 332~333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