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싫어하는 말
중국의 ‘오만함’ 뒤에 감춰진 불편한 ‘속사정’
까칠한 중국과 영리하게 대화하는 법
우리는 이웃 나라 중국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중국은 광활한 영토는 물론 세계 제1의 인구만큼이나 복잡한 역사와 다양한 정치?문화적 이슈를 가진 나라다. 이 책은 중국이 아주 민감해하는 주제와 금기어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중국이라는 나라와 어떻게 ‘제대로’ 소통할지 제안한다. 저자가 펼쳐 놓은 이슈들은 정치와 역사 문제에서부터 영유권 분쟁과 국가 주권, 국민 정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책은 이러한 각각의 민감한 주제를 꺼내고 그 배경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관련 문제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제시한다. 중국에서 통용되는 화법일 수도 있고, 완곡어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때로는 아예 언급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중국과 얼굴 붉히지 않고 영리하게 소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을 제시하는 책.
그중에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편견으로 만들어진 불편함도 있다. 결정적인 건, 고통스러웠던 과거로 인한 트라우마일수록 현재 더 큰 금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이런 상처가 있으니 무조건 이해하고 맞춰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자기 검열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정치적인 입장과 비판적인 시각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다만, 정치 신념과는 별개로 ‘이익’의 관점에서 조금 다른 화법을 구사해야 할 때도 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인가?
톈안먼, 태자당, 달라이라마, 파룬궁, 중화 모욕…….
금기와 금지어로 그들의 속사정을 읽다
중국은 2013년부터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시진핑 시대가 열리면서 자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이 높아지고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전 세계를 향해 자신의 관점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그 와중에 국내 유명 기업과 연예인은 물론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도 말 한마디, 글 하나 잘못 올렸다가 중국에 사과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힘이 세지는 만큼 중국의 패권적 민족주의 성향이 노골화되는 것일까? 아니면 중국이라는 나라가 걸어온 역사적 배경과 그들의 속사정에 무지한 탓일까? 이 책은 중국과 얼굴 붉히지 않으면서 영리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과 방법을 다룬다. 여기에는 중국이 표방하는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부터 주권과 정치 문제, 국민 정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포함된다.
오랫동안 한국 뉴스를 중국어로 전달하는 일을 해온 저자는 ‘터프한’ 중국 언론 환경을 상대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축적한 생생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중국식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 특히 중국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개인이나 기업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상대의 정서를 섬세하게 파악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며, 그들이 민감해하는 사안을 현실에서 어떻게 디테일하게 적용하고 피해갈 수 있을지 참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안들 중에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자주 부딪히는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1911년 이후 중국 현대사 속에서 확고하게 굳어진 ‘하나의 중국’ 원칙과 국가 주권에 관한 사항을 들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과 마카오는 물론이고, 대만이 중국과 별개의 독립된 국가로 비쳐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대만은 국가가 아니며 중화인민공화국의 ‘분리될 수 없는 일부분’이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대륙과 대만의 관계를 인식하는 확고부동한 정책이 되었다. 이러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등한시했을 때 우리가 종종 하는 실수는 대만을 뺀 지도를 중국 지도라고 여기는 것이다. 중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도서는 물론이고 웹과 모바일에서 중국 지도를 검색하면 당연히 오른쪽 하단에 고구마 모양의 대만이 함께 그려지고, 대륙과 같은 색깔로 칠해진다.
중국과 영리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최소한의 지식
이러한 하나의 중국 원칙은 그들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국가 주권 문제로 이어진다. 티베트와 달라이라마, 중국의 ‘화약고’로 일컬어지는 신장 등은 국제 사회가 제기하는 인권 문제 이전에 중국이라는 나라를 분열 시키고 국가 주권을 깨트리는 이슈이기에 중국으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각각의 정치적 입장을 떠나 이와 관련한 문제로 커뮤니케이션할 때 완곡어법이나 중성적 단어를 쓸 필요가 있다. 특히 비즈니스 같은 영역에서 의도가 없음에도 무심코 상대의 이런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서 관계가 틀어질 필요가 없다.
또 하나 중국과의 대화에서 무심코 실수하는 부분이 우리의 편견으로 만들어진 관용적 수사들이다. 우리 언론은 중국인을 묘사할 때 무심코 ‘왕서방’이라는 용어와 19세기 변발 이미지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은연 중 중국인을 세계 곳곳의 회사와 부동산을 모두 사들이는 탐욕스럽고 교활한 존재라고 각인시킨다. 하지만 이는 19세기 말 서구 열강에 의해 치욕스런 역사를 경험한 중국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무시하는 것이며, 중국과 중국 문화의 다양한 특징을 사상시키는 우리의 다민족 감수성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 책은 문화대혁명, 톈안먼 사태, 파룬궁, 반중 성향 언론,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자 권익,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영유권 분쟁, 일대일로 등 다양한 영역과 이슈에서 중국이 민감해하고 금기시하는 사안들을 상세하게 논의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어떤 관점과 용어들을 써야 할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저자는 최근에 중국이 외견상 힘으로만 밀어붙이고 심지어 ‘오만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배경을 설명한다. 그것은 중국의 ‘핵심이익’과 결부된다. 핵심이익은 일종의 중국의 국익인데, 그중에서도 ‘국가의 생사존망이 걸린 중대한 이익’을 말한다. 즉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에서 중국은 여느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것이다. 크게 국가 주권, 영토 완정, 국가 통일, 경제?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기본 보장, 국가 안전, 중국 헌법이 확립한 국가 정치제도와 사회의 안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방적인 서구식 민주주의 강요가 아니라 중국식 체제를 인정해주고, 역사적 맥락을 달리하는 고유한 중국적 상황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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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홍콩은 미국, 영국 등 세계 20여 개 국가 및 지역과 범죄인 인도 조례를 맺고 있지만,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와는 체결되어 있지 않다. 조례가 통과되면 사안에 따라 대만, 마카오, 중국 본토에 홍콩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게 된다. 홍콩 시민들이 걱정하는 것이 이 지점이다. 중국 정부의 간섭이 결국 고도의 자치를 약속한 일국양제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게 홍콩인들의 생각이다. (본문 45쪽)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꺼내는 순간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미국은 종종 이용한다. 이에 중국은 인권 카드로 주권을 침해하려는 비열한 정치적 의도라고 맞받아치지만 ‘인권=선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중국의 반발이 국제적으로 그다지 먹히는 분위기가 아니다. ‘티베트와 인권’이 함께 엮여 나오기만 하면 중국이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본문 64쪽)
수많은 조선인들이 이주해 땅을 개간하며 고단한 삶을 이어갔던 간도와 독립운동이 펼쳐졌던 ‘뜨거운 만주 벌판’은 우리에게 짙은 민족적 감정이 묻어나는 곳이지만, 중국에게는 ‘일본 냄새’가 풍기는 단어다. 중국인과 대화할 때는 간도와 만주보다는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지린성을 포괄하는 뚱베이?北로 표현하는 것이 무난하다. (본문 86쪽)
백두산이 중국에서는 창바이산이고 우리에게만 민족의 성산이 아니었음을 조금씩 알게 된 것처럼, 중국 역시 창바이산을 한민족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 것은 백두산이 일방적으로 누구의 소유가 아닌 공동의 자연 유산이란 인식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 과거 백두산을 지우려고 애썼던 중국의 모습과 비교하면 한결 유연해진 모습이다. (본문 94쪽)
당은 문혁을 마오쩌둥의 사상적 오류로 규정한 후 덮어버렸다. 다른 해석이 끼어들 틈이 없다. 국가의 책임은 없으니 개인은 억울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이 없다.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문혁의 상처를 꺼내봤자 개인과 사회의 분열만 생기는 구조다. 문혁은 중국 당국으로서는 계속 닫아두고 있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다. (본문 106쪽)
2017년 10월 18일 19차 당대회는 5년 전보다 보안과 통제, 검열이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지 않았다. 베이징 지하철은 승객들을 대상으로 검문검색을 실시하는 바람에 출퇴근 대란을 겪어야 했고, 당국이 술집 등 유흥업소에 당대회 기간에 문을 닫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글이 소셜미디어에 돌기도 했다.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해외에 서버를 둔 왓츠앱도 당대회를 앞두고는 서비스가 차단되었다. 혹시 모를 테러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최고 지도자의 위상이나 차기 지도부 선임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폐쇄적인 엘리트 집단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다. 이런 ‘불온한’ 정보들이 중국 내부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일이 당대회 시기의 중요한 업무다. (본문 128쪽)
2012년을 기점으로 중국 언론통제는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펼쳐진다. 후진타오 정권 시절에도 언론통제와 검열은 존재했지만 주로 일부 민감한 사안, 이를테면 파룬궁, 소수민족, 반일 시위 격화 등 개별 사안에 대해서만 여론을 통제했다면, 왕리쥔 사건 이후에는 전방위적인 폐쇄적 언론통제 조치가 계속 이어진다. (본문 147쪽)
우리 미디어에 등장하는 중국인 삽화는 대개 중국인들을 왜곡해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변발, 도포와 마고자, 반구형 모자, 수염만 있으면 중국인을 손쉽게 형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삽화가 들어간 콘텐츠는 많은 경우 ‘중국인이 세계 곳곳의 회사와 부동산은 다 사들인다’는 식의 내용이 많다. 그들의 모습은 탐욕스럽거나, 경박해 보이거나, 혹은 교활해 보여 다분히 경멸적이다. (본문 179쪽)
중국은 자스커지 사건처럼 노동자와 지식인 계급의 연대를 통해 일어난 시위 형태를 경계한다.13 임금 인상 요구로 시작했다가 체제와 정부 비판으로 옮겨가기 딱 좋은 결합이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의 독자적인 취재는 없고, 관련 보도는 모두 신화사 원고를 그대로 가져다 쓴다. 정부의 강력한 언론통제가 이루어지는 탓이다. (본문 216쪽)
중국은 사회질서와 안정을 최우선시하다 보니 돌발적인 재난,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언론을 통제하는 모습부터 보였다. 하지만 정보를 은폐했다가 사태 수습의 골든타임을 놓쳐 더 큰 피해로 이어진 경험을 하면서 무조건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는다. 초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신속한 언론 대응에 나섰고, 국민들의 불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도 마련하면서 중국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의 에이즈 마을 사건, 특히 2003년에 발생한 사스 사태가 중국 정부를 탈바꿈시킨 계기가 되었다. (본문 235쪽)
극단적인 배타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민족주의民族主?는 당연히 중국에서도 부정적인 용어다. 특히 해외에서 걸핏하면 ‘민족주의적인 중국’이라는 말로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더 싫어한다. 외부에서 민족주의라 부르는 것을 중국에서는 애국주의??主?라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본문 248쪽)
외부에서 뭐라고 하든 중국은 공식적으로 일대일로에 지정학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말을 거부한다.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 관영 언론은 늘 일대일로가 지정학적 도구地?政治工具가 아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지정학은 필연적으로 강대국들이 전 세계 지역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정치?경제 패권 다툼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가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말이 바로 이 패권??이다. (본문 2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