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대를 중퇴하고 대학교를 만들었다
Prologue. 의대는 들어가는 것보다 그만두는 것이 더 힘들다!
고등학생 때는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수능을 세 번을 봤다. 합격 소식을 전했을 때 부모님이 가장 기뻐했고, 온 가족과 친척분들이 모두 축하해 주었다. 치열하게 보낸 수험 생활을 모두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 합격의 기쁨은 컸다.
한 명의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한 가족의 희생과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큰 비용이 든다. 내가 의사가 되는 길을 걷고 있는 동안은 몰랐다. 가족의 희생이 얼마나 컸는지,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었는지 말이다.
의대를 자퇴하고 다른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혼자 힘으로 의대를 간 것이 절대 아니었다. 의대는 내 의지로 마음대로 관둘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나의 꿈에는 가족과 친척들의 꿈과 기대가 함께 응축되어 있었다. 나의 자퇴를 주변의 누구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오히려 반대가 더 심했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친동생이나 가까운 친구가 돌연 의대를 자퇴하고 고졸로 살아가겠다고 하면 선뜻 응원해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의 결심은 확고했다. 의대에 들어가는 것보다 그만두는 것이 더욱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결정한 일은 반드시 해낸다. 처음에 의대에 반드시 합격하겠다고 선언하고 그렇게 했고, 이번에는 자퇴하겠다고 하고 정말로 그렇게 했다.
2017년, 정말로 중퇴생이 되었다. 동시에 나의 최종학력은 고졸이 되었다. 이로써 나는 대한민국의 자발적 낙오자가 된 것이다. 나는 고졸의 삶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동안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앞으로는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꿈이 아니라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 어느 때보다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학교 밖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나의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사회적 제약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내 안에 무한한 능력을 믿기 시작했다.
멀리서 바라보니 사회의 문제점과 해결 방법이 더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시급해 보인 것은 교육 문제였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누구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일이 바로 이것임을 알았다. 나는 주입식,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에서 가장 잘 살아남아 의대 합격에 성공했다. 게다가 사교육 중심지 대치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 누구보다 주입식 교육의 허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의대를 졸업하지 않았다. 만약 의대를 졸업했다면 나 또한 기득권이 되었을 것이다. 기득권은 내려놓기 쉽지 않은 특권이다. 그것을 내려놓고 나온 것이다. 교육을 비판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위기에 빠진 교육을 살려내는 일, 이것이 의대 중퇴 후 처음으로 도전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 나는 스스로 대학을 설립하고 총장이 되었다. 호기심과 모험심을 유지하고 모두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어떻게 고졸이 맨주먹으로 대학교를 만든다는 거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해냈다. 우리 대학교는 설립이 되기 전부터 신입생 예약을 받았고, 실제로 1년 치 등록금을 선결제하고 등록한 분들이 있다. 그분들과 함께 대학교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반년 정도가 지나 첫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그 첫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기도 전부터 우리의 이색적인 대학교 만들기 실험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특별히 어떤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언론사에서 우리를 취재하러 왔다.
우리는 맨주먹으로 가장 멋진 대학교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그 시작은 미약했다. 하지만 장차 큰 변화의 한 축이 될 것을 확신한다.
이제부터 독자분들에게 그 과정을 공개하려 한다. 관심 어린 칭찬과 격려뿐만 아니라 모진 비판과 조언도 환영한다. 지금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