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라이프스타일
도쿄는 어떻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되었는가?
마케팅 분야 베스트셀러 《맥락을 팔아라》의 저자와 떠나는 매력적인 도쿄 탐구 여행
어떤 사람을 모여들게 하고 싶은가? CD 없이도 음악에 접속할 수 있고, AI가 플레이리스트를 짜주는 시대에 카세트테이프 숍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단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았다면, 그다음에는 또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 넘쳐나는 재화와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브랜드들은 이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화두를 꺼내든다.
블루보틀이 첫 번째 해외 지점을 연 도시, 비즈빔과 꼼데가르송이 탄생한 도시, 그 어떤 마이너한 취향도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는 도시. 바로 도쿄다. 번화가 한가운데에 있는 글로벌 브랜드부터 한갓진 골목길의 작은 편집숍까지, 도쿄의 크고 작은 브랜드들은 현대인의 모든 감각과 취향에 민첩하게 반응한다. 지금의 도쿄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들만의 제안력으로 도쿄인의 삶에, 아니 도쿄에 스며든 브랜드들을 찾아 나선다. 오랜 경력의 브랜드 커뮤니케이터들이 꼼꼼하게 큐레이션한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빛난다. 라이프스타일의 성지 무지 호텔부터 카세트테이프 편집숍 왈츠, 최고의 컬래버레이션을 이끄는 편집숍 빔스……. 브랜드 전문가들과 함께 매력 넘치는 도쿄 여행을 떠나보자.
도통 알 수 없는 소비자의 마음,
그 비밀은 맥락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있다
수납용품을 판매하던 브랜드가 호텔을 만들고, 음반과 책을 팔던 숍이 아파트를 제안한다. 소비자들은 당황해하지도 않는다. 어색해하지도 않는다. 럭셔리 호텔 대신 무지 호텔에 열광하고, 고급스럽기로 정평이 난 아파트보다 츠타야의 아파트에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것이 지금의 소비자다.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지금 매출 1위도, 인기 1위도 아닌 브랜드를 골목길 편집숍까지 발품 팔아 찾아가는 소비자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해답은 세심하게 설계된 ‘라이프스타일’에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편견이 없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는 오로지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하고 살아간다. 이들이 먹고, 입고, 머물 대상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들어맞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진리일지도 모른다. “내 물건은 이만큼 좋아요”라고 외치는 건 이제 무의미한 일이다. 오늘날의 브랜드라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이런 라이프스타일로 살아보는 건 어때요?” 빈틈없이 치밀한 설계로 말이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도시 도쿄로
비즈니스의 가장 탁월한 해답을 찾아서
가끔 도시가 갖는 이미지가 그 나라를 압도하기도 한다. ‘도쿄’라고 하면 어쩐지 도쿄에서 일상을 사는 사람들보다도 무지나 츠타야 안의 사람들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곳에서는 그 어떤 마이너한 취향이라도 거부당하지 않는다. 도리어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취향이 소비자의 니즈와 조우해 또 하나의 혁신적인 비즈니스가 만들어진다. 도쿄는 이렇듯 현대인의 모든 감각과 취향에 반응하며 거대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도쿄는 서울보다도 한발 먼저 불황을 겪으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가치를 깨달은 도시다. 그만큼 소확행을 찾는 법이 앞서 상품화 돼 있다. 대단히 비싼 것이 아니더라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 않더라도 도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은 묵묵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판매한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 위치한 츠타야부터 한갓진 골목길에서 만나는 편집숍 야에카까지, 도쿄의 크고 작은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설계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이들의 제안은 권위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유혹적이지도 않다. 촘촘한 철학으로 같은 가치관을 지닌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뿐이다.
편안한 운동화를 하나 꺼내들고
다이칸야마역부터 나카메구로 강변까지 걷다 보면
오랜 경력을 가진 브랜드 커뮤니케이터 세 명이 도쿄로 출발한다. 탁월한 제안력으로 도쿄에 스며든 브랜드들을 통해 비즈니스의 해답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다. 모든 고객을 최고의 바리스타로 만들어주는 원두 편집숍 커피 마메야, 삼각 김밥 포장을 벗기면 티셔츠가 나오는 스트리트 패션 편의점 더 콘비니,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노트 브랜드 트래블러스 팩토리……. 브랜드 전문가들이 깐깐하게 큐레이션한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빛난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도시, 도쿄라면 마케터든, 브랜더든, 신선한 비즈니스를 찾는 창업가든 누구나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편안한 운동화 한 켤레를 꺼내볼 차례다. 다이칸야마역부터 나카메구로 강변까지, 흐드러진 벚꽃 길을 따라 걸어보자. 소비자의 마음을 쏙쏙 읽어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기다리고 있다!
? 책 속으로
도쿄에서 발견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조금 달랐다. 도쿄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인 무지와 츠타야로 시작해보자. 두 브랜드 모두 우리가 ‘생활에서 사용하는’ 분야를 다루면서도 자신들의 업을 독특한 관점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이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업을 정의하는 방식과 그 일관성에 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무지의 철학은 심플하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한편 츠타야는 서점을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곳’으로 재정의했고, 이처럼 스스로 정의한 고객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서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15쪽)
라이프스타일이 거의 동질화된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견 없이 해당 카테고리를 장악하고 있는 매출 1위 브랜드를 선택하지만, 지금처럼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된 시대에는 인지도나 인기가 아니라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지금 소비의 중심이 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들에게 ‘변화된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에 합당하느냐’라는 점은 소비에서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편견이 없는 세대, 그리고 가장 먹을 것이나 기호에 돈을 많이 쓰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에게 무언가를 팔아야 하는 시대에, 더 깊어지는 도쿄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해보자. (36쪽)
트렁크 호텔의 브랜딩이 성공한 것은 지역 문화와 딱 맞아떨어지는 타당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밀레니얼세대를 겨냥한 커뮤니티 상업 시설, 라이프스타일 호텔, 혹은 그러한 ‘공간’을 제공하는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트렁크 호텔처럼 공간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고객들의 시공간에 어떤 거부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지극히 타당하되 브랜드의 본질에 충실한 메시지를 설계하고 시공해야 할 것이다. (49쪽)
단 하나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변화를 마주할 때는 낙관도, 비관도 아닌 실체를 정확히 바라보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호텔 코에나 스트라이프 인터내셔널의 CEO 이시카와에게 더 관심이 가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고 현재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왜 인기인지 고민해, 여력이 된다면 직접 한번 해보는 것. 물론 그 시도가 모두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왜 그래야만 할까? 이시카와가 말했듯이, 가만히 있으면 죽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11쪽)
‘마트가 미래에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 질문은 이미 기존 유통의 ‘프레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도 지금 1인 가구를 사는 20대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고령층에게도 충분히 먹을거리나 즐길 거리가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객을 집단으로 바라보는 것도 위험하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을 맞추고 만족시킨다고 생각할 때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는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된다. 결국 문제는 고객의 변화고, 또 이 변화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상품이다. 변화된 고객을 읽고 이해하는 것, 그리고 상품에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오프라인 매장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172쪽)
소비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변화의 시대, 어떤 특정한 형태의 콘텐츠나 공간 안에 브랜드를 가둘 필요는 없다. 업의 역할에 충실하되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가치를 제안할 때 브랜드는 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210쪽)
마케터는 단순히 문화를 넘어 당사자의 인식까지 세심하게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오아시스 라이프스타일 그룹이 이용자의 일상과 업무 공간 모두에 워크웨어 슈트를 녹여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소한 불만의 목소리도 허투루 보지 않는 세심함 덕이었다. 고객이 가진 불만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볼 때 비로소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242쪽)
“당신이 스스로를 위해 만들 만큼 너무나 좋아하는 제품이 있다면 일단 만들라. 그리고 누군가가 그것을 원하는지 살펴보라. 그리고 이 일을 되풀이하라.” 어찌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충고 같지만 이는 그 어떤 시장조사와 소비자 인터뷰로도 나올 수 없는 혁신적인 스몰비즈니스를 알려줄 수도 있다. 별 의심 없이 ‘나는 그냥 이게 좋아’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 그 마음을 꾸준히 키워가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단단하다. (255쪽)
빔스의 CEO 시타라 요의 입을 빌리자면 빔스 컬래버레이션의 중심에는 ‘스피릿’이 있다.1 일본 철학에는 형태를 가진 모든 것에는 스피릿, 즉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이 있는데, 이는 곧 형태 안에 정신이 들어오게 하려면 형태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연결된다. 제품은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브랜드의 정신이 깃드는 장소라는 뜻이다. 단순히 브랜드 로고나 컬러만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신에 걸맞은 형태와 재질을 선택해야 비로소 컬래버레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컬래버레이
션이 좋은 컬래버레이션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빔스가 제시한 키워드, 디테일과 스피릿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3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